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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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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보이 인 더 풀>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런칭 포스터01_여름, 2007 만남.jpg

 

 

지난 4월 30일, <보이 인 더 풀>의 시사회가 진행되었다.

 

영화는 석영과 우주라는 인물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크게 2007년, 2013년이었고 이때의 여름을 그리고 있어 여름의 온도와 바다의 내음이 느껴지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비밀을 나눈 사이에서 함께 성장하는 사이까지, 인물들의 관계가 서서히 변화하는 점도 흥미로웠다.

 

영화는 석영이 이사 간 시골에서 물갈퀴를 가진 우주와 친해지며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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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우주가 가진 ‘물갈퀴’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데 흥미로웠던 점은 상황에 따라 물갈퀴의 상징이 변화한다는 점이었다.

 

2007년 여름, 석영에게 처음 말한 우주의 물갈퀴는 이들이 간직한 비밀이 된다. 우주에게 있어 발에 달린 물갈퀴는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자신의 결핍이다. 우주는 이 결핍을 꽁꽁 싸매려 하지만 석영에게만큼은 드러낸다. 이때 석영은 우주의 물갈퀴를 보고 놀라지만 이것을 남들에게 말하거나 우주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우주에게 수영을 같이하자 말한다. 여기서 물갈퀴의 상징이 한 번 바뀐다고 생각했다.

 

우주의 결핍이던 물갈퀴는 석영의 이해와 도움으로 인해 우주가 가진 재능으로 변화한다. 물갈퀴를 가진 우주는 더 이상 물갈퀴를 부끄러워하거나 숨기려 들지 않고 석영과 함께 물에 뛰어든다. 이러한 우주의 변화 뒤에는 석영이 있었다.

 

사실 우주의 물갈퀴는 표면적으로 무엇 하나 달라진 게 없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우주의 시선이 석영으로 인해 달라졌기 때문에 의미가 변화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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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들의 관계는 도리어 우주의 물갈퀴로 인해 깨진다. 우주에겐 물갈퀴가 있지만 석영에겐 물갈퀴가 없었기 때문이다. 석영은 우주의 물갈퀴를 재능으로 인식한다. 그렇기 때문에 물갈퀴가 없는 자신이 수영에 재능이 없다고 느낀다. 우주와의 수영 대결에서 진 석영은 그 길로 수영을 그만두고 우주는 석영이 사라진 수영장 안에 남아 계속해 수영한다. 이때 물갈퀴는 우주의 재능이자 석영의 닿지 못한 미래를 상징한다.

 

2013년 여름, 우주는 서울을 떠나 고향으로 내려온다. 물갈퀴가 점점 옅어졌기 때문이다. 수영하는 우주에게 절대적인 재능이 되었던 물갈퀴는 언젠가부터 우주의 전부가 되었다. 우주가 아무리 노력해도 물갈퀴라는 재능이 있었기에 우주의 노력은 재능에 가려져 버렸고 우주 또한 자신의 물갈퀴가 수영의 전부라고 인식한다. 그것에 쐐기를 박은 것이 고향에서 만난 석영의 말이었을 것이다. 석영은 수영을 그만두고 싶다는 우주에게 화를 내고 그러한 우주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 우주의 선택을 이해하기엔 그들이 떨어져 지낸 시간이 길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들의 갈등은 우주가 옅어지던 물갈퀴를 자신의 손으로 자른 후 더 심화한다.

 

우주는 물갈퀴를 자름으로써 그것 없이도 수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인정받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물갈퀴를 자르고 나간 경기에서 우주는 실격 처리된다. 나는 예체능을 할 때 재능이 물론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을 꾸준히 하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세상은 재능 있는 사람보다 재능 없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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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가 고향에서 되찾아야 했던 것은 물갈퀴라는 재능이 아니라 수영을 하고 싶어 했던 순수한 마음이다. 2007년 여름, 석영이 우주에게 수영하자고 말했던 이유는 우주의 재능을 먼저 보아서가 아닌 그저 우주와 함께 수영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석영이 우주를 수영장으로 데려온 이유도 이와 같다. ‘우주가 수영을 잘해서’보다 ‘우주와 함께 수영하고 싶어서’이다. 그러나 우주도, 석영도 이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더욱더 여운 남았다. 아쿠아리움을 온 석영을 따라 천천히 수영하며 작은 공간으로 누비는 우주의 모습이 다시 2007년의 여름으로 돌아간 듯싶어서 인상 깊었다. 경쟁하는 수영장이 아니라 자유로이 누비는 아쿠아리움이 우주에게는 더 편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관람하면서 어릴 적 내가 꿈꾸었던 꿈과 좌절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래서 수영을 포기하지 않고 헤엄치는 우주의 선택이 더 빛나 보였다. 물살을 가르며 헤엄쳤던 순간들이 우주에게 마냥 힘들었던 기억만으로 남아있지 않은 것 같아 우주의 미래를 응원하게 되었다.


<보이 인 더 풀>은 5월 14일 개봉 예정이다. 바다와 청춘, 여름, 그리고 꿈과 어울리는 작품이니 관심 있는 사람들은 꼭 보러 가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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