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피아노와의 첫 만남



piano-2564908_1280.jpg

 

 

세상에 태어난 지 4년째 되는 날, 엄마 손을 붙잡고 어디론가 걸어갔다. 도착한 곳은 인천의 아파트 단지 내에 있던 작은 피아노 학원이었다. 학원의 이름은 '예음 피아노', 커다란 피아노 의자에 앉아서 내 몸의 3배 정도 되는 큰 피아노의 열쇠 구멍 위, 건반 하나를 눌렀을 때 공간을 가득 채운 '도'라는 소리는 나에게 말해주었다.

 

'만나서 반가워! 나는 피아노야. 앞으로 잘 부탁해!'

 

그리고 그렇게 피아노와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4살부터 지금까지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피아노는 나에게 많은 에피소드를 선물해 주었다. 연습 노트에 그려져있는 10개의 과일 모양을 색칠하기 위해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피아노를 쳤고, 이게 싫어서 거짓으로 색칠한 나는 손바닥을 맞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내 피아노 소리에 박수를 쳐주고, 누군가는 내 피아노에 맞춰 노래를 부르기도 했으며 피아노를 치던 중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속상한 마음에 피아노를 미친 듯이 두들기다가 건반 한 개를 고장 내기도 했다.

 

그리고 피아노는 나에게 소중한 인연을 선물해 주기도 했다. 그 인연은 바로 이번 글의 주인공 'Shigeru Kyo, 구자경'이다. 그는 나에게 피아노의 다른 모습을 보여준 사람이었고, 그로 인해 피아노뿐만이 아닌 음악을 대하는 나의 태도와 습관까지 달라질 수 있었다. 이제부터 그의 삶이 담긴 연주를 들어보자.

 

 

 

Piano man : Shigeru Kyo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구자경이라고 합니다. 저는 현재 경희대학교 아트퓨전디자인대학원에서 석사과정 진행 중에 있고, 'Shigeru Kyo'라는 이름으로 뉴에이지 장르의 음악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Q. 활동명이 'Shigeru Kyo'라고 들었는데,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흔히 피아노를 치는 음악가들의 이름에 영어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제 이미지하고도 잘 맞지 않기도 하고, 뭔가 저는 끌리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제 한글 이름 '구자경'의 한자를 일본어를 찾아보니 'Shigeru Kyo'라는 이름이 나왔습니다.

 

 

Q.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초등학교 3학년 때 피아노와 처음 만나게 되었고, 그렇게 중고등학교 때까지 계속 피아노를 쳤습니다. 학교를 다니며 학업, 친구관계, 진로 등 다양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사춘기 생활을 보낼 때 피아노는 하나의 안식처였어요. 마치 전기장판 같다고 할까요? 너무 추울 때 덜덜 떨면서 집으로 들어와 전기장판을 켜놓은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가면 진짜 너무 편안하잖아요. 그런 느낌이었어요. 피아노를 칠 때는.

 

그렇게 피아노와 동행하며 살던 중 우연히 실용음악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고, 제 연주를 들으시고는 저에게 대학교 입시 제의를 하셨어요. 하지만 남은 시간은 2개월이었죠.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피아노로 대학을 갈 수 있다는 말이 너무 설렜고 도전을 했습니다. 그렇게 피아노와 평생을 함께하게 되었죠.

 

 

Q. 음악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요?

 

강렬했던 기억보다는 추억이 된 따뜻한 기억들이 있어요. 제가 군대에 있을 때 신병교육대 교회에서 피아노를 치게 되었어요. 그때 리더가 있었고, 노래를 하는 싱어들, 악기를 연주하는 세션들이 다 있었는데 그 사람들이 나름 잘하는 사람들이었어요. 그래서 하나의 팀처럼 활동을 했는데 신경 써서 코드를 맞추고, 편곡을 하지 않아도 서로 쳐다보며 호흡을 맞추는 그 순간이 너무 행복했어요. 어떻게 보면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어서 그랬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곳에서 연주하는 모든 시간 동안 음악적인 감동을 뛰어넘는 감동이 있었습니다. 마음이 뜨거워지는 순간이었어요.

 

 

Q. 그런 모든 순간들을 겪으며 앨범까지 내는 음악가로 성장했는데, 앨범과 본인 곡에 대한 소개 좀 해주세요.

 

'윤한'이라는 활동명으로 활동하고 계시는 전윤한 교수님의 주도로 2024년 1월부터 호텔 라운지 음악, 휴식 bgm 같은 음악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많은 곡을 냈는데 저는 이 곡이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Autumm in Jeju

 

 

 

10월 말에 발매한 곡인데, 저는 처음에 작업했던 것보다 이후에 작업한 곡들이 마음에 들어요. 특히 이 곡은 제 솔직한 마음이 담긴 곡이었던 거 같아요. 당시 제가 좀 많이 힘들었었는데, 계속 어려운 상황은 계속되고, 그런데 곡은 써야 하는 이 상황이 참 힘들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내가 쓴 음악이라도 오히려 따뜻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이런 곡을 썼던 거 같아요. 사실 가을 하면 떠오르는 그림은 굉장히 외롭고, 쓸쓸하잖아요. 하지만 제주도의 가을은 대한민국의 다른 곳보다 따뜻한 가을이더라고요. 그래서 제 쓸쓸하고 외롭고 차가운 바람이 부는 마음과 다른 따뜻한 감성의 음악을 쓰면서 따뜻함을 향한 저의 '소망', '바램'을 담았던 거 같아요.

 

 

Q. 저는 '부산발 서울행'이라는 곡도 참 좋았던 거 같아요. 이 곡을 들으면 KTX 역 도착할 때 나는 도착 음악이 떠올랐거든요? 소개 좀 해주세요.

 

 

부산발 서울행

 

 

 

어렸을 때 기차가 참 좋았던 거 같아요. 제가 차멀미가 좀 심해서 어렸을 때 친가나 외가를 갈 때 기차를 많이 이용했거든요. 그래서 기차를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된 거 같아요. 그리고 기차의 이음새에서 나는 '쿠궁쿠궁'하는 소리를 참 좋아했어요. 기차 안에서 듣는 소리와 플랫폼에서 듣는 소리가 굉장히 다르거든요? 기차 안에서 들리는 그 소리를 되게 좋아했고, 옛날 기차표 냄새를 되게 좋아했어요. 지폐처럼 생긴 옛날 기차표에서 나는 종이 냄새를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기차에 대한 좋은 추억이 많다 보니 내가 느낀 그 아름다움을 곡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예를 들어 누군가가 창가 쪽에 앉아서 창밖을 바라볼 때 이 음악을 들으면 '여행에 대한 설렘, 아름다움'이 떠오르는 음악? 낭만 가득한 곡을 만들고 싶었어요.

 

 

Q. 반대로 아쉬움이 남는 곡이 있다면?

 

Past라는 곡이 있어요.

 

 

Past

 

 

 

9월에 발매한 곡인데, 곡 자체의 멜로디보다는 코드가 주는 '몽글몽글'한 감성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멜로디보다 코드 진행을 아르페지오로 풀어서 '몽글몽글한 과거의 순간, 추억의 순간'을 꺼내고 싶었어요. 하지만 반응이 좋지는 않았어요. 저는 이 곡을 내면서 '음악은 대중들이 있어야 의미가 생기는 것'이라는 큰 깨달음을 얻었던 거 같아요. 음악이 아무리 좋아도 저 혼자만 좋아하면 그 음악은 좋은 음악이 아니더라고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 공감을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아쉽지만 한편으로는 소중한 가르침을 준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가슴을 울리는 음악'이 가장 완벽한? 최고의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Q. 저는 현재 '글쟁이의 플레이리스트'라는 글을 연재해서 쓰고 있는데 혹시 소개해 주었으면 하는 곡이 있으실까요?

 

제 곡을 소개해 주시면 너무 좋을 거 같습니다. 허허,,, 제 곡도 좋지만 말아톤 OST로 사용된 '하늘에 걸린 풍선'이라는 곡이 있어요.

 

 

하늘에 걸린 풍선

 

 

 

저는 요즘 나오는 다양한 곡들도 너무 좋지만 조금 올드한 OST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이 곡에서 현악기 소리가 나오는데 그 선율이 피아노 리듬과 같이 맞물리면서 어떤 서사를 예고하는 느낌을 주는 거 같아요. 딱 영화음악이죠? 곡이 진행되면서 후반부에 전조도 되고 음악이 조금 바뀌면서 더 절정으로 치닫는 그런 느낌이 참 좋았던 거 같아요.

 

 

Q. 네 이제 마지막으로 본인의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저는 요즘 제 커리어보다 가족을 위한 삶이 가장 중요한 거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 대학원 석사 과정, 박사 과정 잘 마무리해서 교수라는 타이틀을 가짐으로써 가족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음악 활동도 열심히 할 테니까 잘 지켜봐 주세요. 감사합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


 

ai-generated-8647284_1280.jpg

 

 

저번에 이어서 이번에도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이렇게 두 번의 인터뷰를 하면서 내가 느낀 것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큰 축복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힘은 다양한 방식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달된다. 지쳐 쓰러져있는 이들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손을 내밀기도 하고, 꿈을 찾아 헤매는 이들에게 나침반의 역할을 해주기도 하며, 너무나 외롭고 차가운 시간을 보내는 이들에게 따뜻한 손난로가 되어주며 또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필자는 저번과 오늘의 경험을 통해 하나의 소망이 생겼다. 더욱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글을 포함한 다양한 방법으로 전달해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는 세상'이 도래하는 것, 그래서 따뜻한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경건하_컬쳐리스트.jpg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