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무것도, 그저 내 마음이- 밤하늘의 뇌절사랑 [음악]

글 입력 2024.01.28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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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음이 더 이상 사랑, 애정 뭐 그런 것들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유효기간이 끝난 감정들을 애써 움켜잡고 싶은 건 아니다. 그냥 정확히 뭔지 모르겠는 이 마음을 충분히 뱉어내고 싶다. 솔직한 이별 후의 속마음을 밤하늘이 노래한다.

 

가사 속 화자는 이별 직전 상대와의 만남에 대해 회상해 본다. 상대방이 좋아하던 옷을 입고, 머리도 예쁘게 손질한 후, 좋아할 상대의 웃음을 기대하며 만나러 가는 길은 왠지 모르게 이상하다. 무언가 자꾸만 까먹은 느낌이 들어 생각해 보니, 더 이상 내가 좋아했던 상대방은 없고, 상대방이 좋아했던 나도 없다. 이미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사라졌는데, 겉모습만 취향껏 맞춘다고 될 일이 아니다.

 

나는 가끔 내가 묶은 매듭을 풀지 못해 매듭과 실랑이를 벌인다. 한입 크기로 소분한 빵, 먹다 남은 찐만두 등 남은 음식을 봉지에 담아 다음에 먹을 때까지 안전하게 보관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꼭꼭 동여맨다. 어떨 때는 너무 꽉 묶어버려서, 푸는 것을 포기하고 매듭을 잘라버린다. 잘라내고 남은 면적으로 다시 묶거나 봉지를 하나 더 꺼내는 게 빠르고, 속 편하다.

 

가사 속 두 사람의 관계도 엉켜버린 매듭과 같다. 엉켜버린 우리를 풀어봤자, 뚝 하고 끊어져 허탕 칠 거라 말하는 부분에서는 음악도 잠시 끊어져 긴장감을 더한다. 그들은 이미 매듭을 풀어보려 노력했을지도 모르겠다. 매듭을 풀 실마리를 찾아보려 노력했지만, 방법을 모색하던 중, 포기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엉킨 부분을 끊어내고, 접착제로 끊어진 부분을 붙여버리는 방법도 있지만, 한 번 끊어졌었기 때문에 같은 부분에서 끊어지지 않도록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온몸이 비비꼬이는 것 같은 괴로움을 다시 겪고 싶지 않을 수도 있겠다. 우리는 이들이 어떤 마음일지 정확히 알 수 없고, 또 한편으로는 속속들이 추측하는 것도, 실례인 것 같다. 다만, 그들의 선택을 존중할 뿐이다. 매듭은 누구에게 풀어달라 할 수 있지만, 관계의 매듭은 당사자들만이 풀 수 있는 법이다. 

 

하지만, 어떤 결정을 내린들 사람의 마음마저 금세 바뀌겠는가.

 

화자는 상대가 마음에 잔뜩 박아둔 못들에 추억들을 액자 삼아 걸어놓았다. 힘들었던 기억들은 마음속에 박히지만, 기뻤던 기억들도 그만큼 쉽게 떠나갈 수 없다. 좋았던 기억도, 나빴던 기억도 다 그 사람과 함께했던 기억이니, 미운 건 미운 거고, 행복했었던 건 추억으로 남기면 된다.

 

노래의 말미에 “언제 나야 언제 나아”라는 재밌는 가사가 있다. 이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기에 감상자의 상상에 의해 이야기는 흘러간다. 나는 이렇게 생각해 보았다. 밀려오는 감정들에 화자는 언제쯤 원래의 나로 돌아갈 수 있을지, 한탄한다. 그리고 언제쯤 내 마음의 상처가 아물지 생각한다. 사실, 괴로워하던 것도 나, 상대와 행복했던 것도 나, 상대를 만나기 전의 나도 나, 다 나의 모습이다. 한 사람과 함께한 기억에 여러 감정이 묻어있듯이, 나의 여러 모습을 받아들이고, 시간에 맡기다 보면, 조금씩 괜찮아지지 않을까.


 

“보고 싶은 마음까진 아냐. 나는 그저 마주치고 싶을 뿐이야.”

 

 

그런 마음이 있다. 이 친구랑 걷는 길이 달라서, 함께할 수 없을 것임을 알지만, 그냥 어떻게 지내나, 잘 지내나 궁금한 마음. 그런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우연히 그런 사람과 마주하게 된다면, 무슨 말을 할지 생각해 보았다. 나는 상대에게 잘 지냈냐고 물어볼 수 있을까.

 

 

반짝 사랑하고 나를 떠난 널

그리워 한다고 하긴 자존심 상해 

미련? 후회? 그런 말도 싫어

내 마음은 뇌절 중이야 

 

반쯤 사랑하고 나를 떠난 널

그리워 한다고 인정하기 싫지만

의미 부여 정신 승리

나도 내가 질려 내 마음은 뇌절 중이야

 

 

나는 서론에서 화자가 정확히 뭔지 모르겠는 이 마음을 충분히 뱉어내고 싶어 한다고 얘기했다. 실제로 가사에서 화자는 계속 이 마음이 뭔지 고민한다. 미련, 후회라는 말로도 다 담을 수가 없다고 생각하고, 의미 부여와 정신 승리를 하는 자신에 질려한다. 그래서 화자가 고른 단어가 바로 ‘뇌절’이다. 뇌절은 과한 행동이나 불필요하게 과장하는 행동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처음에는 사용하게 된 지 꽤 된 단어임에도, 어쩐지 뇌절중이라는 표현이 익숙지 않았다. 하지만, 노래를 듣다 보면 원작자가 어떤 마음을 담으려는지 알겠다. 분명히 이 마음을 떨쳐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나의 마음을 뇌절중이라고 자조한다.

 

하지만,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만이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사람의 다음 이야기가 벌써 궁금해진다. 자신의 부끄러운 감정을 마주하고 받아들인 그의 미래에 어떤 모험과 만남이 기다리고 있을지, 어쩌면 우리의 모습이기도 한 그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한다.

 

 

 

원정민 명함.jpg

 

 

[원정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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