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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나는 많은 악기를 다룰 줄 안다고 자부한다.

   

어렸을 때부터 다닌 피아노 학원부터 시작해 볼까? 피아노, 드럼, 기타, 플룻, 클라리넷, 바이올린, 첼로까지. 이 외에도 지금 당장 유창하게 연주하진 못하더라도 연주법을 어느 정도 기억하고 있는 악기도 있다. 그렇기에 영화 《스탑 메이킹 센스(Stop Making Sense)》(2025, 재개봉)에서 무대에 오른 밴드 ‘토킹 헤즈’가 각자의 연주함과 동시에 밴드 멤버와 함께 합주하는 즐거움을 안다.


자신의 호흡을 다른 누군가와 함께 맞추는 순간 음악은 악보를 읽어 나가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즐기는 것이 된다.


영화는 많은 이들에게 역대 최고의 콘서트 영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웨이브 밴드 ‘토킹 헤즈’의 이야기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프론트맨 데이비드 번이 목소리와 움직이는 두 다리, 한 대의 어쿠스틱 기타를 들고 무대에 오른다. 그리고 곡이 이어지면서 밴드 멤버들이 차례대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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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킹 헤즈는 보컬이자 기타리스트인 데이비드 번, 드러머 크리스 프란츠, 베이시스트 티나 웨이머스, 그리고 기타리스트이자 키보드를 치는 제리 핼슨이 결정한 전설적인 밴드다. 영화 안에서도 데이비드 번은 크루 이름을 한 명씩 부르면서 관객에게 밴드를 소개한다.


그렇게 1983년 할리우드 판타지스 극장 안에서 그들은 환호하고 열광했다. 그리고 2025년의 지금까지 우리는 관객이자 연주자가 되었다. 그날의 테이프에 담긴 16개의 곡과 17번 어쩌면 그 이상의 환호를 함께 들어보길 바란다.


영화 《스탑 메이킹 센스》를 이야기하려면 대부분 밴드 토킹 헤즈를 꺼내올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들 뒤에서, 장막에 가려져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검은 그림자의 그들을 먼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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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처음부터 무대를 세팅하고 멤버로부터 악기를 건네받거나 옷을 갈아입는 과정에서 도움을 주고, 조명을 준비하고 동선에 맞춰서 무대 효과를 연출한다. 무대 위에서 그들은 언제나 존재한다. 하지만 검은 그림자처럼 조용히, 그리고 재빠르게 움직인다. 카메라도 검은 그림자를 의도적으로 잡지 않는다. 물론 카메라 끝에 걸려서 움직이는 것이 보이는 컷이 몇몇 있다.


그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역할하고 있다. 사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명은 맡겨진 임무를 말한다. 검은 그림자의 사명, 연주자 토킹 헤즈의 사명, 그리고 관객의 사명까지. 모두 무대를 즐기고 완성시키기 위해서 움직인다. 영화를 보는 관객의 임무는 영화를 진짜 콘서트처럼 열정적으로 즐기는 것,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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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영화를 즐기면서 9명이자 9개의 음표가 떠올랐다. 보컬리스트 데이비드 번은 분주하게 움직이는 16분음표처럼 존재하다가 어느 순간은 4분음표가 되고 또 어느 순간에는 4박을 쉬는 온쉼표가 된다. 밴드 토킹 헤즈는 높은음자리표를 연주함과 동시에 낮은 음자리표를 꾸며낸다. 영화는 모두 하나의 음표가 되어 연주에 임하게 만든다. 관객까지도.


결국 영화 《스탑 메이킹 센스》는 마치 한 편의 시 같기도 하고 하나의 악보 같기도 하다. 또한, 모든 연주자는 자신만의 박자로 음악을 즐긴다. 나만의 박자, 그걸 타는 시대가 왔다. SNS상에서 이런 말장난이 있다.

 

“뭐 타고 오셨어요? 박자 타고 왔어요.”


머리를 탁, 치게 만든다. 어쩌면 헛웃음이 나오게 되는 말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나만의 박자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걸 타면서 살아야 한다. 그게 나를 보여주는 방식이니까. Stop Making Sense. 세상의 상식을 깨부수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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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자들은 연주 동안 땀을 흘린다. 암흑 속에서 비친 조명은 그들의 땀을 비현실적으로 부각시킨다. 영화 안에서 연주하는 그들, 검은 그림자의 크루들, 공연을 즐기는 관객들 모두 땀을 흘린다. 오로지 스크린 너머의 나만 영화관 에어컨의 추위에 벌벌 떨었다. 그래서 괜히 영화를 보면서 나만 저곳의 열기에 합해지지 못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는 그들처럼 땀을 흘리고 있다. 어떻게 하면 내가 본 것들을, 들은 것들을, 찾아낸 틈들을 조명하여 보여줄지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나도 저들처럼 스탑 메이킹 센스를, 상식을 깨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마지막에 도달해서야, 16번에 곡를 거쳐 웃는다. 영화 초반 카메라 측면에 조금씩 걸리는 관객들은 자리에 앉아 있거나 하나, 둘 정도만 리듬을 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연주가 지속될수록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만의 박자대로 움직인다. 그 순간을 즐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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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끝내, 영화가 다 끝난 순간에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 관객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그들은 그 순간 쉼표를 연주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삶의 순간에도 쉼표를 연주하게 되는 날이 있다. 주변은 즐거운데 나 혼자 멈춰있고 가만히 앉아서 그저 바라보게 되는 날이 있다.

 

혹은 악보의 마디가 끝나는 지점일지도 모른다. 다음 마디를 연주하기 위해서 잠시 쉬는 것. 이 역시 필요하지 않을까?


하지만 나는 그 멈춤이야말로 또 다른 리듬이라고 생각한다. 스테이지 뒤에서 조명을 준비하던 검은 그림자들처럼, 우리는 쉼표 위에서 묵묵히 다음 박자를 준비한다. 완주된 16개의 곡 사이사이, 한 번의 숨 고르기 없이 달려온 우리에게도 온쉼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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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관객들이 각자의 페이스로 일어나고 멈추기를 반복하듯, 우리도 삶의 무대 위에서 나만의 박자와 쉼표를 자유롭게 오가며 연주해야 한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Stop Making Sense”가 전하는 진짜 메시지일지 모른다. 고정된 상식을 내려놓고, 나만의 음표와 쉼표로 빚어낸 연주이자 인생을 완성해 나가는 일을 말이다.


자, 이제 당신이 무대에 오를 차례다. 오늘을 즐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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