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음악으로 낯선 세계를 마주하는 시간 Time is A Blind Guide

글 입력 2024.02.14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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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들어보는 연주자와 팀의 이름의 공연을 가기 전, 유튜브에서 이들의 연주 영상과 곡들을 찾아보았다. ’유러피안 재즈의 정수‘라는 말에 으레 듣던 재즈 음악을 떠올렸던 것과 전혀 다른 곡들을 만날 수 있었다.

 

얕은 음악적 소견으로 말해보자면 드라마 배경 음악 같기도 하고, 낯선 음악 같기도 한 이들의 음악에 약간 압도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공연장에 앉아서도 어떤 공연이 펼쳐질지 예상하기 어려워 긴장한 채로 무대를 지켜보았다.

 

미리 말하자면 아주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Time Is A Blind Guide 티저 포스터.jpg

 

 

수원 경기 아트 센터의 소극장에서 진행된 Time Is A Blind Guide공연은 피아노-바이올린-첼로-베이스-드럼으로 이루어진 5인조 편성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만들어내는 소리는 정해진 연주법에 머물지 않았다. 숨, 청춘, 자연 풍경과 같이 추상적인 개념을 청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악기가 지닌 물성이 자유자재로 활용되었다.


현악기는 현을 활로 마찰시키거나 손으로 뜯는 주법은 기본이고 몸통을 치고 문질러 소리를 만들었다. 피아니스트 역시 피아노의 건반과 페달뿐만 아니라 건반을 누르는 타이밍에 맞추어 현을 만지며 소리를 조절했다. 그 순간 피아노에서 그렇게나 먹먹하고 둔탁한 소리가 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느꼈다.


드러머와 바이올리니스트, 첼리스트는 자신의 악기가 아니라 젬베처럼 보이는 작은 북과 퍼커션을 연주했다. 악기를 바꿔가며 바쁘게 연주하는 손끝은 한껏 다양한 음률을 만들었다. 안웅철의 사진이 스크린에 비춰지며 퍼지는 색조와 현악 앙상블의 소리는 관객을 감싸며 공연장을 채웠다. 그렇게 공연장을 금방 Time Is A Blind Guide의 세상으로 바꿔버렸다.


찰나에 머무는 소리가 이어지는 선율은 때로는 감미롭고 때로는 거칠었다. 그에 따라 다섯 연주가는 사색하는 사람이었다, 웅변하는 사람이었다, 눈물 짓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에 따라 편안히 음악에 취해 리듬을 느끼다가도 긴장감에 몸에 힘을 주고 다가올 연주를 기다렸다. 알 수 없는 감정에 눈가가 시큰해지다가도 밝아오는 아침해를 본 것처럼 마음을 갈무리하며 음악을 경험했다.



TIABG 사진 (1).jpg

 

 

아직 발표되지 않은 곡들로 채워진 덕에 정말로 음악을 ‘경험’했다는 말이 적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듣는 연주는 오직 나의 경험과 취향으로 해석되었다. 소리가 이끄는 대로 바다와 숲이 뒤섞인 어느 세계를 산책하며 과거와 현재를 오갔다. 만나보지도 못했던 어느 드러머를 함께 추모할 수도 있었다. 언어를 넘어, 서로의 삶을 초월하여 시간을 공유하는 감각은 새로웠다.


아쉽게도 토마스 스트로넨이 곡 앞뒤로 짧게 설명해주었지만 선율과 함께 빠르게 휘발되어 몇 마디 제목과 무대의 인상만이 남아 있다. 이들의 음악이 어떤 장르를 인용하고 있는지, 정확히 무엇을 표현하려고 했는지는 곡이 발표될 때까지 알 수 없을 것이다.

 

공연 후에 진행되었던 사인회에서 토마스 스트로넨에게 언제쯤 새로운 음악이 발매되는지 물었다. 그에 따르면 이날 들었던 음악은 (운이 좋다면) 가을에 발표될 수 있다고 한다. ’독특했다‘고 요약해버린 이 날을 어서 다시 들으며 되새길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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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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