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ust by 나캘리]
이번 시는 이용한 시인의 낮에는 낮잠 밤에는 산책에 수록된 시, '불안들'입니다. 이 시는 전문을 읽어보셔도 좋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많은 이들이 하루하루 계속해 삶을 살아가지만, 그것이 쉽지 않은 날들이 분명히 있곤 합니다.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하거나 내일은 이미 오고 있음을 알면서도 외면하는 날들이요. 화자의 이야기에서 그런 일상이 드러나, 다른 이들은 멀쩡히 잘 살아가는 것만 같은데 나 혼자만 이렇게 괴로워하는 것 같을 때.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시입니다.
저도 모두가 달리고 있어 뒤처지지 않기 위해 같이 달리게 되는 것에 대해 생각을 거듭하며 자지 못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현대인들이 흔히 겪곤 하는 괴로움과 힘듦이 이런 것일까 아니면 그냥 나의 개인적인 투정 정도일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옆에 놓인 책장 속 이런 시들을 가까이하면 마음이 조금은 위로가 됩니다. 이곳은 나 혼자 있는 방 한 켠이지만, 누군가 자신의 속장면 하나를 빼꼼 열어주는 따스함이 느껴지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소설 같은 긴 이야기가 주는 감동하고는 또 다른 소중함이 있다고 느껴집니다.
또 이 시를 읽으면서 왠지 최근에 인기가 많은 영화인 서브스턴스가 떠올랐습니다. 아직 보시지 않았다면 관람을 추천해 드리고 싶은 좋은 영화였습니다. you are one. 이라는 문구가 영화 내내 등장하는데요, 본래의 나와 본래의 나에게서 나온 더 어린 나는 서로를 다른 사람이라고 인식하지만, 실제로는 기억이나 생각을 공유하지 못할 뿐 하나이지요. 현실에서도 저는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는 같은 사람임에도 다른 사람인 것마냥 할 일을 미루곤 했었습니다. 할 일을 하지 않았다는 두려움에 떨면서도요. 미련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하면 상상만큼 어렵지 않은 일에도 이렇게 두려워질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한없이 도망치고 싶을 때 다시 꺼내 들고 싶은 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