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필자는 음악 공연을 좋아한다. 음악을 좋아하고, 공연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뮤직페스티벌을 특별히 여긴다. 드넓은 공원에서 피크닉과 공연을 누리는 매력이 있다. 야외에서 열리므로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고, 안전상의 이유로 봄과 가을에만 열린다. 그만큼 자주 볼 수 없어 아쉽지만, 시원한 물놀이가 없다면 아무리 좋아해도 여름에는 가기 꺼려지는 게 사실이다.


1년 전, 아트인사이트를 통해 실내에서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뮤직페스티벌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심지어 최대 규모의 실내형인 데다 여름의 뮤직페스티벌로 자리매김한 공연이었다. 바로 ‘SOUNDBERRY FESTA’이다. 하지만 향유하기를 망설였다. 시간이 돼도 가지 않았다. 의구심 때문이다.


뮤직페스티벌의 매력은 야외와 피크닉 컨셉이다. 탁 트인 야외에서 돗자리 위에 앉아 공연을 보는 것, 여기저기 분포된 있는 무대를 찾아가서 취향에 맞는 공연을 선택하는 것. 이런 자유와 여유가 뮤직페스티벌의 특장점이기 때문이다. 이 점이 빠진 뮤직페스티벌이라니,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대신 행보를 살폈다. 매년 여름마다 열리고, 사람들의 긍정적인 후기가 유지되고 있었다. 인지도는 점점 올라갔다. 충분히 돌다리를 두들겨봤다고 생각하여 이번에는 사운드베리페스타를 향유하기로 했다. 직접 향유해보니 그동안 의구심을 괜히 품었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십 년 넘게 여름의 뮤직페스티벌 자리를 꿰찰만하다.

 

SOUNDBERRY FESTA'25 의 컨셉은 오감이었다. 인디밴드, 싱어송라이터, 힙합, 록, 일렉트로닉, 발라드로 장르가 다양했다. 일본 국적의 아티스트 공연도 있었다. 이벤트존에는 촉각과 후각을 자극하는 여러 체험부스가 있었다.


필자도 공연 컨셉에 맞게 리뷰를 적어본다.

 

 

 

오감 |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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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뮤직페스티벌의 공식을 깬 건, 신선함을 얻어도 매력은 잃을 수 있다. 그래서 걱정이 되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들어서자 탁 트인 넓은 실내가 눈에 들어왔다. 펜스로 공연장의 반을 나누었는데도 공간이 여유로울 정도였다. 알록달록한 조명까지 더해져 판타지 분위기가 느껴졌다. 한강의 야경이 떠오르기도 했다.


공연존에는 두 개의 무대가 있었다. 왼쪽무대는 FRESH STAGE, 오른쪽 무대는 COOL STAGE 테마였다. 아티스트들은 어울리는 테마의 무대에 올랐다. 평소 밴드 무대는 악기 세팅하는 시간이 있어서 지체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 페스티벌에서는 한 곳에서 두 개의 무대가 있고, 번갈아 가며 공연해서 지체되지 않고 바로 시작했다. 한 번은 왼쪽 무대에서 공연을 보다가 오른쪽 무대를 힐끗 봤다. 커튼 뒤로 다음 순서의 아티스트가 악기를 세팅하고, 진행 중인 공연을 구경하고 있는 실루엣이 보였다. 그 모습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F&B존+이벤트존과 공연존은 펜스로 분리되어 있었으며,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통로도 있었다. 공연존에도 FRESH STAGE와 COOL STAGE를 펜스로 구분되어 있었다. 펜스로 구역을 분리한 덕에 야외 뮤직페스티벌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공연을 즐기는 기분을 낼 수 있었다. 괜한 걱정을 했었다.


그날은 비가 오고 습도가 높았다. 밖의 상황과 달리 공연장 내부의 환경은 쾌적했다. 시설도 좋았는데 가장 편리했던 점은 화장실이었다. 장시간동안 머물며, 먹고 마시므로 화장실이 중요했다. 킨텍스를 처음 방문했기에 로비 화장실을 이용하는 건 아닌지 걱정했지만, 안에 화장실이 곳곳에 있는 걸 확인하고 안도했다. 하지만 실내이다 보니 화장실 개수가 제한적이었다. 다행히 손목밴드만 있으면 공연 홀을 벗어날 수 있어서 킨텍스 로비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었다. 특히 이용자가 몰릴 때 홀 안과 밖의 화장실을 모두 사용할 수 있어 편리했다. 물티슈와 같이 생필품이 필요할 때 로비에 있는 편의점도 이용할 수 있었다. 홀 안에 화장실이 있음에도 재입장이 가능하게 한 점은 효율적인 시스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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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존은 테이블이 길게 배치되어 있었고, 좌석이 매우 많았다. 좌석 간 간격이 좁지 않아서 답답하지 않았다. F&B존에서도 대형 스크린을 통해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사이드에는 다양한 메뉴의 F&B트럭과 각종 체험을 할 수 있는 이벤트존이 있었다. 두 곳의 포토존과 네온의자와 피크닉처럼 바닥에 앉아서 관람할 수 있는 좌석도 있었다. 특히 F&B존은 실내인지 야외인지 헷갈릴 정도로 감성적인 분위기가 돋보였다. 긴 테이블, 탁 트인 공간, F&B트럭의 조명과 알록달록한 네온까지 마치 야시장 같았다.


무엇보다 내 눈이 호강했던 모습은 아티스트의 노래하고 연주하는 모습과 관객들의 하나 된 모습이었다. 관객들은 몸짓으로 리듬을 타고, 빠른 비트가 나오면 아이처럼 뛰기도 했다. 모두 천진난만한 표정이었다. 그런 관객을 보면서 감격하는 아티스트의 얼굴도 참 좋았다. 이러한 광경은 공연장에서만 볼 수 있으며, 내가 좋아하는 모습이다. 하나라도 놓칠세라 열심히 눈에 담았다.


신선한 모습도 눈에 담았다. 다른 공연에 비해 혼자 온 관객이 많았다. 혼자서 음식을 맛있게 먹고, 공연도 온전히 즐겼다. 표정이나 몸짓에서 민망함과 어색함은 전혀 없었다. 다른 관객들도 혼자 온 관객을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익숙해하는 것 같았다. 이 뮤직페스티벌 장르의 특성 탓도 있지만, 서로 존중하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오감 | 후각, 미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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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뮤직페스티벌이 준비한 오감 중 가장 궁금했던 건 후각이었다. 알고 보니 이벤트존에 향수 체험 부스가 있었다. 여러 향수를 시향해본 후, 아티스트와 어울리는 향기를 고르는 체험이었다. 다른 곳에서는 여러 향을 시향하고 싶어도 눈치 보여서 못 했었는데, 그 아쉬움을 이곳에서 달랠 수 있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어울리는 향기를 직접 골라보는 것도 이색적이었다.


사운드베리페스타가 준비한 후각은 여기서 끝이었지만, 하나 더 찾았다. 푸드트럭에서 풍기는 맛있는 냄새였다. 그렇다고 음식 냄새가 홀 전체에 진동하진 않았다. 신기하게도 F&B존에서만 음식 냄새가 나서 공연존에서는 음식 냄새에 방해받지 않고, 음악에 집중할 수 있었다.


F&B 메뉴는 다양했다. 음료, 디저트, 식사, 안주, 간편식까지 있어서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었다. 우리는 닭강정, 오코노미야키 소바세트, 페퍼로니피자, 맥주, 에이드를 맛보았다. 맛은 중간 정도로 부담 없이 먹기에 좋았다. 가격대가 좀 높았지만, 양이 푸짐했다.

 

 

 

오감 | 청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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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편식한다. 힙합과 록 장르(록 발라드 제외)는 기피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거리를 뒀다. 그런데 어느새 내가 무대 앞에 있었다. 그때의 나를 떠올려보니 아직 적응이 안 돼서 우두커니 있는 내 모습이 좀 웃기다. 빠르게 쏟아지는 가사와 비트에 미간이 움찔대기도 했다. 그러더니 슬그머니 손가락이 움직이고, 머리가 리듬에 맞춰 움직였다. 곡이 바뀌면서 엉덩이는 미세하게 씰룩대기 시작하더니 리듬에 맞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시끄럽고 정신없다며 기피하던 음악에 반응하다니, 의외였다. 그때는 새로운 자극에 청각이 깨어난 순간이었다.


그러다 감성 멜로디를 들을 때는 적응하느라 고생했던 청각이 릴렉스 되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 익숙함은 안락함을 선사한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라인업 덕분에 두 가지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보물을 발견했다. 원위, 한요한, 아마자라시였다.


원위의 음악은 평소 좋아하던 스타일이었다. 감성적인 멜로디와 가사, 구멍 없는 실력, 가창력과 음색을 가진 보컬, 무대매너에서 드러난 끼, 멤버들의 훈훈한 외모까지 좋아할 수밖에 없는 아티스트였다. 씨엔블루, FT아일랜드의 뒤를 이어가는 밴드라는 생각이 들었다.


싱어송라이터이자 래퍼 한요한은 보컬의 유머와 센스, 무대 퍼포먼스, 기타 연주와 랩 실력이 돋보였다. 관객과 소통까지 잘해서 공연 참 잘한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음악스타일은 록과 힙합이다. 평소 기피하던 장르였다. 한요한이 가진 매력과 힘 덕분에 음악 편식을 고칠 수 있었다.


아마자라시는 일본의 아티스트이다. 검색해보니 내한 공연까지 할 정도로 한국 팬들도 많고, 일본과 한국에서 유명한 밴드였다. 얼굴을 공개하지 않아서 무대위에 커튼이 내려진 채로 공연이 진행됐다. 실루엣만 보일 뿐이었다. 관객은 아티스트와 교감하며 공연하는 것에 행복을 느끼는데, 그 빈자리를 실력과 영상미가 채워줬다. 특히 음악이 매우 좋았다. 일행이 F&B존에 있다가 멜로디가 좋아서 공연존으로 넘어가자고 말할 정도였다.


커튼에 비치는 아마자라시의 실루엣과 공연장을 가득 메우는 몽환적인 음악, 아름다운 영상까지 더해져 신비스러웠다. 무엇보다 가사가 좋았다. 상처와 성장에 관한 내용이었으며, 위로와 용기의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표현이 시적이거나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은 가사도 있었다. 깊이 있고 무거운 가사를 좋아하는 내가 아마자라시에게 빠지는 건 당연한 순리였다. 가사의 무게감을 눈치챈 시점부터는 리듬 타는 몸짓을 멈추고 가만히 들었다. 처음인 만큼, 가사에 집중하여 그 무게감을 오롯이 느끼고 싶었다. 아마자라시가 풍기는 신비스러운 매력과 최고의 실력, 심도 있는 가사가 서로 어우러지는 게 환상적이었다.

 

 

 

오감 촉각 (느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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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존에 촉각을 체험할 수 있는 부스도 있었다. 부스 안에는 검은색 박스가 여러 개 놓여있었다. 박스 하나를 골라 손을 넣어 어떤 물건인지 맞히는 게임이었다. 오로지 촉각이라는 감각에 집중할 수 있는 체험이었다.


촉각을 느낄 수 있는 곳은 한정적이었지만, 기준을 넓게 잡으면 그 감각을 깨우는 기회가 많았다. 쾌적하고 넓은 홀 내부와 효율적인 시스템에 편안함을 느낀 것도 촉각이라고 본다. 공연과 단합된 관객들을 보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음악과 떼창 그리고 환호를 들으면서 어떤 감정을 느낀 것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피부에 닿은 것만 촉각인 게 아니라 무언가를 ‘느끼다’도 촉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뮤직페스티벌에서는 촉각을 가장 많이 느꼈다.


공연 내내 관객의 반응을 살펴보니, 신예아티스트부터 팬층이 두터운 아티스트까지 온 모양이었다. 하지만 필자는 이름만 들어본 아티스트만 있을 뿐, 음악도 공연도 처음 접해보는 아티스트들 투성이었다. 평소 뮤직페스티벌에 가면 몇몇을 제외하고는 아는 가수에, 아는 곡들이었다. 심지어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했던 곡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아티스트들을 알아가고, 발견하는 뮤직페스티벌의 의미를 잊어버렸다.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마음을 열어 귀를 기울였다. 사실 원래 처음 듣는 곡이어도 열린 마음으로 향유하는 편이긴 하다. 문제는 기피했던 장르와의 마주함이었다. ‘불호’가 마음에 자리잡고 있으니 열린 마음으로 대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나 뮤직페스티벌의 의미를 떠올리며 마음을 열고 들었다. 그러다가 익숙한 장르의 음악이나 들어봤던 곡이 나오면 매우 반가워했다.


그렇게 잊고 있던 뮤직페스티벌의 의미를 생각하며 이에 맞게 관람했다. 평소보다 더 깊고, 넓게 뮤직페스티벌을 향유한 시간이었다.


*


언젠가부터 마음 상태 때문인지, 신선한 곡을 찾지 못해서인지 음악에 권태로움을 느꼈다. 금방 끝날 것 같았던 음악 권태기가 길어져 지쳐있던 시기에 보물을 발견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새로운 음악을 알게 되고, 알아가는 과정은 (역시) 내게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보물들의 음악을 재생했다. 플레이리스트에 새로운 곡들이 추가됐다.

 

 

 

아쉬운 점


 

밖의 환경에 비해 홀 내부 환경은 쾌적했지만, 솔직히 엄청 시원하진 않았다. 일행을 비롯하여 더위를 느끼는 관객이 많았다. 이벤트존은 오후 늦게 가니 상품이 다 소진되어 미션을 성공해도 경품을 받을 수 없었다. 럭키드로우도 마찬가지였다. F&B존의 규칙이 자리 맡기 금지였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심지어 대놓고 자는 사람도 많았다.) 아무리 자리가 많이 준비되어 있었지만, 워낙 관객이 많아서 몰리는 시간에는 자리가 없었다. 결국 짐을 놓고 장시간 자리를 비운 관객 때문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이 점들이 개선된다면 더 좋은 뮤직페스티벌이 되리라고 본다. 그리고 아마자라시 공연이 진행 중일 때는 초상권 보호를 위해 사진과 동영상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다. 이 내용이 공연존 입구와 공연 시작 전 스크린에 안내문이 띄워졌다. 그러나 공연존 입구에 있는 안내문은 측면에 있었으므로 안 보고 지나치기 쉽다. 뮤직페스티벌의 특성상 중간에 투입하는 관객도 많으므로 중간중간에 안내 자막을 띄우는 편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공연 중에 직원들이 돌아다니면서 제지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관객은 억울하고 황당할 수도 있다. 그리고 엄숙한 표정으로 눈을 부릅뜨고 여러 명이 돌아다니니 관람 흐름에 방해가 되었다.

 

 

 

필자의 tmi


 

함께 갔던 그는 원래 최신곡 위주로 듣는 사람이었다. 나를 만나고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한 이후부터는 내가 추가한 음악들만 들었다. 그렇게 나의 플레이리스트가 우리의 플레이리스트가 되었다. 어느 날 그에게 뮤직페스티벌의 존재를 알렸고 봄과 가을에 열리면 같이 가자고 했다. 남자친구가 생기면 함께 가고 싶었다는 속내까지 털어놨다. 고맙게도 그는 내 말을 따라줬고 즐겨...주었다. 그는 우리의 플레이리스트에 있던 곡들이 많이 나와서 더 적응하기 쉬웠다고 말했다. 그 후로 그는 나와 함께 뮤직페스티벌의 단골 관객이 되어주었다.


이번에 다녀온 뮤직페스티벌에서는 우리의 플레이리스트에 있던 곡은 단 한 곡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지루해했다. 그래도 나를 봐서 버티더니 어느새 즐기고 있었다. 심지어 일본 아티스트의 곡은 이해하기 매우 힘들어했던 그가 멜로디가 좋아서 가보자고 먼저 말을 꺼내기도 했다. 마음에 들었던 아티스트는 직접 검색도 했다. (아마자라시에 관한 정보도 그에게 들은 거다.) 그런 그의 모습에서 성장을 느꼈다. 음악을 수동적으로 향유하던 사람이 능동적으로 변한 거다. 이번 뮤직페스티벌을 통해 나는 음악 편식에서 벗어나기 시작했고, 그는 능동적으로 음악을 즐기게 됐다. 우리는 함께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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