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뿌리 깊은 삶을 살기 위해선 어디를 봐야하는가 [문학]

달과 6펜스
글 입력 2024.04.05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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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땐가 대학생 땐가의 일이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흰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있었고 하늘은 기분 좋게 푸르렀다. 꽤나 오랜만에 본 하늘의 모습이었다. 이유는 기억나지 않지만, 하늘 한 번 올려다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거 같다. 나는 그 이후로 하늘을 자주 봐야지, 그래서 아름다운 것들을 놓치지 말고 살아야지 다짐했다.

 

하지만 작고 아름다운 것들을 온전히 느끼며 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느낀다. 사람들은 돈을 최우선의 가치로 여긴다. 성공의 기준도 돈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단순히 명예로운 일,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일을 하는 것만으로는 '성공'한 사람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사회적 기준의 '성공'은 어떤 일을 하는지 보단 돈을 많이 버는지에 있기 때문이다. 돈은 우리가 사는 세상의 기준이 되어버린 지 오래며 이는 점점 굳건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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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만 하면 돈, 돈, 돈.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대단한 피로감을 가진다. 남들이 다 하는 거라 해서 꼭 해야 할 필요는 무엇이며, 죽어 떠나갈 세상에 필요 이상의 물질을 축적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혹자는 이런 식으로 이야기할지 모른다. 당장 100억을 준다고 하면, 냉큼 받을 사람이 저런 소리 한다고. 틀린 말은 아니다. 당연하게도 살아가는 데 돈은 필수적이지 않은가. 돈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루 종일 힘들게 노동을 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 이유도 돈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 아닌가? 다만 돈을 최우선의 가치로 둔다면, 열등감, 물질만능주의, 패배주의 등의 문제는 해결되지 못한 채 그 파이가 점점 커져나갈 것이며 결국에 사람들은 자아를 상실하여 공허한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에 읽은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라는 책을 이야기하고 싶다. 해당 도서는 프랑스의 화가 폴 고갱의 삶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증권 중개인으로 일하던 스트릭랜드라는 인물이 프랑스에서 아이티로 이주하여 그림을 그리며 산 것부터 여러 가지 인물 설정이 실제 폴 고갱의 삶과 유사하다.

 

스트릭랜드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가족과 직업이라는 안정적인 울타리에서 벗어나 죽기 직전, 자신이 생각하는 진리를 그림으로 표현해 낸다. 그는 가식적이고 세속적인 인습을 혐오한다. 안정적이지만 거짓 투성이인 삶에서 떨어져 나온 것도 이러한 이유일 것이다. 그의 주변에 있는 인물들도 비슷한 태도를 보인다. 스트로브라는 화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이유도 모르고 이 세상에 태어나서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몰라. 그러니 겸손하게 살아야지. 조용히 사는 게 아름답다는 걸 알아야 해"

 

또 다른 인물 중엔 아브라함이라는 유대인 의사가 등장하는데, 그는 장학금을 받고 의과대학에 들어갔으며 탈 수 있는 상은 모조리 탄 수재 중의 수재였다. 본격적으로 병원에서 일하기 전, 알렉산드리아로 휴가를 떠나는데 거기서 문득 환희와 자유의 기쁨을 느끼고는 과감하게 병원을 그만두고 그곳에 살기로 결정한다. 한 동료 의사는 그를 보곤 인생을 망쳐 버렸다며 안타깝게 생각한다. 하지만 작가는 동료 의사의 말을 듣곤 이렇게 이야기한다.

 

"자기가 바라는 일을 한다는 것, 자기가 좋아하는 조건에서 마음 편히 산다는 것, 그것이 인생을 망치는 일일까? 그리고 연수입 일만 파운드에 예쁜 아내를 얻은 저명한 외과의가 되는 것이 성공인 걸까?"

 

물질이 최상의 가치가 되어버린 시대에서 도서 <달과 6펜스>는 그러한 것들이 과연 중요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던져줌과 동시에 물질적 욕망을 자유의 욕망으로 치환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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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프랑스의 화가 폴 고갱의 <우리는 어디서 왔고, 우리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작품이다. 사진을 기준으로 우측부터 탄생, 성년, 노파로 상징되는 죽음까지, 삶의 여정을 한 그림에 담고 있다.

 

우리는 무엇일까. 나는 무엇일까. 나는 누구일까. 세상적 가치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의 내면에서 나오는 진정한 가치를 쫓아 사는 것이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사람이 되는 방법이지 아닐까. 수많은 사람들이 6펜스, 즉 돈을 선택하는 세상에서 달을 보는 사람이야말로 세상의 아름다움과 진정한 가치, 그리고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 우리의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현재의 태도를 바꾸어 진정 나로부터 나오는 무언가를 살아갈 순 있다.

 

나를 물질적으로 채우는 것이 아닌 남을 채워줄 수 있는 삶, 돈 많은 사람을 올려 보는 것이 아닌 새하얀 뭉게구름과 밝게 뜬 보름 달을 올려볼 수 있는 삶이야말로 진정 행복하고 좋은 삶이 아닐까?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아니, 어디로 가고 싶은가.

 

 

[박도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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