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유독 마음에 와닿은 순간이 하나 있었다.
바로 뮤지컬 내한 공연과 영화가 한 해에 같이 개막(개봉)하였던 <위키드> 속 한 장면이었다.
마법에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졌지만, 초록색 피부를 가졌다는 이유로 늘 사람들의 눈초리를 받던 엘파바. 마법에 큰 재능이 있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외모와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늘 사람들의 관심을 받던 글린다. 정반대의 두 사람은 서로를 다소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글린다는 엘파바를 골릴 생각으로 우스꽝스러운 검은색 고깔모자를 선물하며 무도회에 초대하지만, 엘파바는 자신의 동생을 도와 무도회에 갈 수 있게 한 것에 대한 보답으로 마법 수업을 함께 들을 수 있도록 요청한다. 글린다는 이를 뒤늦게 깨닫고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지만, 이미 엘파바는 무도회장에 도착하여 사람들의 조롱 섞인 웃음을 받고 있었다.
엘파바는 그런 상황 속에서도 오히려 당당하게 행동한다. 홀로 우스꽝스러운 몸짓으로 춤을 추며 사람들의 조소에 정면 돌파를 한다. 그러나 글린다는 부정적인 감정이라고는 느낄 수 없었던, 늘 사랑만 받던 평탄한 환경에서 처음으로 불편한 감정을 느낀다.
“쟤는 남들이 뭐라 해도 절대로 흔들리지 않네.”
“당연히 흔들리지. 그저 그렇지 않은 척하는 거야.”
오직 글린다만이 엘파바가 가진 외로움을 처음으로 이해한다. 그렇게 글린다는 자신이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날 선 환경 속으로 기꺼이 뛰어 들어가 엘파바의 우스꽝스러운 춤을 함께 추기 시작한다. 한편으로는 사과의 의미로, 다른 한편으로는 위로의 의미로.
아무런 반주도 들리지 않는, 그저 무소음의 환경 속에서 두 사람이 함께 추는 춤을 보며 나는 숨죽여 눈물을 흘렸다. 왜인지 쉽게 정의할 수도 없었다. 그저 그 풍경이 나를 눈물짓게 할 뿐이었다.
모두가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포용하지 못해도, 나를 위해 우스꽝스러운 일도 같이 해줄 수 있는 단 한 사람이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삶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대와 적막이 넘치는 그 공간 속에서 오직 서로에게만 집중하며 웃음을 짓는 그 순간, 나의 비정상을 또 다른 비정상으로 덮으며 그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위로하는 그 순간. 우정과 사랑이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순간이었다.
외로움은 사람으로 치유되고, 그것은 한 사람으로도 충분하다. 그 한 사람으로 누군가의 세상은 새롭게 재구성될 수도 있다.
그것이 바로 관계의 기적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