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를 믿는 것만으로도 - 약한 게 아니라 슌한 거야

글 입력 2024.02.2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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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은 다르게 살아야 해!"


라고 결심한 나는 작년과 다르지 않게 오늘도 늦잠을 잤다. 아마 내일도 해가 꽤 내려온 뒤 저녁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기 위해 눈을 뜰 것이다. 매일 눈(만) 뜨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휴대폰을 켜 밤새 온 카톡 몇 개를 확인한 뒤 홀린 듯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주변 지인들의 스토리를 확인하는 일이다.


습관처럼 타인의 일상을 확인하며 바쁘고 알차게 굴러가는 그들의 삶과 꽤나 느리고 방탕하게 흘러가는 내 삶을 비교하는 것은 어느새 루틴이 되어있었다. 특히 이번 설 명절에 들었던 작은 아버지의 아들 자랑은 그 루틴에 기름을 부었고, 나는 나 자신과 나의 미래를 더욱 비관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이미 자존감은 바닥을 뚫고 내려간 듯한 느낌이었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지만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이 잘 잡히지 않았던 그로기 상태에서 책 <약한 게 아니라 슌:한 거야>를 만났다. 저자를 ‘자존감 지킴이’라 표현하고 있는 책 표지를 보고, 내려갈 대로 내려간 나의 자존감이 떠올랐다. 동시에 서점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여타 에세이들과 다를 게 있을까 하는 선입견도 떠올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자존감을 끌어 올려 주는 책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런 점이 나의 마음을 끌었다.) 저자가 책의 프롤로그에서부터 내놓는 가장 큰 해답은 ‘나 자신을 믿는 것’이다.

 

 

대학이란 허울 좋은 감투를 벗고 나니 그제야 뭐 하나 제대로 해 놓은 게 없는

나의 도망의 역사가 그 모습을 여실히 드러냈다.

‘나를 믿어주는 일은 그 자체만으로 재능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프롤로그 : 나를 믿는 것도 재능이 될 수 있을까> 중

 


약한게아니라슌한거야_표지 평면.jpg


 

답이 없는 것 같은 문제, 끝이 없는 것 같은 고민과 마주했을 때 위로를 받는 것도 정말 큰 힘이 된다.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나아갈 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의 존재, 그리고 그 존재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더 큰 위로가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나에겐 이 책이 후자에 해당했다.


저자는 다소 우울하게 보일 수 있는 본인의 이야기를 귀여운 그림체 속에 담담하게 담아낸다. ‘뭐야, 이게 끝이야?’라는 생각이 드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굳이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려 하는 대신, 저자는 본인이 일상에서 소소하게 행복을 느낄 수 있었던 방법이나 잡생각들을 떨쳐냈던 경험을 들려준다.

 

 

걱정이란 녀석은 사실 코딱지만하다.

녀석을 제압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장 하찮은 상태의 놈을 발견한 순간

가볍게 밟아 버리고 달리는 것뿐!

감정이란 어차피 마음이 하는 일.

답도 없는 무력감에 몸서리치기보단, 차라리 마음을 속이는 편이 낫지 않을까?

고통에 몸부림치며 달리는 것일지언정, 아무렴 무슨 상관인가.

복잡한 핑계와 고민을 뒤로한 단순한 움직임.

달리기는 어지러운 삶에 단정한 반복이 주는 현답이기도 하다.

 

PART 1. <나도 내가 처음이야> - ‘슬플 때 러닝화를 신는 이유’ 중

 

 

첫 번째 파트에 속한 대부분의 이야기는 위의 인용처럼 ‘내 몸, 내가 먹는 음식, 내가 속한 관계 속 내 감정을 내가 컨트롤함으로써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다’는 내용으로 귀결된다. 결국, 우리가 고장 나지 않으려면 내가 나에 대한 통제권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두 번째 파트 <오해 말고 이해받고 싶어>와 마지막 파트인 <약한 게 아니고 나다운 거야>에서는 가족이 주는 따스한 사랑, 친구와의 관계, 삶의 의미 등을 이야기한다.

 

프롤로그와 각 파트 사이사이에 있는 짧은 에세이를 제외하면 모든 내용이 인스타그램에 최적화된 '인스타툰'의 형식을 따르고 있고, 그만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어 가볍게 페이지를 넘기기 좋은 것 같다. 줄글보다 감상하기 편하지만, 줄글만큼 힘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

 

앞서 이야기했듯 이 책은 자존감을 끌어 올려 주는 책도, 어떤 고민에 관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책도 아니다. 작은 공감대가 켜켜이 쌓인 책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우리의 마음을 충분히 다독여주고 있다.

 

지금 당장 사사로운 걱정에 사로잡혀 있다면, '결국 오늘을 사는 것은 나고, 나를 책임지는 것 역시 나고, 시간이 지나도 나는 내가 될 뿐(프롤로그 중)'임을 기억하자. 그리고 그런 걱정들은 생각보다 간단하게 훌훌 털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자.

 

 

 

김지현.jpg

 

 

[김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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