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Therefore, Like A Deadfool - Andrew Scott [사람]

글 입력 2024.03.09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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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고 있는 것들로 한정하자면 그림에는 틀이 있다. 주로 사각형의 프레임이다. 사진을 현상한 인화지. 글을 담은 책. 그림을 끼워 놓은 액자. 모두 네모난 틀에 담겨있다. 우리는 그 속에 담긴 것들을 작품이라고 부른다. 누군가는 무엇을 그린 것인지, 누군가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지 열심히 설명한다. 다른 누군가는 어떻게 만들었는지 설명한다. 그 모든 소리가 나에게는 그저 소음일 뿐이다.


문득 궁금했다. 작품을 담고 있는 프레임. 그건 사진, 그림, 글 따위를 작품으로 만드는 틀일까. 아니면 이것들과 우리를 따로 떼어놓는 울타리일까. 반드시 그 사각형의 틀 속에 갇혀 있어야만 하는 걸까.

 

고민 끝에 내가 내린 답은 틀보다 내용물이 중요하다는 결론이다. 상자의 용도는 그 내용물을 안전하게 보호해서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상자를 뜯지 않는 한 내용물을 얻을 수 없다. 프레임이 작품을 담고만 있는 것이라면 상자처럼 버려야 하는 게 맞지 않나.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세상 모든 의문이 변화를 가져오듯 이 질문의 연쇄도 나에게 변화를 가져왔다.


작가는 작품을 만들고 상호작용은 작품을 완성한다. 아무리 잘 만든 작품이라도 그걸 찾는 사람이 없으면 물품으로 그친다. 창고에 박혀 사장되기 싫다면 눈에 띄어야 하고, 그러려면 다가갈 수 있어야 하고, 결과적으로 서로 부대껴야 한다. 프레임 속의 작품은 그 틀이라는 울타리에 막혀 있으니 나는 이걸 단절이라고 부른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그날도 축생으로 살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 성실함으로 인스타그램을 훑어보다 우연히 작가 Andrew Scott을 발견했다. 정말 오랜만에 찾은 흥미를 동하게 하는 작가였다. 내가 가진 적 없는 새로움을 주는 사람. 그렇게 내 틀을 깨는 사람. 이 사람도 마찬가지다. 내 생각의 벽을 부쉈다. 진짜 부쉈다. 작가는 액자를 부수고, 작품 속의 피사체는 그림을 부순다. 깨진 유리 너머로 나에게 삿대질한다. 곡괭이로 박살 낸 액자 파편이 날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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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tured via Andrew Scott Art

 


그의 작품은 프레임 밖으로 탈출한다. 그게 종이의 절단면이건, 그림을 덮은 유리건, 액자의 틀이건 상관없다. 얌전히 갇혀있지 않는다. 어떤 영역을 벗어나 감상자에게 다가간다. 그 손가락은 내 눈앞에 와 있는 것 같고, 깨진 액자의 파편은 나를 향해 날아올 것만 같다. 무의식적으로 움찔한다. 그 그림의 행동이 나에게 영향을 준다고 느낀다. 마치 어떤 생물이 나에게 어떠한 행위를 한다고 느끼는 것처럼. 작품을 별개의 분리된 물체가 아닌 나와 영향을 주고받는 생물로 인식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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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tured via Instagram @andrewscott_art

 

 

아주 사소한 변화로 아주 큰 결과를 만든다.

 

창문 하나 크기 정도의 액자에 그림을 담아보자. 그 그림의 영역은 창문 한 개만큼의 공간이다. Andrew Scott처럼 프레임을 뜯어보자. 그 작품의 영역은 내 앞에 펼쳐진 공간 전체로 확장된다. 그 작은 틈 한 개로 무한에 가까운 공간의 확장을 불러온다.

 

우리의 상상력도 뒤따라 확장한다. 그림 속 남자에게 저 파편 조각은 어떤 크기의, 어떤 무게를 가진 벽일까. 유리창 밖을 겨누는 저 손가락은 누구를 향한 것일까. 액자 밑에 걸린 낚싯바늘에는 뭐가 걸릴까. 질문으로 커가는 상상은 감상자의 세계를 넓힌다. 누군가의 세계가 더욱 커지는 시발점이 되는 것. 그것이 예술의 역할이다.


그의 작품은 교양을 갖춘 데드풀이다. 마블 카툰 속의 데드풀은 제 마음대로 컷을 넘어 다니고, 가끔은 독자에게 말도 건다. 유일하게 컷이라는 틀을 벗어난 존재다. Andrew Scott의 작품도 궤를 같이한다. 액자라는 틀을 깨고 우리에게 다가온다. 내가 찾는 예술이다.

 

생각을 가둬 놓는 틀을 깨는 것. 하다못해 흠집이라도 내는 것. 서사와 설명이 없어도 직관적으로 뭘 말하고 싶은지 와닿는 것. 그렇게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것. 내가 원하는, 추구하는 예술이란 그게 가능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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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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