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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10. 나의바다.JPG

[illust by EUNU]



‘그곳은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곳이었지.’


잠시 내려두었던 파도가 내리는 빗살에 철썩였다.

성난 파도가 옛 기억을 싣고 떠밀려온다.

흐르는 운명에 다시 몸을 맡기고서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가장 처음으로 돌아가 보는 거야.

건너오기 전에는 무엇이 있었는지, 왜 건너왔는지.

그런데 아무것도 그릴 수가 없네.


첫 장면을 떠올렸을 때,

나는 이미 차가운 물 속이었어.


제 발로 걸어들어온 것 같았어.

파묻혀 죽어도 상관없다는 듯이.


나의 마지막 계절,

향조차 떠올리기 싫은 그 계절이 버거워 휩쓸렸다.

‘진실’, 그까짓 게 뭐라고.


고작 눈두덩이를 적시던 것이 어느 날 크게 범람했고

나는 그곳을 ‘바다’라 이름 붙였다.


세찬 물결이 어제를 집어삼키고,

오늘의 깊이가 어디까지인지 닿을 수 없으며,

내일의 날씨를 감히 내다볼 수 없는 곳.


이제 영원한 밤 속에 갇혀 끝없이 침몰한다.

아무도 모르는 곳, 나조차도 몰랐던 곳으로.




작가 태그.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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