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메인 포스터01.jpg

 

 

부산국제영화제 3관왕을 차지한 박이웅 감독의 영화 <아침바다 갈매기는>을 시사회로 먼저 보고 왔다.

 

영화는 강원도 어촌에 사는 선장 '영국이 할아버지(윤주상 배우)'와 선원 '용수(박종환 배우)'가 고기잡이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파도가 거세게 몰아치는 가운데 배가 넘실거리며 그물을 풀기 시작한다. 배 위에서 넋을 놓고 있던 용수가 그물에 발이 끌려 그만 바다에 빠진다. 화들짝 놀란 영국이 할아버지는 용수를 구하려다가 팔에 부상을 입는다.

 

영국이 할아버지는 어촌에서 선원 용수, 용수의 노모 '판례(양희경 배우)', 용수의 베트남인 아내 '영란(카작 배우)'과 가족 같은 사이로 지내고 있다. 이곳에 만족하는 영국이 할아버지와 달리 용수는 이곳을 벗어나고 싶어 한다.

 

 

3.jpg


 

시종일관 우울해하던 용수는 어느 새벽 영국이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배를 타고 몰래 마을을 빠져나간다. 용수를 데려다주고 마을에 돌아온 영국이 할아버지는 그대로 해양 경찰로 향한다. 그리고 신고한다. 용수가 물에 빠졌다고.


용수의 실종에 마을이 덜컥 뒤집힌다. 그러나 신고까지 한 영국이 할아버지는 용수가 이미 죽고도 남았다고 말하며, 해경의 수색이 끝나기를 바라는 듯이 군다. 판례가 항구에 앉아 망연히 용수를 기다리고, 영란이 마을 일손을 도우며 수색의 진전을 기다리는 와중에도.


 

5.jpg

 

 

마을은 어느새 용수 수색에 힘쓰는 편과 그러지 않고 살아가는 편으로 나뉜다. 용수 수색에 힘쓰는 편은 자신들의 어업에 지장이 생긴다 한들, 이를 감수하려 한다. 그러나 그런 사정에도 생선 도매상들은 그들에게 거래를 끊겠다고 경고한다.


그런 어느 날 밤, 영국이 할아버지가 공중전화로 어딘가에 전화를 건다. 상대편 목소리는 용수다. 보험금을 타서 영란의 나라인 베트남으로 이주할 계획을 세운 용수가 영국이 할아버지에게 자작극을 부탁하고 잠적했던 것이다.

 

영국이 할아버지는 예상과 달리 해경의 수색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일단 좀 더 지켜보기로 한다.

 

한 달이 지났지만 해경의 수색은 계속되고 있다. 그 와중에 어업 관련 보험사 직원들이 마을을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마을 사람들은 어느새 돈 얘기만 하고 있다. 소박하게 사는 주민들은 용수의 보험금을 복권처럼 여긴다. 마을 사람들은 보험금을 언급하면서 영란을 부러워한다.

 

영국이 할아버지는 빨리 수색이 종료되어 사망 보험금이 나오기를 바라지만, 경찰은 가족들이 수색 종료를 요청해야 그만할 수 있다고 답한다. 결국 영국이 할아버지는 자신이 용수 가족들이 용수의 죽음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해야 하는 입장이 되어버렸다는 걸 깨닫는다. 

 

 

8.jpg

 

 

그 사이, 영란은 이대로면 영주권을 인정받지 못하고 추방될 수 있다는 통보를 듣는다. 남편이 실종된 상태라 서류에 동의를 받지 못하는데도 출입국사무소는 방법이 없다고 한다. 영국이 할아버지는 영란이 처한 상황을 생각하며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한다.

 

영화는 이처럼 마을 사람들을 속여야 하는 영국이 할아버지를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며 어촌 사람들의 분열과 욕망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영화에 집중하면서 어촌이라는 배경을 계속 곱씹었다. 평화로운 듯 보이던 어촌이 보험금 그 하나로 인해 떠들썩해지게 되는 전개 속에서, 나는 현대 사회의 자본주의가 어촌에까지 뻗어가 마을을 분열시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4.jpg

 

 

보험금으로 촉발된 갈등은 마을에 내재된, 오랫동안 묵혀온 갈등이기도 하다. 젊어서 마을 이장까지 맡았지만 도시로 떠났던 '형락(박원상 배우)'은 그거에 염증을 느끼고 떠났던 것일 테다. 그러나 형락은 어촌으로 돌아왔다. 탈출구라 여겼던 도시마저도 탈출구가 아니었던 것이다.


어촌도 도시도 탈출구가 되어주지 못하는 세상에서, 보험 사기극을 유일한 희망으로 삼는 게 참 암담하면서도 현실적이었다.

 

다큐멘터리 같은 현장감에 자작극이라는 긴장감이 더해져 이야기 속에 빠져들게 만드는 독특한 영화였다. 윤주상 배우의 고집불통 영감 연기가 멱살 잡고 끌고 가는 영화이기도 했다. 영화에 있어서 연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윤주상 배우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양희경 배우도 완전히 판례라는 인물 그 자체로 보였다. 결혼이주민으로 나오는 카작 배우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영란의 욕망이 제일 처절하고 슬프고 공감이 갔다.


영화는 11월 27일에 정식 개봉한다.

 

 

 

에디터 안태준.jpg

 


안태준이 에디터의 다른 글 보기
쓰는 동안 나는 거기 있을 수 있다.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