[Review]웰컴 투 금난새 레스토랑! 2015 라움아트센터 정기연주회 with 금난새[공연예술]

글 입력 2015.03.1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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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금난새 레스토랑!


2015 라움아트센터 정기 연주회 with 금난새




김지현 (ART Insight 서포터즈 3기)



라움 포스터.jpg




금난새 레스토랑
【 Menu 】




Chef 

금난새 지휘.jpeg


행복을 선사하는 무대 위의 나는 새. 
한국이 자랑하는 지휘자 금난새. 서울대 졸업 후 베를린 음대에서 라벤슈타인을 사사했다. 카라얀 콩쿠르 입상, 유러피안 마스터 오케스트라 음악 감독, 모스크바 필하모닉 지휘, KBS 교향악단 전임 지휘자 역임 등의 출중한 실력을 갖추고 있으며 창의력 넘치는 아이디어와 재치있는 해설로 음악이 어렵다는 고정 관념을 깨고 청중과 함께 호흡하는 무대를 만들고 있다.



Appetizer 

- 공연에 대한 상큼한 기대감
- 셰프의 가벼운 농담과 귀빈 소개



Main Dish 

- 모차르트의 디베르티멘토 K.138
(W.A.Mozart : Divertimento K.138)

-하이든의 교향곡 제 45번 f#단조 ‘고별’ 
(F.Haydn : Symphony No.45 in f# minor 'Farewell')



Dessert 

- 훈훈한 ‘앵콜’ 덤: 요한스트라우스의 피치카토 폴카
(Johann Strauss II, 'Pizzicato Polka)

- 하프와 비올라의 달콤한 듀엣: 피아졸라의 리베르 탱고
(Astor Piazzolla - Libertango)





뜬금없이 레스토랑이라고 해서 놀라신 분들 많을 거다. 진정해라. 모두가 아는 그 금난새 지휘자님이 맞다. 단지 공연을 본 뒤 내 소감을 말하라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는 정말 훌륭한 ‘셰프’ 였다고.

요리사와 지휘자는 상당히 닮아있다. 먼저 스타일. 요리사들이 어떻게 지지고 볶느냐에 따라 요리의 맛은 천차만별이다. 마찬가지로 지휘자가 어떻게 연주자들을 잘 지휘하고 역량을 살리느냐가 관건이다. 파워가 있는 지휘자라면 연주자들도 힘 있는 연주를 선보이고, 절제된 지휘자라면 연주도 절제의 미를 담고 있다. 금난새 지휘자의 연주는 재치 있고 발랄하다. 클래식이 갖고 있는 엄격한 이미지를 깨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연주자의 얼굴에도 미소가 지어져 있을 만큼 자신의 연주에서 격식을 따지지 않는다.  

두 번째는 철학이다. 어떤 요리사가 재료의 신선도를 우선시한다면, 다른 요리사는 맛의 조화를 우선시한다. 금난새 지휘자만의 철학은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무대’ 이다. 금난새 지휘자가 한국에서 독보적이고, 존경받는 이유는 함께 소통하고자 하는 그의 철학이 대중들에게 통했기 때문이다. 다른 셰프들이 그저 준비된 음식을 절차에 맞게 손님에게 제공했을 때, 금난새 지휘자는 이 음식의 특징, 조리 과정, 사용된 재료를 친절하게 설명하며 청중들을 배려하고, 연주가 더욱 맛있게 느껴지도록 도와준다.   

마지막으로 개성 있는 리더십이 있다. 대부분의 셰프는 슬하의 요리사들에게 욕하고, 윽박지른다. 그래서 성격이 더럽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금난새 지휘자의 리더십은 전혀 반대이다. 부드러운 리더십이다. 이것은 금난새 지휘자의 공연을 본 사람이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다. 잘 굴려지지 않는 발음으로 공연을 방문해준 귀빈에게 조크를 던지고, 관객들에게 박수를 요구하는 뻔뻔함(?)까지. 시종일관 유머와 재치로 공연을 이어나간다. 무거운 클래식에, 가벼운 농담으로 청중들이 지루해하지 않게 배려하는 그는 어떤 요리가 맛있는지 정확히 아는, 실력 있는 ‘셰프’다. 금난새 지휘자는 그만의 위트로 연주자를 넘어 청중들까지 아우르는 ‘리더십’을 갖췄다.





금난새 지휘자에 대한 미식가적인 평가를 뒤로하고, 본격적으로 연주곡에 대한 리뷰를 써 보겠다. 먼저 첫 번째 메인 디쉬였던 모차르트의 ‘디베르티멘토 K.138'. 
디베르티멘토(Divertimento)란 일종의 기악 모음곡으로, 행사나 식탁에서 분위기를 돋우고 부드럽게 하기 위해 연주되는 음악이다. 자유로운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소나타, 춤곡 등 다양한 형식의 악장이 템포의 완급에 따라 적절히 배치되어있고 분위기가 음울해지지 않도록 조절되어 있다.  
곡 초입부는 →↗↗ 처럼, (다들 알거라 믿는다) 끝이 올라가는 음을 사용해 ‘의문’을 상상하게 한다. 마치 ‘너 나 좋아해?’ 라는 물음을 던지는 모습이 연상된다. 바로 다음의 음은 ↘↘↘ 처럼 축 처지는 음으로 보아, ‘아니..별로’ 같은 부정의 대답을 했을 것만 같다. 금 셰프는 이처럼곡의 분위기를 맛깔나게 설명해주었다. 직접 들어본다면 더욱 이해가 빨리 갈 것이다.



Mozart-Divertimento K.138


두 번째 메인 디쉬였던 하이든의 교향곡 제 45번 f#단조 ‘고별’ 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연주의 퍼포먼스에 녹아있어 흥미로웠다. 이 곡은 교향곡으로는 특이하게 5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할 말이 더 남아있다는 듯, 4악장의 마지막을 끝내지 않고 5악장으로 넘어간다. 5악장으로 넘어갈 때,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은 불을 끄고 차례로 무대에서 퇴장한다. 맨 마지막에는 결국 바이올린 두 대만 남아 연주를 마친다. 왜 이런 퍼포먼스를 곡에 넣은 것일까?



Joseph Haydn-Symphony No.45 "Farewell"


이 곡의 작곡 당시, 하이든은 에스테르하지 가문에서 카펠마이스터(전속오케스트라 지휘자)로 있었기 때문에 여름에 가족과 떨어져 후작의 별장에 머물게 된다. 그러나 합숙 기간이 너무 길어지자 집에 가고 싶다는 단원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했다. 고심하던 하이든은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의도를 이처럼 음악 속에 간접적으로 표현했고, 실제로 에스테르하지 후작은 그 행동에 담긴 뜻을 눈치 채고, 단원들이 다시 가족에게 돌아가도록 허락했다고 한다.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와 함께, 곡의 강약의 완급이 돋보이는 부분에서 금 셰프님은 ‘마치 단원들이 아우성치는 소리같지 않냐’ 며 당시의 상황도 짐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부모님이 침대에 아이를 재우고 ‘잘 자, 내일 보자’라며 불을 끄는 것처럼, 불을 끄고 자리를 떠나는 것으로써 이별을 고한 하이든의 재치 있는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만약 금난새 지휘자님의 설명이 없었더라면 이런 포인트들을 다 놓쳤을 것이다.  





클래식은 고상한 음악이다. 덧붙여 말하자면 어쩔 수 없이 ‘고상한 척’을 하게 만드는 곡이다. 작곡가가 어떤 의도로 만들었는지도 이해 못하면서 감탄한 척 박수를 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 위선을 깬 분이 바로 금난새 지휘자님이다. 진정한 소통을 위해 청중의 눈높이에 맞춰 클래식의 해설을 해주셨다. 금기의 영역을 깬 것처럼 고상함이 없어졌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클래식을 독점했던 상위층의 ‘고상함’ 이란, 남들과 다르게 ‘나만 알고 있다’는 것에 대한 프라이드가 뒷받침되어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난새 지휘자님의 음악에 대한 철학은 그 욕심 많은 고상함을 편안함과 즐거움으로 바꿔놓으셨다. 오히려 그 덕분에 음악의 본질적인 고상함, 음악의 본래 목적인 ‘향유’가 달성되었으니 이것이 바로 금 셰프님의 손맛이리라. 





아트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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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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