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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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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건 절대 없다던 지드래곤 선생님 말씀처럼, 영원할 것만 같던 내 20대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1년 뒤보다도 10년 전이 더 가까운 것만 같은 지금. 꾸역꾸역 30대가 될 준비에 성실인 지금. 그런 지금들이 모여 내 20대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돌아보면 참 많은 일이 참 다양하고 참 뜬금없게도 많았는데, 어영부영 차일피일 지나온 시간이 나를 서른 문턱에 내려놓은 것만 같다.


얼마 전에는 친구에게서 첫 차를 샀다는 전화가 왔다. 청약에 당첨돼 이사를 하게 됐다는 소식도, 오래 사귄 여자친구와 완전히 헤어졌다는 소식도 들었다. 또 얼마 전에는 중학교 동창 SNS에서 갓난아기 사진을 보았다. 건너 건너 누구는 취업을 했고 누구는 대학원을 갔고 누구는 결혼을 했더라, 라는 소식들을 점차 무던히 듣는다. 싸구려 포차에 모여 우리가 이 세상에서 가장 젊다 듯 대책 없이 즐겁던 우리가 조숙하고 성숙해가는 이 모양새가 그러니까 나는 정말이지. 참, 어색하다.

 

그래, 나도 조숙하고 성숙해지기는 했다.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Do 보다는 Why가 늘어났고. 감성적이기보다는 실용적인 선택에 익숙해졌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더 이상 맞붙지 않고 그럴만한 이해관계를 좇으며. 이 세상에서 주인공이 되고자 하는 욕구보다도 조연으로, 엑스트라로 원만히 작동하려는 노력에 성실이다. 나와 내 친구들은 그렇게 사회가 합의한 ‘어른스러움’을 거치며 사회가 합의한 ‘어른’으로 진화하거나 변질됐다.

 

그에 반해, 20대 초반에 나는 정말이지 겁이 없었다. 대학생이 무슨 공부냐는 반항심에 공부는 완전히 손을 놓았고. 자동차가 좋다는 객기로 알바비를 몽땅 털어 자동차를 사기도 했다. 연애를 비롯한 인간관계에는 대부분 서툴렀으며 그로 인해 더 이상 볼 수 없는 사람들을 많이도 만들어냈다. 그렇게 1년, 1년 시간이 흘러 나는 20대 중반이 되었고 뒤늦게 군대에 갔다. 종일 바닥을 쳐다보고 벽을 쳐다보고 천장을 쳐다보던 비루한 시간들은 스스로를 돌아보게 했고 자연스레 20대 후반을 설계하게 됐다. 전역하는 다음 해에는 새로운 대학에 합격해 새로운 공부를 시작했다. 설계한 대로 학교생활이 풀리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짬이 좀 생겼는지 불평불만 대신 무던히 도서관에 처박혀 공부하기 바쁘다. 알바비는 몽땅 모아 저금하고, 연애를 비롯한 인간관계는 점차 좁혀져 이제는 몇 사람 남지 않았다.

 

20대 초반의 내게 이 글이 달갑지는 않을 테다. 지금이 더 현실적이라는 이유로, 실효성이 있다는 이유로, 객관적이라는 이유로 나는 보다 차갑고 냉소적으로 변했다. 비록 내가 원했던 모습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뒤늦게 다시 시작한 공부에는 나름 재미가 붙었고, 알량히 모여가는 통장 잔고도 꽤나 흐뭇하며, 좁혀진 인간관계는 그만큼 더 소중하다. 차갑고 냉소적이라 비관적일 것만 같지만, 막연함을 걷어낼 줄 알아가고 비관 속 낙관을 찾아낼 줄을 알아간다. 어른이 된 것 같은 뿌듯함과 어른이 되는 듯한 두려움 사이, 나는 어찌 됐든 어른에 가까워진다.

 

나는 가끔 예전 노래를 듣고. 예전 사진을 보고. 예전 드라마를 돌려본다. 사무치게 그리워 서럽기도, 아쉽기도, 먹먹하기도 하지만 냉정히 생각해 보면 이것도 그 나름대로의 재미인 셈이다. 나는 얼마 남지 않은 20대가 그래서 보다 재미있었으면, 행복했으면 좋겠다. 지금의 고됨이 보람찬 기억으로, 잠깐씩의 미소가 산뜻한 감각으로, 지금 앉아 있는 학교 도서관 풍경이 레트로 감성으로. 그래야 20대를 돌려보며 내 30대가 보다 재미있고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즐거운 회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2025.08.28

학교 도서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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