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는 일은 하나도 없고, 말도 하기 귀찮을 만큼 짜증이 몰려오는 날. 누구에게나 그런 날이 찾아올 때가 있다. 그런데 나는 이 머리끝까지 나는 화를 어떻게 삭여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소리를 질러대는 건 딱 질색이다. 그렇다고 무기력하게 울고 싶지도 않다. 복잡한 도시 속에 꽉 끼어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정말이지 화를 풀 곳이 없다.
화를 풀기 위해서까지 고민해야 한다는 사실에, 이제는 두통까지 몰려올 지경이다. 그래서 나는 굳이 길게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잠시 도망치기로 했다. 아무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 곳으로. 클릭 몇 번이면 준비되는 나의 도피처, 레프트 포 데드 Left 4 Dead 2를 소개한다.
'레프트 포 데드 2' Left 4 Dead 2는 멀티플레이와 좀비 아포칼립스를 기반으로 하는 FPS 게임이다. 4명의 플레이어는 각자 다른 무기를 이용해 좀비와 감염자들을 처치하며 맵 내의 생존 지점에 도달해야 한다. 현실과 똑 닮은 맵 구성도, 서로를 해치거나 도울 수 있는 시스템도, 누구와 플레이해도 매력적인 이 게임의 진가는 타격감이 아닐까 싶다.
스트레스를 날리고 싶다면, 무기를 들어!
레프트 포 데드의 가장 큰 매력은 무기 선택에서부터 시작한다. 네 명의 플레이어는 각기 다른 무기를 선택할 수 있는데, 전기톱이나 골프채 같은 근접 무기부터 산탄총, 돌격소총 등 실존하는 무기는 전부 준비되어 있다. 산탄총을 쏘면 눈앞의 좀비가 한 번에 날아가고, 돌격 소총을 마구 난사하면 어느새 한 페이즈가 끝나있다.
이 게임의 킥은 다름 아닌 근접 무기인데, 야구 배트의 가벼운 조작감부터, 프라이팬에서 나는 댕강 소리까지, 상대가 죄책감 없이 공격할 수 있는 ‘좀비’라는 점까지, 스트레스 해소에는 충분하고도 넘치는 타격감과 묵직함이 찾아온다.
일방적인 승리는 지루하잖아
레프트 포 데드는 게임별로 난이도 설정이 가능하다. 다 쓸어버리고 싶은 날에는 낮은 난이도를 선택한다.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성취감을 느끼고 싶을 때는 난이도를 잔뜩 높여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좀비들을 상대하는 것은 지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잠깐이라도 그런 생각을 한 당신을 위해 특별한 좀비들을 소개한다.
이 게임에 나오는 좀비들은 단순한 좀비가 아닌 하나의 캐릭터다. 큰 몸집에 유해 물질을 뱉어대는 좀비, ‘부머’부터, 팀원 한 명이 바라보기만 해도 소리를 지르며 따라붙는 ‘위치’까지, 다양한 특성을 가진 좀비가 맵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이처럼 공격 대상 하나하나가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매번 다른 플레이가 요구되며, 그때마다 플레이어들은 새로운 팀워크를 보여줘야 한다. 단순한 슈팅이나 학살이 아닌 돌파구를 찾기 위한 새로운 긴장과 경험을 전달해 주는 것이 또 하나의 매력 포인트!
만약에 내가 좀비가 되면 어떻게 할 거야...?
레프트 포 데드가 스트레스를 덜어줄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다름 아닌 현실감! 단순한 전장이 아닌 일상 속 공간을 본뜬 맵이 현실감과 몰입도를 상승시킨다. 평범한 모텔의 복도라든가, 폐허가 된 쇼핑몰이라든가, 디테일이 살아있는 맵은 플레이어를 하나의 재난 상황 속으로 몰아넣는다. 특히 쇼핑몰의 엘리베이터와 난간 구성은 마치 서울의 모 백화점을 본뜬 것 같이 생기기까지 했다.
더 나아가, 협동을 중시하는 게임의 특성 자체도 현실감에 한몫을 더한다. 레프트 포 데드는 협동 게임으로 분류되는 만큼, 함께할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다른 팀원이 구해주지 않으면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패턴이 있는가 하면, 무기로 팀원을 해칠 수 있다는 점 역시 하나의 재미 포인트가 되어준다. 결국 단순히 무기를 휘두르는 것이 아닌 상호작용을 통해 안정감과 편안함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플레이어에게 할당되는 캐릭터가 모두 다르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든든한 덩치를 가지고 있는 코치 캐릭터, 철없는 농담을 즐기는 앨리스 캐릭터, 냉소적인 닉 캐릭터, 그리고 긍정적인 캐릭터인 로셸까지. 각 캐릭터의 페르소나에 플레이어의 감정과 행동이 섞인다는 점 역시 재미있다. 참고로 레프트 포 데드는 온라인을 지원한다. 개인 플레이어들이 하나의 팀을 이루는 경우도 많기에, 싱글 플레이어도 문제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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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을 처음 접했을 때는 꽤 충격이었다. FPS 게임과는 인연이 없던 나에게 이토록 과격하고 파괴적인 게임은 또 다른 새로움으로 다가왔다. 총을 쏠 때의 타격감, 쉴 새 없이 밀려드는 좀비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긴장감, 그리고 그 사이사이 느껴지는 이유 모를 즐거움과 해방감을 느꼈다.
때때로는 과격하고 자극적인 무언가가 필요하다. 생각이나 고민은 저 멀리 밀어두고 시원하게 밀어버리는 거다. 총으로, 톱으로, 그리고… 프라이팬으로. 차곡차곡 쌓여있는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면, 색다른 방법으로 레프트 포 데드를 권해본다. 이 게임이 해결해 주는 문제는 없지만, 마음속에 묵혀둔 짜증과 분노를 달래줄 수 있지 않을까. 다만 한 가지, 과몰입은 하지 않기로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