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만화를 보면서 나도 누군가를 기쁘게 해주는 디저트를 만들고 싶었고, 학교 선배가 들고 있던 무전기가 멋있어 보여서 방송국에서 일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엄마가 내게 해줬던 맛있고 다정한 요리처럼 행복해지는 맛을 만들고 싶었고 웃기지만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아이돌도 돼보고 싶었다. 꽃과 함께 일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았고 목소리로 연기하는 성우도 되고 싶었다.
생기 넘치는 10대의 꿈. 그러다 대학교를 다 마쳐 갈 때쯤, 되고 싶은 게 사라졌다. 현실을 너무 생각하다 보니, 꿈은 색을 잃어갔다. 졸업이 급했고 당장의 시험과 과제가 많았고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하는 불경기에 겁을 잔뜩 먹어 조급해진 20대 초의 삶.
활짝 핀 해바라기 같은 크게 뻗은 여름날의 꿈은 저물고 능소화가 자리를 잡았다. 현실을 생각해서 꿈을 다 접기엔 인생이 너무 아까워서 작은 잎을 펼쳤다. 좋아하는 글을 쓰다 에디터라는 직업을 가지게 됐고, 애니메이션을 보며 꿈을 꾸던 아이는 이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되었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알려주고 싶어 시작한 유튜브는 사람들에게 작게나마 긍정적인 영향을 돋아 자라났고, 나는 다시 그 힘을 받아 자라 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렇게 자라난 20대 중반의 능소화.
능소화는 자리를 잡으면 계속 피고 지고를 반복한다. 한곳에 살아 숨 쉬는 꾸준한 능소화는 하늘로 자유롭게 날아가는 민들레 홀씨를 꿈꾼다. 뭘 위해 지금까지 달려온 걸까 생각했다. 결국 스스로를 책임질 직업을 가지기 위해서 태어나서부터 수많은 노력을 하고 공부를 하고 사회성을 쌓아온 것이 아닐까. 그리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책임질게 더 많아지겠지. 그럼 좋은 직업은 당연히 삶의 목표가 된다.
그렇다면 좋은 직업이란 뭘까?
나는 꾸준히 애정이 가는 일을 했는데 그게 수익으로 이어지는 것을 느낄 때나 내 능력으로 일궈서 살아가는 삶의 뿌듯함을 느꼈을 때, 혹은 어떠한 부분에 있더라도 삶에 긍정적인 영향이 차고 있을 때 그럴 것 같다. 좋은 직업은 경쟁 사회에서 살아가는 모두가 바라는 궁극적인 목표이고 그 기준은 나열하자면 끝도 없고 주관적이기에, 비교보단 그 중심에 나를 두면 좋은 직업을 찾기 수월해지는 것 같다.
그 누구의 행복이나 성과보다 나 자신에 대한 몰입과 뿌듯함 행복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좋은 자리에 대한 열망도 좋지만 그 안에 있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뭔지 이 일을 해서 긍정적인 영향이 삶에 하나라도 들어왔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나는 생(生)을 생각하면 하루하루를 알차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은 끊임없이 새 생명이 태어나고 죽고를 반복하는데 나는 어찌 보면 그 순서를 기다렸다 태어났고 다시 죽을 날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이니, 또한 언제 죽을지 모르는 게 사람이라 인생이 너무 짧다고 느껴진다. 전생과 후생은 있다 해도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삶이기에 최선을 다해 이번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직업의 중심은 내 삶이고 생이다.
최근 한 빵 집에서 일하던 젊은 청년의 과로사 죽음을 접하니 더 마음이 아프다. 세상은 점점 과열되어 터질 것 같지만, 같이 살아가는 인간들의 힘으로 그 뜨거운 열기를 식혀 줄 숲이 필요한 것 같다.
그 작은 숲과 나무 아래서 한 떨기 민들레가 오늘도 하늘을 날 준비를 하며 자리를 잡고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