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코엑스에서 열린 시각예술 축제 어반브레이크 2025를 방문했다.
어반브레이크는 어반과 스트릿 컬처가 결합된 전시로,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전시가 가진 정체성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그림을 감상하는 전시가 아니라 음악, 패션, 스트리트 감성과 시각예술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살아 움직이는 공간이었다.
전시장 내부는 자유로운 분위기였고, 각 부스마다 작가의 개성이 강렬하게 드러났다. 관람객은 수동적인 감상자가 아니라, 때로는 참여자, 때로는 실험의 동반자가 되어 전시를 경험할 수 있었다.
라이브 페인팅 - 끝없는 고민과 발전
전시장 한가운데에서는 라이브 페인팅이 진행되고 있었다.
음악이 흘러나오는 공간 속에서 작가들이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작품을 완성해 나가는 모습은 관객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였다.
특히 눈에 띈 한 작가는 캔버스가 아닌 셔츠 위에 직접 그림을 그리는 방식을 선택했다. 시중에 판매되는 잉크가 아니라, 업체와 협력해 개발한 페브릭 마카를 사용하고 있었다. 단순히 그림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재료 자체를 창조해내는 과정 또한 예술가의 고유한 고민이자 발전임을 느낄 수 있었다.
완성된 셔츠는 전시에 걸려 곧바로 판매되는 구조로, 예술과 소비가 맞닿는 지점을 체험할 수 있었다. 이 옷은 라이브 페인팅이 끝나면 전시에 걸어 바로 판매가 된다.
힘들어도 웃을 수 있는 비결은
전시를 둘러보다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문구를 보았다. '아무리 힘들어도 웃을 수 있는 당신만의 비법을 포스트잇에 적어주세요.'
이 문구는 잠시 자리에 서서 깊게 고민하게 했다. 거기에 이것을 작성하는 사람들은 다양했다. 이 짧은 문구는 모두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고민하며 메모지를 채워 나갔다.
혼자 온 관람객은 진지하게 생각에 잠겼고, 친구나 연인과 온 사람들은 서로의 비결을 공유하며 웃음을 나눴다.
위 설명 글을 자세히 보면 작게 'p.s. 다른 사람들의 비결도 구경해보세요. 재밌음'이라 쓰여져있다. 나의 비결을 벽에 붙이면서 다른 사람들의 비결도 자연스레 보게 되었다.
맛있는 거 먹으면 됨, 오늘 월급날, 퇴근! 등 현실 고증이 반영된 재밌는 문구도 있었고, 웃어야 한다, 성취감, 경험 등 그 사람의 가치관이 드러나는 문구들도 함께 부착되어 있어 이 글들이 모여 이것도 하나의 시각예술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상에 맞게 변화하는 시각 예술
다른 부스에서는 파스텔 톤의 아기자기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튤립 일러스트와 유화 느낌의 그림들이 벽면에 걸려 있었고, 관람객이 직접 자석 꽃을 움직이며 꽃밭을 꾸밀 수 있는 체험형 전시가 마련되어 있었다.
작가에게 평소 스타일인지 묻자, 이번 작품은 아이들을 위한 미술관 전시 연계작으로 준비했다고 했다. 아이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그림체와 기법을 사용한 것이다. 이 경험을 통해 예술가가 반드시 자신의 고유한 스타일만 고집할 필요는 없으며, 대상에 따라 변주되는 예술 역시 충분히 가치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인공지능과 시각예술의 만남
전시장 중심에는 인공지능(AI)과 예술의 결합을 보여주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작가들이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과 그 경험을 공유하는 강연도 진행되고 있었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좀 더 다양한 표현을 하고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것들이 시각적으로 예술 제작이 가능해졌다.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었으나 시각적으로 접하고 나니 더욱 몸으로 느껴졌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시각예술은 끝은 어디며 그 이상의 것이 기대됐다.
전시장 초입에서는 AI로 제작된 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는데, 단순히 영상을 자동 생성하는 수준을 넘어, 음악에 맞춰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뮤직비디오 형식이었다.
사람과 거의 흡사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AI 영상은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미래를 예감하게 했다. AI의 발전은 상상 속 이미지를 현실로 끌어내고, 인간의 표현을 확장시키는 강력한 도구임을 체감한 순간이었다.
어반브레이크는 단순한 시각예술 전시를 넘어, 스트릿 컬처와 첨단 기술이 결합된 복합예술 축제였다.
라이브 페인팅의 열정, 참여형 전시의 재미, AI와 예술의 융합이 어우러져 새로운 시대의 예술적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특히 이번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은, 예술은 더 이상 정적인 감상에 머물지 않고 관람객과의 상호작용, 사회적 메시지,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AI와 시각예술의 결합이 어떤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지 기대된다.
더운 여름날, 코엑스 어반브레이크 전시는 시각예술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보여주는 소중한 여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