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랑스러운 두 아이의 시선에서 보는 사랑스럽지 않은 현실 [드라마/예능]

글 입력 2024.03.06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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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밤, 멍하니 TV 채널을 돌려 보다가 한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사랑스러운 두 아이가 내 눈에 들어왔다. 나는 홀린 듯이 리모컨 누르기를 멈췄고 70분 동안 사랑스러운 두 아이를 통해 사랑스럽지 않은 현실을 마주하였다.


나에게 사랑스럽지 않은 현실을 직시하게 한 드라마는 2023년 tvN의 단막극 연작 시리즈 O'PENing 2023의 작품 중 하나인 ‘2시 15분’이다.

 

 

2시 15분 포스터.jpg

 

 

이 작품은 계속해서 수면 위로 오르면서도 해결되지 않는 사회문제 중 하나인 ‘아동학대’를 다루었다. 지금까지 ‘아동학대’를 소재로 한 작품은 적지 않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기존 작품들과는 다른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새로움은 ‘열 살 아이가 집안에 갇혀 있는 여섯 살 아이를 발견하게 되면서, 조금씩 조금씩 집 밖으로 나오게 되는 이야기‘라는 로그라인을 통해서도 추측할 수 있듯 오로지 두 아이의 시선으로만 이야기가 전개되며, 두 아이 스스로 문제를 헤쳐 나간다는 점이다.

 

간단하게 줄거리를 설명하자면, 열 살인 현수는 우연히 어떤 집 앞 화단에 피어 있는 민들레를 찍다가 집 안에서 아빠에게 폭력을 당하는 여섯 살 아이 민하를 발견한다. 민하가 신경 쓰이던 현수는 다시 그 집에 찾아가 먼저 말을 걸었고 두 아이는 아빠가 집에 없는 2시 15분에 만나 15분 동안 함께 놀게 되며, 우여곡절 끝에 민하는 아동학대의 늪에서 벗어난다.

 


2시 15분_스틸컷.jpg

 

 

두 아이 모두 상처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민하는 유치원도 다니지 못한 채 보호해 주는 이 하나 없이 아빠에게 폭력을 당하고 있으며, 현수는 싱글맘 아래에서 자라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그리고 두 아이는 서로를 통해 상처를 치유한다. 민하는 현수에게서 글을 배우고 처음으로 바깥에서 뛰어노는 경험을 하게 되며, 현수는 민하와 함께하면서 잠시나마 외로움을 잊는다.


이 과정에서 아동수당을 악용하는 아빠의 모습, 일을 더 중요시하는 엄마의 모습, 한 아이를 학대하는 아빠의 모습, 문제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경찰의 모습 등을 어른의 시선을 최대한 배제하고 오로지 민하와 현수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을 보여준다.


더하여 아이들이 스스로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점도 인상 깊었다. 민하는 현수의 도움을 통해 용기를 얻어 처음엔 창문을 열고, 놀이터에서 놀기 위해 현관문을 열고, 이후엔 본인의 의지로 도움을 청하기 위해 현관문을 연다. 그리고 현수가 찍어둔 아동학대의 증거들이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된다.


사회제도나 어른이 아닌 아이들의 순수함으로 역경을 헤쳐 나가는 모습이 뭉클하면서도 '아동학대‘를 자극적으로 다룬 타 작품보다 훨씬 더 소외된 아이들이 느끼는 현실의 잔인함을 와닿게 하는 동시에 해피엔딩임에도 씁쓸함을 극대화한다.


또한, 나는 이 드라마가 직접적인 아동학대뿐만 아니라 간접적인 아동학대에 대해서도 다뤘다고 생각한다. 현수의 상황을 통해서 말이다. 현수 엄마는 혼자 있는 아이가 안쓰러우면서도 일에 대한 욕심이 그 안쓰러움보다 항상 우선시되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현수는 항상 홀로 떠돌게 된다.


물론 현수의 엄마가 아동학대를 했다고 말하기에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부모가 함께 아이를 키우는 일도 쉽지 않은데, 싱글맘이 아이와 커리어를 모두 챙기기는 정말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힘들 것이다. 특히 민하의 아빠와 비교하면 더더욱 현수의 엄마는 너무나 좋은 부모임이 틀림없다. 나는 그저 이 드라마가 현수의 엄마도 아동학대를 했다고 말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아이를 혼자 두고 외롭게 하는 것 역시 아이를 아프게 하는 일이라는 것을 짚어줬다고 생각한다.


사회 구조의 결함을 지적하는 점도 인상 깊었다. 아이의 집 근처에 있는 아동보호구역, 여성안심귀갓길이라는 표식과 여섯 살 아이와 엄마가 가정폭력을 당하는 장면의 대비, 아동의 기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아동수당을 악용하는 아빠의 모습, 아이의 아빠를 의심하지 않는 경찰의 모습을 통해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장치들이 잘 작동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핵심 메시지는 현수 엄마의 행동에 있다고 생각한다. 현수 엄마는 현수가 찍어두었던 아동학대의 흔적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를 외면하지 않고 경찰에게 알리면서 민하가 아동학대의 늪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게 된다.


현실적으로 아이들의 힘만으로는 아동학대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 이 작품에선 결국 ’아동학대’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어른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놓치지 않고 강조한다.


계속해서 아동학대, 가정폭력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장치들이 마련되고 있지만, 여전히 민하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우리가 모르는 아동학대,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많을 것이다.


2시 15분마다 두 아이의 순수함과 용기가 만나서 따스한 결말을 낸 것처럼 우리 어른들도 주변 아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용기를 내어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사랑스러운 현실을 보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신은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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