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캘리] 기록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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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 by 나캘리]
오늘 캘리는 최유수님의 시집 '눈을 감고 걷기'에 수록된 '꿈속의 여름-2'의 일부입니다.
개인적으로 최유수 시인의 시를 참 좋아하는 데요, 이 시는 가끔 필사도 하고 들여다보는 시 중 하나입니다. 특히 이 글귀를 고른 이유는 제가 생각하는 기록과 과정에 대한 중요성이 담겨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충분하다는 느낌은 소중합니다. 사람이기에 항상 무언가 시험이나 자격증, 운동 같은 목표를 두고 이를 위해 노력하기 마련입니다. 1월이라 더 그런 느낌이 드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재 내가 갖지 못한 것을 항시 생각하다 보니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이 계속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분명히 이뤄온 것들이 있는데도 왜 눈가리개 한 경주마 마냥 못한 것에 비중을 크게 두었을까?
제가 목표까지 올라가기 위한 과정 속에서 특별한 성취가 없더라도 나를 위해 충분히 시간을 갖곤 합니다. 소소하게 내가 내 일상생활을 잘 꾸리고 있다는 의식적인 느낌을 받도록 가시적인 리스트를 만든다거나, 나를 위한 힐링 시간 갖기, 내가 좋아하는 젤라또 맛집을 찾으러 가끔 새로운 곳 가보기, 이렇게 좋아하는 시집 다시 읽기 등.
그냥 문득 길을 걷다가도 이 순간 갑자기 내가 기특하다는 마음이나 허한 마음 없이 잘 살아가고 있다는 기분이 들면 참 뿌듯합니다. 그냥 배달시켜 먹을까 하다가 먹고 싶은 메뉴 재료를 근처 마트에서 사 와 소소하게 나를 대접하는 식사 시간에도 그런 기분이 들곤 합니다. 이런 마음은 기록해 두면 충분하지 않다고 느껴지는 나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마치 내가 그 시간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으로 약간의 위안을 얻어 한 발짝 한 발짝 더 나아갈 용기를 얻기도 합니다.
글로 쓰는 것이 번거롭다면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도 추천해 드립니다. 나의 생각이나 느낌을 언제나 동일하게 상세히 알 수는 없지만, 사진이 주는 생생함도 참 좋습니다.
[김성연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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