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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뮤지컬에는 다양한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 중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신이 되기를 욕망했던 주인공이다. '신에게 도전하거나 신이 되고 싶어 하는' 주인공의 서사는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고 초월적인 존재가 되고자 하는 근원적인 욕망과 그로 인한 비극적 결말을 보여준다.


여기 신이 되고자 했지만 처절한 최후를 맞이한 빅터 프랑켄슈타인, 야가미 라이토, 헨리 지킬이 있다.

 



위대한 생명 창조의 역사가 시작된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시체의 조각을 조합하여 생명을 창조하는 실험에 성공해 낸다. 이는 종교에서 창조주인 신만이 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생명을 부여하는 행위'에 인간이 직접 개입하는 가장 원초적인 형태의 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인류를 역사의 주인으로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시작했던 생명 창조 실험은 극의 후반부로 갈수록 지극히 사적이고 개인적인 목적으로 전락한다. 이는 결국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오만한 시도에 불과했던 것이다.

 

 

 

 

빅터는 자신이 창조한 피조물에 대해 책임감과 더불어 혐오와 공포라는 양가의 감정을 동시에 느낀다. 생명을 창조해 내겠다는 자신의 오만함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희생과 죽음으로 이어졌다는 죄책감과 후회, 그리고 복수심에 사로잡힌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서 빅터의 솔로 넘버들은 '위대한 생명 창조의 역사가 시작된다'와 같은 초반의 야심차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또 다시’, ‘후회’처럼 후반부의 절규하는 듯한 분위기로 변화하는데, 이러한 극명한 대비는 빅터의 내면 갈등과 빅터와 괴물의 관계, 주변 인물들의 비극적인 결말을 효과적으로 강조한다.


 

 

새로운 세상의 신이 되리라, 뮤지컬 <데스노트>


 

고등학생 야가미 라이토는 우연히 ‘데스노트’를 줍는다. 이 노트에 이름을 적으면 상대는 40초 후에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라이토는 이 데스노트의 힘을 이용해 자신이 생각하는 '악인'들을 심판한다. 이를 통해 라이토는 범죄 없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자신이 새로운 세상의 '신'이 되고자 한다. 이는 전통적으로 신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생사여탈권과 심판권에 대한 인간의 도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작품 초반, 라이토의 심판의 대상은 범죄자에 한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광기에 어려 자신이 세운 ‘정의’에 반대하거나 자신의 정체에 위협이 되는 모든 이들을 죽이고자 한다. 라이토가 스스로에게 붙인 이름 '키라'는 'Killer'를 일본식으로 발음한 것이다. 키라가 사람들로 하여금 공포와 동시에 숭배의 대상이 된 것은 라이토가 현실 세계에서 신적인 존재로 군림하려는 욕망이 발현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라이토는 인간 야가미 라이토의 모습과 '키라'라는 신적인 존재로서의 자아 사이에서 분열과 갈등을 겪으며, 점차 자신의 이상에 눈이 멀어 타인의 희생을 정당화한다. 이러한 갈등은 L과 팽팽한 두뇌 싸움과 심리전을 담은 '놈의 마음속으로'와 같은 넘버들을 통해 긴장감 있게 표현되며, '새로운 세상'과 같은 곡을 통해 라이토의 야심과 오만, 광기 어린 모습이 드러난다.


 

 

신이여 허락하소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헨리 지킬 박사는 인간 내면에 공존하는 선과 악의 본능을 약물을 통해 물리적으로 분리할 수 있다고 믿고 자신의 몸을 실험체로 삼아 실험을 감행한다. 지킬은 인간의 악한 면을 제거함으로써 완벽히 선한 인간을 만들 수 있다고 믿지만, 오히려 통제 불가능한 악 그 자체인 하이드를 탄생시키며 파멸을 맞이한다.

 

 

 

 

지킬의 분리된 두 인격인 선량하고 이성적인 지킬 자신(선)과 충동적이고 잔인한 하이드(악)는 끊임없이 충돌한다. 지킬은 하이드의 존재를 억누르고 통제하려 하지만 점차 힘을 잃어가고, 하이드가 저지르는 악행으로 인해 극심한 죄책감과 고통을 느낀다. 동시에 하이드로서 억압된 욕망을 해소하는 데서 오는 기묘한 해방감과 유혹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이러한 내면의 분열과 투쟁은 '컨프론테이션(Confrontation)'이라는 넘버에서 한 배우가 지킬과 하이드를 오가며 부르는 방식을 통해 가장 극적으로 표현된다. 지킬과 하이드일 때의 목소리, 표정, 몸의 높낮이, 조명 등의 변화를 통해 내면의 분열을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데스노트>, <지킬 앤 하이드>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신에게 도전하거나 신이 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보여준다. <프랑켄슈타인>은 '창조'에 대한 도전을 통해 창조자의 책임과 과학 윤리를, <데스노트>는 '심판'이라는 행위를 통해 정의란 무엇인지를, <지킬앤하이드>는 '인간 본성'에 대한 개입을 통해 내면의 분열과 통제 불능의 비극을 조명한다. 세 작품의 주인공들은 모두 자신의 이상이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기존의 질서나 한계를 넘어서려 하지만 결국 파멸에 이른다. 이러한 서사는 인간의 오만함과 욕망의 위험성을 경고함과 동시에 인간 존재와 그 한계에 대해 성찰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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