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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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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를 뜻하는 라틴어 럭셔스(Luxus)에서 파생된 ‘럭셔리’는 17세기 이후 사치품을 지칭하는 단어로 사용되었다. 오늘날 럭셔리란 호화로운 사치품이자 뜻밖의 호사를 의미하며, 명품의 동의어로 여겨진다. 더 나아가 화려한 외면의 물질성과 더불어 시간이나 경험과 같은 희소성을 지닌 가치 앞에서도 우리는 ‘럭셔리’를 떠올린다.
 
이번 서울미술관과 R.LUX(이하 알럭스)의 공동 기획전 Art of Luxury는 럭셔리, 더 나아가 럭셔리한 ‘예술’을 관람할 수 있는 전시였다. 알럭스는 2024년 10월에 론칭한 럭셔리 뷰티 버티컬 서비스로, 최신 트렌드에 기반한 다채로운 상품 큐레이션과 하루 안에 도착하는 배송 혜택을 결합해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
 
이번 전시는 누적 관람객 10만명을 돌파하며, 관람객들의 관심과 성원에 보답하고자 6월 1일까지 예정되었던 전시 기간을 7월 13일까지 연장한다.

앤디 워홀, 쿠사마 야요이, 김환기, 이우환 등 국제적인 예술가 18인의 작품 26점이 출품된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부터 동시내에 이르는 폭 넓은 시대적인 배경을 지닌 예술 작품을 소개하며 럭셔리의 본질을 살펴본다.

물질적인 특성을 탐색하는 Material Luxury, 정신적인 특성을 탐색하는 Spiritual Luxury와 Timeless Luxury, 알럭스가 기획한 Inspiring Luxury 총 4가지 섹션으로 구성된 전시는 다양한 영상 콘텐츠와 함께 시각, 후각, 청각이 공존하는 공감각적 공간 연출로 색다르고 풍성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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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입구를 들어가자마자 선명한 노란색과 검은색의 대비가 인상적인 쿠사마 야요이의 pumpkin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첫 번째 섹션인 Material Luxury는 럭셔리의 화려한 외면과 물질적인 속성을 연상시키는 국제적인 예술가들의 대표작으로 구성되었는데, 앞서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잘 알려진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 외에도 상업 인쇄물의 기법으로 제작된 앤디 워홀의 flowers, 샐러브리티의 신체를 본 딴 살바도르 달리의 소파, 일상적인 언어를 예술로 승화시킨 로버트 인디애나의 조각 등 일반인에게도 친숙한 작가들의 유명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다음 섹션인 Spiritual Luxury에서는 럭셔리의 비물질적인 속성과 연결되는 시선, 경험, 지식, 자유와 관련된 전시였다.
 
절제된 색채와 섬세한 질감이 돋보이는 작품들은 물질의 영역에서 정신적인 영역으로 관객을 인도하며 묵상의 시간을 제공한다. 가로로 또 세로로 이어지는 작품들을 고요히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 차분하고 편안한 마음이 들어서 개인적으로 가장 오랜 시간 머물렀던 섹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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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less Luxury에서는 한국의 미가 깃든 조선시대 백자 달항아리를 관람할 수 있었는데, 절제와 담백함을 품은 시대를 뛰어넘은 아름다움의 극치를 느낄 수 있었다.
 
진정한 럭셔리란 지나치게 과하거나 주렁주렁한 것이 아닌 저토록 담백하고 깨끗한 것이 아닐까. 딱히 럭셔리와 가깝지 않은 일반인인 내게도 유독 선명하게 느껴졌던 투명한 아름다움이었다.

Inspiring Luxury 섹션은 메모파리, 엑스니힐로, 메종마르지엘라, 딥디크 등 알럭스에 입점한 글로벌 뷰티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진행된 브랜드 존으로, 내가 방문했던 5월엔 시슬리의 향수를 직접 시향해 볼 수 있었다. 은은한 향과 함께 전시를 더욱 깊이 있게 관람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이다. 다가오는 6월엔 조말론이 시그니처 향수와 브랜드 역사를 소개하며 관람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칼 라거펠트가 남긴 ‘럭셔리는 지속적인 압박감 속에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라는 말과 가장 잘 어울리는 전시였다.
 
한국적인 미가 돋보이는 서울미술관이라는 장소와 함께, 은은하고 때론 다채롭게 아름다운 진정한 ‘럭셔리’란 무엇인지를 관람할 수 있는 즐거운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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