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좋은 음악은 결국 승리한다 [음악]

글 입력 2024.03.24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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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예상 외의 노래가 커다란 대중적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순간들이 있다. 소위 이야기하는 ‘히트곡’이라는 것에도 나름의 보편적 형태가 있기 마련인데, 특정 장르와 관련된 마니아적 색채가 강한 노래들이 가끔씩 대중의 입과 귀에 널리 오르내리곤 하는 것이다.

 

어쩌면 몇몇 뮤지션들의 한결같은 뚝심과, 그 뚝심을 향한 장르 팬들의 열렬한 사랑이 결합함으로써 생겨나는 일종의 마법 같은 현상은 아닐까 공연히 상상해 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여러모로 커다란 충격을 선사했던 세 곡의 노래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하나같이 한국 대중음악사에 유의미한 ‘사건’으로서 기록되어 마땅할 것이다.

 

 

 

프라이머리 – 독 (feat. E-Sens of 슈프림팀)


 

 

 

힙합은 국내 음원 시장에서 꾸준히 그 저력을 과시해 왔다. 다만, 소위 이야기하는 히트곡들이 거둔 성과가 과연 힙합이라는 장르가 이루어낸 쾌거에 해당하는 것이 맞는지, 어쩌면 그저 팝적인 요소가 가미된 랩송의 상업적 결실에 불과한 것이 아닌지에 대한 논쟁은 비교적 최근까지도 끊임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프라이머리의 ‘독’은 이러한 논쟁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위치에 존재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매력적인 보컬 피처링이나 중독성 있는 후렴구 없이 오로지 이센스의 담백한 래핑으로만 가득 채워진 해당 곡이 발매와 동시에 다수의 음원 차트를 점령했다는 사실은 현시점에서도 꽤 놀라운 사건처럼 다가온다.

 

‘독’은 진솔한 가사와 호소력 짙은 랩으로 구성된 힙합 트랙이 음원 시장 내의 보편적 흥행 공식을 초월하여 대중에게 매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훌륭히 증명하였다.

 

 

 

이날치 – 범 내려온다


 

 

 

국악과 현대적인 팝의 적절한 융화를 꾀하고자 하는 시도는 지금까지 다수 존재해 왔으나, ‘범 내려온다’만큼의 대중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사례는 결코 흔치 않았다.

 

묵직한 베이스라인 위로 쏟아지는 리드미컬한 보컬, 익살스러운 가사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은 판소리가 지닌 매력을 대중친화적인 방식으로 설파하기에 아주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각종 무대 위에서의 협연을 통해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한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퍼포먼스 또한 ‘범 내려온다’ 열풍의 기저에 위치한 핵심적인 매력 요소 중 하나였다고 평할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범 내려온다’는 소위 이야기하는 ‘옛것’에 가까운 음악 역시 그 해석 방식에 따라 충분히 트렌드의 첨단을 달릴 수 있음을 입증한 한국 대중음악사의 기념비적인 사례로 남게 되었다.

 

 

 

실리카겔 – Tik Tak Tok (feat. So!YoON!)


 

 

 

머지 않은 시기에 대한민국에 락의 시대가 도래한다면, 그 중심에 실리카겔이 위치해 있을 거라는 사실은 비교적 자명해 보인다.

 

‘NO PAIN’의 커다란 성공 이후 실리카겔을 대표하는 곡이 이렇게나 빠르게 바뀌게 되리라는 사실, 그리고 그 곡이 이토록 대중친화적인 형식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는 사실을 예측할 수 있었던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장장 4분에 가까운 기타 솔로가 포함된 기나긴 러닝타임을 지닌 곡이 이와 같은 대중적 반향을 일으키며, 장르 팬을 넘어선 모든 청자들을 락의 황홀경에 빠뜨리는 데 성공할 줄이야 누가 감히 짐작할 수 있었을까.

 

실리카겔은 음악을 향한 자신들의 뚝심을 ‘Tik Tak Tok’이라는 형태로 풀어냄으로써 국내에서 가장 뜨거운 밴드로 자리잡은 한편, 팬들이 그토록 부르짖던 ‘실리카겔 붐’이 이제는 정말로 우리 곁에 찾아왔음을 가장 멋진 방식으로 선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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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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