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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가 사랑한 예술가들'은 미카엘 페피아트가 쓴 책입니다. 미카엘 페피아트는 미술평론계의 거장이자, 여러 화가들을 생전에 많이 만났던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단순히 그림에 대한 평가보다는, 화가들의 삶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심지어 한두명이 아니라 스물일곱 명의 화가들 삶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미술 관련 도서는 그림이 실려있지만, 이 책에서는 화가의 사진만이 실려있다는 점에서, 책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PART 1

1 빈센트 반 고흐: 그림자와 햇빛의 사이에서

2 아리스티드 마욜: 후원자와의 특별한 동행

3 피에르 보나르: 행복을 그린 화가의 어두운 면

4 오브리 비어즐리: 짧았던 찬란함

5 피카소: 예술가가 세상에 자신을 보여 주는 방식

6 호안 미로: 시인 중의 화가

7 소냐 들로네: 색으로 바라보는 세상

8 크리스티안 샤드: 1920년대의 초상


PART 2

9 도라 마르: 피카소의 그늘에 가려진 예술가

10 앨리스 벨로니리월드: 어느 뮤즈의 초상

11 존 리처드슨: 마법사의 제자


PART 3

12 앙리 미쇼: 화가이자 시인

13 장 뒤퓌페: 교양과의 전쟁

14 브르통에서부터 베케트까지: 자코메티 사단의 작가들

15 자코메티를 기억하며: 자크 뒤팽과의 인터뷰

16 발튀스: 깨어진 꿈

17 살바도르 달리: 부끄러운 삶


PART 4

18 니콜라 드 스탈 : 물감의 언어를 발명한 개척자

19 조란 무시치: 다하우 강제 수용소 이후의 창작

20 다도: 일상의 잔혹함


PART 5

21 안토니 타피에스: 마법 같은 미술

22 프랜시스 베이컨: 수수께끼의 인물

23 반 고흐와 베이컨: 위대한 유산

24 베이컨과 자코메티: 끔찍한 진실에 관한 시각

25 루치안 프로이트: 시대를 거스른 사실주의 화가

26 레이먼드 메이슨: 삶의 격랑에 맞서다

27 R. B. 키타이: 소설 같은 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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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오브리 비어즐리, '살로메'

 

 

오브리 비어즐리는 스무살에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됩니다. 결핵으로 인해서 5년 안에 사망할 것이라는 선고를 받은 것입니다.

 

["오브리 비어즐리는 자기가 젊은 나이에 죽게 될 줄 아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운명에 따라 삶에 가속기가 붙어 있었다. 그런 그는 일찌감치 야망을 품었다. (중략) 그기 피아노를 칠 때 옆에 해골 모형을 관객처럼 앉혀 놓는 습관을 갖게 된 것도 이때에 대한 향수 떄문이었을지 모른다."] (p.80)

 

건축사무소에서 일하던 중, '아서왕의 죽음'에 실릴 삽화 그림을 의뢰 받기도 하고, 희곡 '살로메'에 넣을 삽화도 의뢰 받게 됩니다. 오브리 비어즐리는 아시아 양식, 특히 일본풍 그림에 크게 영향을 받았고 동시에 건축의 엄격한 구도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오브리 비어즐리는 정교하면서도 오직 흑백의 대비를 사용하고, 마치 서양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하지만, 오브리 비어즐리는 삽화에 몰래 선정적인 요소를 넣는 등, 성적 요소들을 넣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후 함께 작업하던 남성과 부적절한 관계였다는 이유로 법정에 회부되기도 했는데, 이는 명확한 증거는 없었습니다. 훗날 시한부 선고 받은대로 스물다섯살에 세상을 떠나기 직전, 오브리 비어즐리는 그간 선정적 요소 그림에 넣은 것을 후회하며 관련 그림들을 모두 불태워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욕망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준 오브리 비어즐리의 그림 수요는 계속 지속되었고, 오브리 비어즐리의 삽화는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비록 25년밖에 살지는 못했지만 '죽기 전 유명해지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이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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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크리스티안 샤드, '로테'

 

 

샤드는 '그림을 그리는 것은 지적인 일이 아니라 직관적인 일이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그림을 직관적인 반응을 통해, 사람에게서 직접 받은 분위기를 반영해 초상화를 그려냈습니다. 다른 화가들과 달리 초상화에서 배경과 소품을 이용해 상징적 의미를 넣은 것도 특징입니다. '자화상'이라는 그림에서는 '수선화'를 넣어 '돌이킬 수 없는, 깨져버린 관계'를 상징하도록 하기도 하고, '로테'라는 작품에서 '댄스클럽'을 배경으로 그려내어, 실제로 '로테'라는 여인을 만난 클럽을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이때 '로테'에서는 샴페인 잔이 내내 비어있는 채로 묘사되었는데, 로테의 자립적이고 중성적인 면모와 동시에 '그녀의 고독'을 상징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로테의 경우엔 눈길을 끄는 옅은 색 눈과 티 없이 맑은 피부만이 아니라 남자 파트너의 도움 없이 자기 의지대로 살기로 결심한 젊은 여성으로서의 용기 있는 자세에도 마음이 움직였다. 다만 로테의 자립성은 그녀가 그날 저녁에 골라 입은 브래지어가 셔츠에 진홍색으로 비쳐 보이는 바람에 모순되어 보인다. 또 그녀 뒤쪽의 거울에 비치는 텅 빈 댄스 플로어는 그녀의 고독을 반영하는 듯도 하다."]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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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도라마르, '당신을 기다리는 세월'

 

 

도라 마르는 ‘피카소의 그늘에 가려진 사진 예술가’라고 저자는 소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저자는 프로방스의 마을, 메네르브에서 만나 도라마르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고 합니다. 도라 마르는 감각적인 사진 작가 였습니다. '당신을 기다리는 세월'이라는 작품에서는 거미줄 한가운데 거미가 있고, 그 뒤에 여인의 얼굴이 위치해 있습니다. 마치 거미줄에 걸려 이도 저도 못했던 도라 마르의 처지를 보여주는 듯 합니다.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도라 마르와 피카소의 관계를 알아야 합니다.


피카소는 마리테레즈와 도라 마르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수동적이던 마리테레즈에게 질려버리고, 주체성이 강했던 도라 마르와 깊이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도라 마르는 프랑스인 어머니와 슬로베니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자유분방'하고 '넓은' 시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르헨티나에서 자랐기에 스페인어가 유창했고, 피카소의 그림 '게르니카'를 그리는데에 작업실을 잡아주거나 작업 전개 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해주는 등 큰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카이에 다르' 잡지에 실린 피카소의 사진은 모두 도라 마르가 찍어준 것이었습니다. 또한 '우는 여인'의 모델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피카소와 도라 마르의 사랑은 영원하지 못했습니다.

 

["1945년에 이르러 질로가 도라를 밀어내고 피카소의 모델이자 '정식' 애인 자리를 차지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완전히 끝이 났다....우울증에 빠져 가장 좋은 상황일 때조차 기분이 오락가락하기 일쑤였다."] (p.151)

 

도라 마르는 초현실주의를 이끈 여성 사진작가로서, 최근에는 '피카소의 연인'이라는 그늘에서 벗어나, 재평가되고 있습니다. '나뭇가지 모양의 촛대'는 누드의 여인이 촛대로 몸을 가린채 서있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했고, '당신을 기다리는 세월'을 통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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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피카소, '우는 여인' & '게르니카' _ 도움: 도라 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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