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How far the body go?’ 우리의 몸이 갖고 있는 가능성은 얼마나 더 있을까, KIADA 폐막작 독일 커티스 앤 코 무용단 '경계 탐색'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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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far the body go?’ 우리의 몸이 갖고 있는 가능성은 얼마나 더 있을까. 언어의 장벽을 넘어 몸으로 전하는 메시지는 관객이 감응하게 한다. 보이지 않는 감정을 느낌적으로 느끼고 공감하며, 퍼포머의 감정과 생각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느낄 수 있다. 기존 비장애인 공연과 다르게, 장애인 무용수들이 휠체어를 타고, 목발을 짚고, 또는 눈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펼치는 공연들이 단지 움직임으로 하나 되는 모습을 느껴볼 수 있었다.
본 공연의 주요 키워드는 ‘경계(boundaries)’이다. 5명의 무용수들은 자신만의 경계를 재탐색하고 퍼포먼스 공간의 경계를 탐색한다. 경계는 무대 위에서 세워지기도 하고, 무너지기도 하면서 자신의 영역을 무한적으로 재생산해 나간다.
제9회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KIADA) 폐막작을 선보인 커티스 앤 코 댄스 어페이즈는 독일 뉘른베르크에 기반을 두며, 안무가 수잔나 커티스가 무용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2000년에 설립된 무용단이다. <경계 탐색(Exploring Borders)>이라는 제목으로 70분간 공연을 진행하였으며, 7개의 국적, 26세에서 60세 사이의 5명의 퍼포머로 구성된 다양성 앙상블이 등장한다.
본 공연은 무대 시작 전, 로비에서부터 시작된다. 네모난 직사각형 틀 모형에 갇힌 5명의 무용수들이 보인다. 처음 이 장면을 마주했을 때는 틀 안에 갇혀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답답함, 시각적으로 보이는 한계감을 표현한 것 같았다. 하지만 본 공연을 모두 보고 나니, 우리(cage)에 갇혀있던 동물들이었고, 자신들의 한계를 뛰어넘어 우리를 탈출해, 자유를 찾아 떠나는 모습을 그려내었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
무대에서 공연이 시작되면, 막이 모두 올라가 넓은 초원처럼 보이는 무대에 5명의 무용수가 누워있고, 무대 중앙에는 산처럼 쌓여있는 목발이 눈에 띈다. 5명의 무용수는 그 속에서 자신의 목발을 집어 들고, 이내 목발은 그들의 체중을 지탱하는 수단이자, 의지하는 수단, 연장된 자신의 팔이 되어 마치 네 개의 다리를 가진 짐승들처럼 무대를 누빈다. 먹이를 탐색하는 움직임,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는 움직임처럼 보이며 넓은 무대를 압도하며 이는 장애인, 비장애인 무용수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하나의 그림과 야생을 형상화한다.
목발을 사슴의 뿔처럼 머리에 가져다 대기도 하고, 캥거루처럼 짚고 뛰어다니기도 하고, 휠체어에 매달려 독수리처럼 날갯짓을 하기도 하고, 공작새처럼 꼬리에 목발을 가져다 대는 등, 한 사람, 두 사람씩 짝을 지어 여러 야생 동물들의 움직임을 구현해 낸다. 이로써 목발은 더 이상 장애인을 위한 보조장치가 아닌, 하나의 오브제로서 작동한다. 또한 배경은 야생에서 바닷가로 변화하면서, 야생에서 느낄 수 있는 우리의 긴장감은 무용수들의 상황을 넘어 관객에게까지 전유된다.
이번 작품의 시놉시스는 지체 장애를 가진 타메루 제게이에게 영감을 받았다. 그는 움직임 장애를 갖고 태어났으며 수술을 거쳐 제한적인 이동성을 얻게 되었고, 목발을 사용한 아크로바틱을 배우기도 했다. 또한 그는 목발을 손에 짚고 가장 빠르게 걷는 사람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으며 태양의 서커스에서 여러 해 동안 멤버로 활동했다. 이로써 그는 하체에 있는 근육보다도 상체의 근육이 훨씬 더 발달해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비장애인들은 시도조차 해보지 않은 비정형성의 움직임을 능수능란하게 선보인다.
이번 작품을 위해 커티스 앤코 무용단은 장애 무용수와 비장애 무용수가 각자의 능력과 기술을 이용한 목발 사용법과 움직임 스타일을 개발하는 방법을 탐색하였으며, 휠체어 움직임의 다양한 역학과 속도를 통합하는 법을 매일 서로 배우며 찾아가였다. 먼저 목발을 짚고 움직이는 무용수들에게 두 명이 서로 몸을 지탱하며 자신의 몸보다 훨씬 상승된 높이에서 움직임을 선보일 수 있었다. 또한 목발이라는 오브제가 주는 위태로움이 무용에 있어서 관객의 긴장감과 흥미를 유발하는 효과가 있었다.
두 번째로 본 무용단의 더진 토크막은 휠체어를 이용하는데, 생각한 속도보다 무대 위에서 휠체어가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휠체어가 뒤로 넘어갈 듯, 두 개의 바퀴가 만들어내는 역할을 무용수들이 제어하면서 무대를 이끌어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퀴가 돌아가는 효과음이 나기도 하고, 중간 장면에서 선을 긋고 5명의 무용수가 빨리 가기 시합을 하는데, 휠체어를 탄 토크막 무용수는 심판으로서 가장 먼저 도착해 결과를 판정해 주는 심판 역할을 한다. 휠체어라는 장치를 타고 있지만, 또 그만큼 몸의 이동성이 넓어질 수 있었고, 휠체어 자체가 비장애 무용수들의 지지대 혹은 도약대가 됨으로써 다른 오브제 없이도 더 다양한 퍼포먼스를 창조해 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무대가 진행되다 보면, 흰 마스킹테이프로 무대에 5개의 도형을 그린다. 5명의 무용수들을 그 틀 안에 들어가 자신만의 움직임을 선보이고, 무용단의 안무가 수잔나 커티스는 틀 안에서 자막으로 띄워지는 문장을 읽는다. 영어로 언급된 용어들 중에서 ‘borders and question’, ‘normal’, ‘humanity’, ‘boundaries’, 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주요 키워드인 ‘boundaries(경계)’에 대한 주장을 강조하는 효과이다. 이로써 안무가는 사회에 그어진, 보이진 않지만 수없이 존재하는 경계들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으로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지금 현존하는 이 경계들이 합리적이고, 타당한 경계인지. 너무나 치우쳐진 입장에서 생각했던 것은 아닌지 다시금 일깨우며 무대의 일종의 효과이자 메시지로서 관객들에게 강하게 일침을 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춤의 경계는 어디까지인가?’
장애인 무용수들은 ‘performance’라는 수행 자체를 거부하고 이미 기존의 수행 자체를 넘어서고 있다. 통상적으로 공연에서 ‘퍼포먼스’라는 용어는 ‘시각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는 공연자의 수행을 보고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진정 퍼포먼스가 시각성을 내포해야만 하는가?’ ‘동물이 하는 움직임, 장애인의 수행은 ‘퍼포먼스’로 부를 수 없는 것인가?’에 대해서 해답을 완전히 바꾸어버리는 무대를 볼 수 있었다.
사회에서 소수의 사람들의 움직임은 정상성을 향한 강한 저항으로 이어진다. 기존의 ‘정상성’이라는 개념 또한 용어 안에 갇힌, 또는 숨은 의미와 맥락이 존재한다. 무용 또한 정상성을 향한 수행이 아니기에, 그저 온전한 자신만의 무대를 꾸려낸 모든 KIADA 무용수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다연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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