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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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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 대하여


 

<소년에게서 온 편지 : 수취인 불명>은 두 명의 아티스트, 클로이와 나타샤가 함께 집필하고 연기하는 2인극이다.

 

베트남 전쟁 시기를 배경으로 한 해당 연극은 소년들의 삶과 전쟁 역사를 교차함으로써 당시 사회의 부조리함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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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에서 직접적으로 언급되는 대통령은 린든 B. 존슨(Lyndon B. Johnson)으로, 베트남 전쟁의 규모를 확산시킨 주요 인물이다. 그는 징병 제도를 강화하여, 대규모 군인을 차출해 전쟁에 투입했다.

 

해당 전쟁은 약 300만 명 이상의 희생자를 낳았고, 미국군 또한 5만 명 이상 희생되었으며, 그보다 더 많은 규모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전쟁의 후유증으로 생존자 중 높은 비율이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었으며, 화학 무기로 인한 후유증, 기형아 출산 등의 이차적 피해가 이어졌다.

 

사회∙문화적으로는 반전과 평화의 물결이 일었고, 우드스톡과 히피 등이 전쟁을 반대하는 중요한 상징으로 급부상했다.

 

 

 

무대는 포화 상태


 

<소년에게서 온 편지>는 2인극으로 무대 소품은 타이어와 하모니카 정도로 매우 미니멀하다.

 

그러나 무대는 이미 포화 상태다. 무대 끝에서 반대편 끝으로 도약하는 극적인 퍼포먼스와 어마어마한 대사량이 60분의 극을 빈틈없이 채운다. 무엇보다도 역할에 깊이 몰입한 배우들의 표정과 눈빛이 관객을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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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신체 언어는 단순히 대사를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 감정의 진폭과 내면의 갈등을 여과 없이 드러내며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마치 산소가 점점 부족해지는 듯, 관객들은 숨을 죽이며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소년은 자라서 무엇이 될까요


 

유년 시절의 ‘놀이’는 결국 그들이 자라서 맞닥뜨릴 ‘현실’이 된다. 어쩌면 에이스(Ace)와 호퍼(Grasshopper)는 완전히 어른이 되기도 전에 국가가 바라는 이상적인 ‘남성’이 되어야 했다.

 

그들이 외치는 기도문에는 걱정, 두려움, 공포와 같은 자연스러운 감정이 배제되어 있다. 전쟁을 목전에 둔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느낄 만한 것이지만, 벌레를 무서워하는 것 만큼 사치스러운 감정일 뿐이다. 그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그저 담대함, 호승심, 국가를 향한 신뢰다.

 

궁극적으로 건장한 남성 그 이상의 ‘완벽한 군인’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군인의 희생은 숭고하고 자랑스러운 일로 치부되지만, 한 사람의 자아와 인간성은 상실된다.

 

결국 그들의 이름을 기억해 주는 사람은 없다. 소년은 ‘아무’도 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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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명의 수취인, 밥 딜런(Bob Dylan)



 

while the young people's blood

젊은이들의 피가

Flows out of their bodies

그들의 몸을 타고 흐른다

And is buried in the mud

그리고 진흙 속에 묻힌다

 

Masters of War, Bob Dylan

 

 

이 글을 쓰면서 소년들의 편지를 받았을 또 한 명의 수취인이 떠오른다. 밥 딜런(Bob Dylan)이다.

 

그는 Masters of War를 통해 전쟁을 일으키는 지도자를 강하게 비판한다. 그들은 국가라는 이름 뒤에 숨어, 아버지라는 이름 뒤에 숨어 청년들을 맹목적인 순종으로 이끌었다. 노래의 가사처럼 그들은 총과 전투기, 폭탄을 만들었지만, 정작 전쟁의 순간에서는 벽과 책상 뒤에 숨어버린다.

 

국가 위상 뒤에 숨은 채 전쟁의 참상은 고스란히 젊은이들에게 전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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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에도 계속되는 전쟁을 생각해 본다. 우리는 여전히 전쟁을 일으킨 사람과 죽는 사람이 일치하지 않는 부조리 속에 살고 있다. 이성의 사고 끝에 전쟁을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가진 것 없이 태어나 가진 것 없이 죽는 섭리가 우리 모두에게 동등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적어도 이 편지를 읽은 사람은 반전을 도모하고, 종전을 외쳐야 한다.

 

 

Yes and how many deaths

그래요, 얼마나 많은 죽음이

Will it take 'til he knows

있은 후에야 알게 될까요?

That too many people have died?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걸

The answer my friend

그 대답은

Is blowing in the wind

바람 속을 떠돌고 있어요

The answer is blowing in the wind

그 대답은 바람 속을 떠돌고 있어요

 

Blowin' in the Wind, Bob Dy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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