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No day but today! - 뮤지컬 '렌트'

글 입력 2024.01.08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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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모두 알고 있는 넘버가 있다. 바로 ‘오십이만 오천육백 분의 귀한 시간들’로 시작되는 뮤지컬 렌트의 ‘Seasons of Love’이다.


이토록 익숙한 뮤지컬인 렌트가 2023년 11월 11일부터 2024년 2월 25일까지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공연하고 있다. 뮤지컬 <렌트>는 파격적인 소재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조나단 라슨이 그의 실제 이야기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삶과 죽음을 대하는 자세, 이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삶의 본질적인 이야기를 중심적으로 풀어 나간다.

 

 

[2023뮤지컬렌트] 포스터.jpg

 

 

필자 역시도 위에서 언급했던 ‘Seasons of Love’가 익숙했고, 이것을 실제로 들을 수 있다는 사실에 고민 없이 뮤지컬 렌트 관람을 선택했다.

 

그러나 기대감이 가득했던 시작과 달리, 중간 인터미션까지 1막을 보면서 혼란만이 가득했다. 너무 많은 인물들이 나오고, 또 그 인물들의 서사가 복잡했다. 누구는 누구와 사랑에 빠지고, 또 누구는 누구를 거부하고, 또 누군가는 또 다른 꿈을 향해 달려가고. 남녀 간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가, 별안간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들이 나눴던 추억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또 갑자기 에이즈 바이러스에 대한 기도를 한다. 갑작스럽게 사랑에 빠지는 한 동성 커플도 있고, 사랑에 빠지지 않으려고 하는 이성 커플도 등장한다. 이렇게 복잡한 서사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극에 몰입하기보다는, 따라가기 벅차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2막에서 ‘사랑’으로 합쳐진다. 결국은 사랑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랑의 중심에는 ‘엔젤’이 있다. 엔젤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사랑이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극의 중심 메시지이기도 한 “우리에게는 오직 오늘 뿐!(No day but today!)”를 외친다. 이 메시지는 극에 등장하는 모든 주인공들에게 전달된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싸우던 커플들은 화해를 한다. 용기 내지 못했던 사랑도 끝끝내는 서로를 찾게 된다. 현실에 치여 잠시 외면했던 꿈들은 다시 이전에 꿈꿨던 방향으로 돌아간다. 이렇게 모든 주인공들은 엔젤의 메시지에 따라 ‘사랑’을 바탕으로 ‘오늘’을 살아가게 된다.

 

 

[2023뮤지컬렌트] Seasons of Love.jpg

 

 

그리고 이러한 메시지는 관객들에게도 전달된다.

 

실제로 이야기가 전부 이해되지는 못했어도, ‘Seasons of Love’를 들으며, 엔젤의 메시지를 들으며 예상치 못한 벅차오름을 느꼈다. 지금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꿈들, 살아가는 오늘들, 살아가는 순간들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토록 사랑과 오늘을 외치던 엔젤은 결국 죽었다. 그렇지만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미미는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엔젤의 계시를 받은 것과 같은 경험을 한 미미는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엔젤의 메시지를 실천하고 전달하며 살아갈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뮤지컬 렌트를 본 후에, 적극적으로 사랑하고, 적극적으로 오늘을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관람을 마치고 나서, 뮤지컬 <렌트> 비하인드에 대해 더 많이 찾아보았다. 그러던 중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이 뮤지컬이 더욱 더 인상깊게 남았다. 바로 작사, 작곡, 연출가였던 조나단 라슨에 대한 이야기였다.

 

[제작자인 조나단 라슨은 뉴욕 슬럼가에 거주하며 본인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뮤지컬을 제작해 오고 있었다. 에이즈와 마약, 매춘이 공공연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스스로의 예술을 실천하고자 했고, 그럼에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 초조함 속에서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그것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라슨은 브로드웨이 공연 개막을 하루 앞두고 뇌동맥류파열로 인한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했다.]


결국 제작자인 조나단 라슨은 자신이 제작한 뮤지컬이 개막하기도 전에 죽었고, 이에 동료 배우들은 더욱 열광적으로 공연을 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이 작품은 당대 브로드웨이를 완전히 휩쓸어버렸고, 지금까지도 전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다. 이러한 제작자와 그 주변인들의 삶이 고스란히 뮤지컬 속에 담겨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모든 이의 삶이 결국 이런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복잡하고 이해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벅차오르는 무언가. 그것이 그냥 삶 아닐까? 어쩌면 완벽히 정리되지 않은 작품이, 또 엄청나게 화려하지는 않은 작품이 작가의 의도를 더욱 살려주고 있는 듯하다.

 

 

[윤영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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