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선과 악의 공존에 관하여 – 스텔라장 ‘빌런 (Villain)’ [음악]

불완전한 인간으로의 삶을 사랑하고 노래하는, 스텔라장의 정규 1집 앨범 [STELLA I]
글 입력 2024.01.2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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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선과 악을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은 존재할 수 있을까?

 

이는 여태껏 잊고 지내온 혹은 의도적으로 망각해왔던, 악한 존재로의 우리에 관한 이야기이다.

 

 

 


스텔라장 정규 1집 [STELLA I]


 

[포맷변환][크기변환]1. Villain 앨범 자켓.jpg

  

 

스텔라장의 [STELLA I]는 2020년 4월 7일 발매된 정규 1집으로, 그녀가 20대 후반을 거치며 느꼈던 심오한 감정과 생각들을 담아낸 앨범이다. 특히 [STELLA I]는 소개 글을 통해 총 12개의 수록곡에 얽힌 작업 비화를 공개하며 2016년부터 2020년까지의 감상을 풀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앨범에 대한 그녀의 깊은 애정과 정성을 살펴볼 수 있다.

 

이때, 더블 타이틀곡 중 하나인 ‘빌런 (Villain)’은 내면 속에 히어로와 빌런의 성향을 필연적으로 안고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양면성을 주제로 한 곡이다. 그럼 지금부터는, 상대적으로 외면 받아왔던 빌런의 시선에 집중하며 스텔라장이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스텔라장 ‘빌런 (Villain)’ (2020.04.07.)


 

 

We all pretend to be the heroes

on the good side

 

 

모든 이야기는, 반드시 ‘주인공’의 시점으로만 서술된다. 이때, 서술자와 대척점에 서 있는 모든 존재는 주인공의 앞길을 방해하는 장애물로서 ‘악역’으로 간주된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악역에게 가해지는 소외와 배척을 회피하고자, 천편일률적으로 선에 위치한 영웅이 된 듯 행세하는 것이다.

 

 

어떤 것은 검은색

어떤 것은 하얀색

색안경을 끼고 보면 어떡해

넌 착한 사람이고

걘 나쁜 사람이고

재미없는 너의 세상은 흑백

 

 

결국, 위와 같은 태도는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를 선과 악, 흰색과 검은색이라는 이항대립적 관계로 분리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마치 소설 속 주인공을 돕는 조력자들은 선으로, 악역의 충실한 하수인들은 또 다른 악으로 여겨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옳고 그름’의 이분법적인 사고로 모든 존재와 행위의 가치를 판단하려 드는 관점을, 우리는 ‘흑백논리’라 부른다.

  

 

[포맷변환][크기변환]2. so many shades of gray.jpg

 

 

So many shades of gray

Oh 어떻게 아직도 모를 수 있어

Good easily fades away

 

 

그러나 흰색과 검은색 사이에는 수많은 결의 회색이 존재한다. 즉, 흑과 백이라는 두 가지 색상은 단순히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라, 마치 ‘그림자’처럼 분명하게 서로 융화되어 가는 과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는 ‘Good easily fades away’라는 가사를 통해 사회의 또 다른 문제점을 깨달을 수 있는데, 바로 ‘시시각각 뒤바뀌는 선의 영역’이다. 흰색으로 대표되는 선은 잠재적인 위험 요소, 즉 주변의 다른 색상에 의해 언제든 물들어버릴 수 있다. 이 말은 곧, 선이 악으로 뒤바뀌는 것 역시 한순간이며 ‘선을 규정하는 기준은 지극히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내가 제일 사랑하는 누군가는

다른 누군가에게는 개

...

What is good / What is bad

...

네가 제일 미워하는 누군가는

사랑받는 누군가의 자식

 

 

이는 바로 뒤이어 2절에서 등장하는 ‘악의 보편성’을 토대로 증명된다. 나의 연인이 누군가에게는 끔찍한 대상이 되는 것처럼, 그 반대의 경우도 충분히 성립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말이다. 따라서, 스텔라장은 위와 같은 가사를 통해 악이라는 것은 인간의 내면에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성향이기에 어느 누구도 절대선 혹은 절대악의 범위로 규정될 수 없음을 알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I’m a villain

...

You’re a villain

왜 아닐 거라 생각해

미처 몰랐던 악마가

네 안의 숨쉬고 있어

...

We’re all villains

왜 아닐 거라 생각해

미처 몰랐던 악마 같은 우리를 좀 봐

 

 

이처럼 악의 보편화가 진행된 시점에서부터, 더 이상 순수한 선을 대표할 수 있는 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개인의 이익을 위해 나와 타인 사이 보이지 않는 경계선을 긋는, 위선과 이기심만이 자리할 뿐이다. 그러므로, 스텔라장은 악인의 범위를 I에서 you, 그리고 we로 확장해간 후렴구를 통해 오직 선을 근거로 악을 가장한 다름을 처벌하자 선동하는 사회 구조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마치며: 서로를 향해 칼날을 겨눈 우리, 이제는 수용과 이해의 자세가 필요할 때


 

[포맷변환][크기변환]3. Villain (악마 뿔).jpg

 

 

I’m killing someone maybe

You’re killing someone maybe

I’m killing you maybe

You’re killing me maybe

 

 

결론적으로, 어디까지나 정도의 차이일 뿐 우리 모두는 선악이 공존하는 모호한 인간으로서 동일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니 이 점을 고려하지 않고, 서로를 향해 비난과 차별만을 가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은 마치 거울에 반사되는 나의 모습을 거부하듯 지극히 모순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가 영웅이 될 수도 혹은 악당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상시 염두에 두어야 하며 상처를 주고받지 않기 위해 타인을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시도를 지속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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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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