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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해부학에 대해 처음 접한 것은, 미술을 처음 배우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던 기억이 난다.

 

대충 훑어보아도 어려운 이름이 잔뜩 적힌, 뼈와 근육이 얽히고 섥힌 자료로 접한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것은 아주 일부이고, 그림을 그릴 때 알 필요가 있는 구조들만을 간추려둔 것 같았다.)

 

몸 안에 이런 복잡한 구조들이 맞물려 있다는 사실이 무척 신기하고 어렵게 느껴졌는데, 이러한 구조들을 탐구하고자 하는 노력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간단히 한 적이 있다.

 

[해부학자의 세계] 는 바로 이러한 생각을 길고 자세히 풀어놓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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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의 역사는 아주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의 인간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어 수많은 심리 테스트를 해보는 것처럼, 아주 오래 전부터 인간은 스스로의 몸에 대한 탐구욕이 있었던 듯하다.

 

몸을 구성하고 있는 것들이 원소라는 둥, 현대 과학의 시선으로 보면 전혀 상식적이지 않은 말들이겠지만, 신 중심의 세계관인데다가, 해부 기술조차 제대로 발전하지 않았던 당시의 관점으로 보자면 인간의 몸에 대한 굉장히 많은 고뇌와 탐구가 이루어졌던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또한, 어떤 학문이든 박해가 존재했겠지만서도, 근대화 이전의 과학은 종교와 분리되지 않았기에 현대의 해부학으로 발전하기까지 수많은 해부학자들의 희생이 있었다. 그럼에도 종교와 과학은 서서히 분리되어, 점차 인체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의 범위도 넓어졌다.

 

그들 중 화가와 조각가도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을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것 같다. 그림을 그리며 단순히 외형만을 따라 그릴 수도 있지만, 자연스럽고 생생한 동세와 구조를 그려내기 위해서는 살갗 내부에 있는 구조적인 이해 또한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함을 몸소 느꼈기 때문인 것 같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며, 내가 누리고, 배우고 있는 것들이 결코 거저 나온 것들이 아님을 체감할 때가 많다. [해부학자의 세계]를 읽으면서도 새삼스레 그러한 감상을 느꼈다.

 

그림을 배우는 학생들을 위한 알기 쉬운 해부학, 따위의 제목의 책이 만들어져 내 손에 들어오고, 다시 그것을 읽고 창작물을 만들어내기까지, 수많은 세월과 사람들이 그 속에 담겨있음을 책을 읽으며 되새길 수 있었다.

 

단순히 해부학에 관심이 있거나, 그림과 의학 등을 배우는 사람들만이 아닌, 주변의 것들을 깊이 있게 살펴보고, 그에 담긴 세월까지 탐구하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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