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비틀대도 즐거운 삶 - 해법 철학 [도서]

삶의 역경을 만날 때 유쾌하게 살아남는 법
글 입력 2024.03.0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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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해법을 제시하는 철학.

 

나에게 있어 철학은 생각하는 방식을 제공하는 어려운 학문이지, 일상을 살아가는데 따라야 할 구체적인 지침을 안내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해법 철학'에서 소개하는 스토아학파의 철학자들은 삶의 역경으로 비틀거릴 때, 즐겁게 해결하는 법이 있다고 말한다.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문제에 명쾌한 해법을 제시하는 이 책은 철학이 어렵고 느껴지는 이들에게 경계를 조금 늦출 수 있게 해준다.

 

2000년 전 스토아 철학자들은 인간의 마음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이들은 인간 이성에는 어떠한 질서가 있다고 믿으며, 우리 모두에게 이를 다스릴 능력이 있다는 전제로 '실천의 철학'을 제시한다. '불행을 이기는 철학'이라고도 불리는 이 철학은 인생의 답을 찾는 우리에게 그 답은 자기 자신 안에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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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 철학'은 판단, 외적인 것, 부와 쾌락, 감정, 타인의 생각 등 다양한 관점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 말한다. 그 방법으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세네카, 에픽테토스부터 니체, 쇼펜하우어, 몽테뉴의 말과 글을 보여준다. 그들이 모두 같은 철학을 추구한 것은 아니나 어느 부분에서는 놀라울 만큼 똑같은 주장을 했다는 걸 책을 읽다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책에서는 후반 챕터로 갈수록 스토아 철학에 깊이가 점점 깊어지는 식을 취하고 있으나, 관심 있는 주제의 챕터를 찾아 읽어도 좋다. 나 역시 철학에 대한 학습보다는 당면한 문제에 대한 해답이 궁금해 해당 챕터로 먼저 찾아갔다. 그중에서 '7. 타인의 생각'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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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나는 타인의 생각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제멋대로 사는 척하지만 누구보다 남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관심이 많다. 스토아 철학자들에 따르면 타인의 인정과 비난은 자신의 허영과 자부심과 연결돼있다.

 

이들은 먼저 '순응'을 경멸하며 다수의 의견에 개의치 않으며, 무엇을 바라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생각할 때 사람들을 살피는 습관을 멀리하라고 조언한다. 대신 자신의 의견을 더 존중하고, 남들의 평가보다 그것들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함을 일깨워준다.

 

에피쿠로스,에 따르면 우리는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는 타인의 의견이나 관습을 따라 살아가는 일의 위험을 다음과 같이 경고한다.

 

 

"나는 무리를 만족시키길 바란 적이 없다.

왜냐하면 내가 아는 것은 그들이 인정하지 않고,

그들이 무엇을 인정하는지 내가 모르기 때문이다."

 

에피쿠로스, 세네카의 <서한집> 29.10에서 재인용

 

 

키케로는 군중의 판단에 대해 신랄한 관점을 가지고 있었으며, 명성이란 아무 가치 없는 관점을 지닌 대중의 누적된 의견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키케로는 그렇기에 진정한 정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철학적으로 위대하며 진정한 정신은 

본성이 염원하는 덕이 명성이 아니라 행동에 있다고 보며,

명성으로가 아니라 실제로 최고가 되길 바란다. 

사실, 무지한 우리의 변덕에 의존하는 사람을 

위대한 사람으로 여겨서는 안 되는 법이지."

 

키케로, <의무론> 1.65

 

 

사실 키케로를 비롯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몽테뉴, 세네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타인의 생각이 항상 틀리다고 비판하기 보다 자신의 판단을 가치 있게 여기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할지 걱정하는 것보다 자신의 인식을 진지하게 여기는 것이 더 스토아에서 말하는 '실천'에 가깝다.

 

그럼에도 모욕과 타인의 견해가 두려울 때가 있다. 이에 스토아의 철학자들은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먼저 경멸을 경멸하라는 단순한 방식부터 오해라고 넘기며 그들을 안타까워하는 게 그것이다.

 

 

"누군가 어떤 면에서 너에게 잘못을 저지르면, 그가 좋고 나쁨을 

어떻게 이해하기에 그런 잘못을 저지르는지 즉시 생각해보라. 

걸 알게 되면, 너는 그를 가엾게 여기고 

놀라지도 화내지도 않게 될 것이다. 어쩌면 너도 그와 같거나,

좋음을 비슷하게 이해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7.26

 

 

사실 우리에게 모욕을 하려 드는 사람은 나름대로 옳은 일을 하려고 애쓰는 것일 수 있다고 철학자들은 말한다. 경멸을 경멸로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이해와 공감으로 뻗어 나가도록 사고할 것을 권한다. 물론 당장 내가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도, 그러다 포기해 그들을 미워하게 되는 일을 멈추기가 어렵다는 걸 안다.

 

그러나 적어도 여러 철학자들이 유사한 방법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어쩐지 위로를 받는다. 잘못을 저지르길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따라서 내가 신경 쓰이는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

 

극단적으로 스토아학파들은 우리 모두 다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처지이니, 모든 게 무용하다고 생각해버리라고 한다. 그런 호탕한 결론을 들으니 시원하기도 하면서 고민들이 순간이지만 가볍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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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사물이나 사건에 아무런 견해를 갖지 않고

그것 때문에 시달리지 않기를 선택할 수 있다.

사물이나 사건은 그 자체로 우리 판단에 영향을 미칠 힘이 없기 때문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6.52

 

 

사실 이성의 힘으로 우리 앞에 닥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싶진 않다. 그러나 우리가 어떤 일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생각보다는 '행동'이 더 결정적이기에 이들의 말에는 힘이 있다. 

 

비틀거리는 우리네 삶이 어떻게 보면 춤추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라고 말하는 듯하다. 나아가 인간에게 진정으로 삶을 살아내는 방법을 알려주는 이들보다 인간을 사랑한 철학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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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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