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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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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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7일부터 10일까지 4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 아트 페스티벌 ⟪어반브레이크 2025⟫에 다녀왔다. 올해로 제6회를 맞이한 어반브레이크의 슬로건은 ‘Play with Artist’. 말 그대로 관람객이 아티스트와 자유롭게 교류하고 그들이 만든 공간 속에서 마음껏 놀 수 있는 참여형 전시였다. 이번 행사는 15개국 300여 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했는데, 그중 100여 명이 글로벌 AI 아티스트로 국내 최대 규모의 아트 페스티벌의 위상을 보여주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난 공간 구조였다. 기존의 획일적 아트마켓 중심 행사와 달리 아티스트의 세계관과 창작 활동을 관람객이 직접 경험하고 소통할 수 있는 현장형 콘텐츠로 재구성되어 있었다. 전시보다 페스티벌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릴 정도로 부스마다 아티스트의 개성과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었다.


벽지 위에 그려진 밑그림과 바닥에 흩어진 페인트통, 물감이 잔뜩 묻은 비닐 바닥, 음악에 맞춰 실시간으로 벽면에 그래피티를 완성하는 아티스트와 조형물을 도구 삼아 행위예술 공연을 펼치는 아티스트까지. 마치 부스 하나하나가 자유로이 예술을 펼칠 수 있는 하나의 도화지처럼 기능했다.

 

 

 

AI ARTIST ASSEMBLY DAY: Play the 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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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발걸음을 붙잡은 건 감각적인 구조물에 배치된 15편의 AI 아트 영상이었다. 모두 AI Artist Awards 2025의 수상 후보작 혹은 전시작으로 선정된 작품들이었다. 구조물 군데군데에는 영상과 선으로 연결된 헤드폰이 걸려 있었다. 헤드폰을 쓰면 흘러나오는 음악과 영상을 함께 관람할 수 있는 구조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김마린 아티스트의 였다. 시티팝과 감각적인 영상미의 결합으로 공식 뮤직비디오에 버금가는 완성도 덕분에 짧은 러닝타임에도 깊게 몰입할 수 있었다.


내가 방문한 8월 8일 전시 주제는 'AI ARTIST ASSEMBLY DAY: Play the Future'였다. 그날 현장  곳곳에서는 AI 관련 토크 세션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중 조영각 작가의 강연 ‘AI 아트, OO에 닿다: 창작과 비즈니스의 새로운 융합’에 참여했다. 그는 인공지능을 오픈소스화해 더 많은 사용자가 참여할 수 있는 아트를 탐구하는 뉴미디어 작가로 활동 중이다. ChatGPT를 기점으로 AI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되기 전부터 이미 AI 아트를 선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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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웠던 점은 그의 화려한 이력이다. 조영각 작가는 젠틀몬스터의 비주얼 디렉터로 꽤 오래 활동했다. 미래형 설치미술을 활용한 브랜딩으로 주목받았던 젠틀몬스터의 전시 중 일부가 그의 손을 거쳐 갔다는 사실이 특히 인상 깊었다. 또한, 그는 문학 작품을 AI 기술과 결합해 동시대의 작업으로 전환하는 제2 저작물 창작 작업에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한국인들도 어려워한다는 시인 이상의 시를 AI에게 해석하게 한 뒤 이를 영상화하는 작업을 선보인 바 있다. 조선시대 국문소설 <구운몽>을 AI가 재구성한 영상 소설 <아홉, 구름, 꿈> 역시 그의 대표작 중 하나다.


최근 AI 예술계의 뜨거운 논쟁 중 하나인 저작권 문제에 대한 그의 생각도 들을 수 있었다. “AI 작품은 법적으로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조영각 작가는 뜻밖에도 “없다”는 답을 내놓았다. 실제로 본인의 저작권 등록이 반려된 사례를 공유하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직접 현장에서 활동하는 뉴미디어 작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강연은 전시장에서 작품을 보는 일만큼이나 값진 경험이었다.

 

 

 

아모레퍼시픽재

버려지는 것들의 아름다움: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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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그야말로 눈이 쉴 틈이 없었다. 어반브레이크가 직접 큐레이팅한 수백 명의 국내외 아티스트 전시는 각자의 색이 뚜렷해 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나의 발걸음을 오래 붙잡았던 두 전시를 소개하려 한다.

 

어반브레이크의 지속 가능성과 예술의 미래를 위한 대표 프로젝트, Art for Tomorrow의 올해 참여 기업은 아모레퍼시픽재단이었다. ‘버려지는 것들의 아름다움: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도시’를 주제로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함께 폐기된 화장품을 업사이클링한 친환경 물감 키트로 제작된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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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도 자연스레 시선이 머무는 부스였다. 골판지로 만든 독특한 외관, 폐화장품 용기를 화분 삼아 키우는 작은 선인장들. 부스 한가운데에는 붓 대신 폐기된 화장품 브러쉬를, 물감 대신 녹여 만든 립스틱과 섀도우를 활용하여 종이에 그려진 집과 사람을 자유롭게 꾸밀 수 있는 체험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뒤편에는 아모레퍼시픽 재단과 함께 협업한 네 명의 아티스트가 친환경 물감을 사용해 작품을 완성해 가는 과정이 영상으로 재생되고 있었다. 설명이 따로 없었다면 진짜 물감으로 그린 줄 알았을 작품들 또한 옆에 전시되어 있었다. 아름다움과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동시에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부스이자 앞을 지나던 관람객들이 잠시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던 부스 중 하나였다.

 

 

 

콤마오빗

따끈따끈하게 그림 굽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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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반브레이크에 방문하기 전, 홈페이지에서부터 내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은 작가가 있었다. 동화책 속 한 장면처럼 보는 순간 마음이 저절로 포근해지는 그림이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해당 부스로 가서 작품들을 구경했다. 작가님을 실제로 뵙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전하자 감사하게도 캐릭터에 얽힌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었다. 그 이야기를 아래에 공유해보고자 한다.  

 

작품 세계관의 출발점은 ‘조이 닐슨’이라는 캐릭터다. 영어로 Joy near, ‘기쁨은 가까이에 있다’는 뜻을 지닌 친구다. 조이 닐슨이 행복을 찾아 여행을 떠나고 그 여정 속에서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며 이야기가 확장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캐릭터들이 모두 작가가 행복하지 않았을 때 탄생했다는 사실이다. 이를테면 “나는 왜 그림을 좋아했지?”라는 질문 끝에 나온 캐릭터가 바로 ‘기글리 두들’이다. 이름처럼 giggle(킥킥거리다)과 doodle(낙서)을 합친 두더지 캐릭터다. 누군가 어린 시절에는 단순한 낙서조차 잘 그렸다고 믿던 기억이 있지 않은가. 기글리 두들은 바로 그런 작가의 어린 시절이 투영된 친구다.


로봇 캐릭터 ‘커리지 포지’는 ‘용기를 담다’는 뜻을 지닌다. 살아가다 보면 큰 용기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작은 용기를 내어 계속 두드리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탄생했다고 한다. 몸통에는 조그만 마이크가 달려 있는데, 마이크를 들고 “힘내”라고 응원을 보내면 그것을 연료 삼아 움직이는 귀여운 캐릭터다. 한편, 캐릭터 중 가장 작은 몸집을 한 ‘조이’는 지렁이로, 흙을 사랑하는 친구다.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성격을 가졌지만, 워낙 몸집이 작아 돋보기를 대고 봐야 한다는 점이 매력인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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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마오빗(@commaorbit)

 

 

콤마오빗의 그림은 빨강, 주황, 노랑, 분홍 등 주로 따뜻한 계열의 색감이 두드러진다. 사랑과 행복을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그대로 작품에 스며든 듯하다. 캐릭터 주변에 퍼지는 연한 그라데이션은 작품 속 온기를 보는 이에게까지 전달한다. 사랑이 부족한 시대에 단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사랑이 채워지는 그림이었다. 실제로 동화적인 세계를 지향하며 그림을 그리신다고. 이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동화책을 집필하는 것이 목표라 하셨는데, 예약된 독자로서 그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작가님께 집 모양의 키링을 선물로 받아 지금은 노트북 케이스 고리에 달아두고 작품의 따스한 온기를 품고 다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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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서울국제도서전 이후로 오랜만에 찾은 코엑스 전시였다. 많은 인파로 북적였던 도서전에 비해 관람객이 확실히 적어 자연스레 대비가 될 수밖에 없었다. 방문한 날이 평일이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화려한 라인업에 비해 홍보와 운영 측면에서 조금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해 보였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반브레이크 2025의 강점은 분명했다. 공식 포스터의 ‘We will not make any more boring art” 문구처럼 이번 전시는 지루할 틈 없는 축제 같은 자리였다. 전시를 찾는 이들이 바라는 것은 결국 작가의 세계를 온전히 마주하는 일일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관람객과 아티스트 모두가 만족할 수 있었던 전시였다고 생각되며, 무엇보다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아티스트들에게 응원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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