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VIVA LA VIE BOHEME! - 뮤지컬 렌트 [공연]

글 입력 2024.01.11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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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는 나에게 꽤 특별한 기억이 된 작품이다. 보통 뮤지컬을 보러 갈 때는 조용히 공연을 관람하며 열렬하게 손뼉을 치는 정도였는데, <렌트>를 볼 때만큼은 마치 락 콘서트에 온 것처럼 크게 환호성을 보내고 더욱 뜨겁게 끓어오르는 마음으로 함께 호흡하는 기분이었다. 마치 무대 위 ‘보헤미안’들처럼.


‘보헤미안’의 이야기가 나왔으니, 뮤지컬 <렌트>가 원작으로 둔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La Bohème)>에 대해서도 얘기하지 않을 수 없겠다. 현대적이고 미국적인 각색이 이루어졌으나, <렌트>는 <라 보엠>의 여러 부분을 그대로 가져오기도 하였다. 등장인물의 경우, <라 보엠>의 ‘로돌포’는 <렌트>의 ‘로저’가 되었고, ‘미미’는 이름을 그대로 따와 다시 ‘미미’가 되었다. 그 둘이 각 작품의 중심인물이 되어 전개하는 이야기는 서로 유사하다.


<라 보엠>은 그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19세기 파리의 방랑 예술가인 보헤미안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보헤미안은 시대성을 지닌 단어였으나, 이제는 ‘자유로운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일컫는 단어가 되기도 하였다.

 

<렌트>는 이 두 가지 의미를 모두 담고 있다. 자유와 가난 속에서 살면서 결핵이라는 병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19세기 파리의 보헤미안은 이제는 20세기 뉴욕의 보헤미안이 되어 결핵이 아닌 에이즈라는 새로운 병과 함께 살아가면서도 자유의 정신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무런 정보 없이 처음 <렌트>를 보러 가는 사람들은 조금 당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마약, 동성애, 에이즈에 관한 이야기를 거침없이 풀어나가기 때문이다.

 

비록 이제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고, 에이즈는 더 이상 불치병의 영역이 아니긴 하지만, 여전히 친숙하게 다가오는 소재는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렌트> 속 등장인물들, 그리고 <렌트>의 작가이자 작곡가인 ‘조나단 라슨’에게는 일상이었다. 그들의 자유, 고통, 비주류적 면모를 표면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대표적인 요소였다.


조나단 라슨. 뉴욕의 이스트 빌리지에 거주하던 예술가.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가난을 버텨가며 뮤지컬을 제작하였다. 뮤지컬 <렌트>는 조나단 라슨의 자전적 이야기와도 같다. 그와 동시에 에이즈로 세상을 떠나간 자신의 친구들을 추모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조나단 라슨은 오프브로드웨이 프리뷰 개막 하루 전 갑작스레 요절하고 말았다. 자신의 공연을 제대로 지켜보지도 못한 채 자신의 친구들 곁으로 떠나간 것이었다. 작품의 중심 격인 제작자의 사망에도, 오히려 배우들은 조나단 라슨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공연을 올리고, <렌트>는 드디어 세상에 알려지게 되며 많은 이들의 공감과 사랑을 얻게 되었다. 어느 위대한 보헤미안의 성대한 장례식이었다.


<렌트>는 또 다른 특징이 있다. ‘오프브로드웨이(off-broadway)’라는 첫 공연 장소, 그리고 ‘렌트헤즈(Rent-Heads)’라는 젊은 팬덤 관객층. 이는 브로드웨이의 역사와 연관 지었을 때 상당히 특별한 의미가 있다. 첫 번째, 오프브로드웨이는 상업적인 기조를 따르는 브로드웨이와 다르게 비상업적이면서도 실험적인 작품을 올리는 공간이다. 두 번째, 브로드웨이의 높은 티켓값으로 인해 관객층의 연령대가 높을 수밖에 없는데, 젊은이들을 관객층으로 사로잡아 팬덤으로까지 만들어낸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즉, 모든 비주류의 요소들이 모여 <렌트>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주류를 대표하는 뮤지컬과도 같은 <렌트>가 어째서 이토록 대중적인 관심을 받게 되었는가? 결국 <렌트>는 비주류의 이야기를 담으면서도 아주 보편적인 감정으로 결론을 내리기 때문이다. 바로, ‘사랑’. 그 모든 갈등과 어려움 속에서도 사랑으로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뿐만이 아니라, 어차피 끝이 정해져 있는 인생 속에서 사랑이 가장 의미 있고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는 주류와 비주류를 모두 포용할 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메시지이기에 <렌트>는 지금까지도 사랑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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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 속 인물 ‘엔젤’은 이러한 메시지를 몸소 표현하는 캐릭터이다. 엔젤은 <라 보엠>에는 등장하지 않는 이야기의 독자적인 캐릭터이다. 모두에게 대가 없는 사랑을 나눠주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사랑이 있기에 희망과 화합이 따라왔다. 그러나 엔젤이 에이즈로 죽음을 맞이하자 마치 사랑이 떠나간 것처럼 희망과 화합에도 서서히 균열이 나기 시작한다. 그러나 엔젤의 사랑은 보헤미안들에게 잊지 못할 따뜻한 흔적을 남겼기에, 그들은 이를 잊지 않고 다시 함께하게 된다. 이는 <라 보엠> 속 ‘미미’와 다르게 <렌트>의 ‘미미’가 기적적으로 다시 살아날 수 있었던 이유이다.


요즘처럼 각자도생을 추구하면서도 지구온난화, 전염병, 전쟁 등으로 인해 끝을 두려워하는 모든 이들에게 <렌트>는 뜻깊은 작품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비록 나 하나 살기에도 벅찬 삭막한 세상이라도, 내가 먼저 남들에게 대가 없는 사랑을 베풀기 시작하면 그것은 결코 헛된 일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 사랑을 받은 이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사랑을 베풀고, 그렇게 돌고 돌아 나에게도 누군가가 대가 없는 사랑을 베풀지도 모른다. 그렇게 조금이라도 더 따뜻하고 기적적인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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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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