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쇼팽은 피아노였어요 - 쇼팽, 블루노트

글 입력 2023.12.27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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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편지콘서트_쇼팽 블루노트_포스터.jpg

 

 

나는 쇼팽의 음악을 들으면서도 그에 대해 궁금해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첫 번째 에피소드가 끝난 후 연주된 폴로네이즈를 듣고, 나는 그의 음악이 주는 힘에 매료되었고,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궁금해졌다.

 

극 중에서 쇼팽은 편지를 쓴다. 편지는 마음을 드러내는 창구이다. 자신이 쓴 편지를 읽어주는 쇼팽을 통해 나는 그의 전반적인 인생뿐만 아니라, 그가 어떤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갔는지 유추해 볼 수 있었다.

 

 

 

조국, 폴란드


 

1795년부터 폴란드는 123년동안 러시아, 프로이센, 오스트리아에 의해 통치되었다. 어쩌면 쇼팽은 혼란스러운 고국을 떠나 파리, 빈 등 더 넓은 세계에서 음악을 공부하는 자신에게 죄책감을 느꼈던 것 같다.

 

쇼팽이 빈에 간 지 약 일주일 뒤의 이야기이다. 1830년 그의 고향 바르샤바에서 러시아의 지배에 대항한 민중봉기가 일어난다. 친구 보이체호프스키는 자원입대하기 위해 급히 고국으로 돌아갔고, 쇼팽도 합류하려 했지만, 그의 건강 상태를 염려한 주변인들의 만류로 제지당했다. 저항운동은 결국 러시아군에 진압되며 실패로 끝난다.

 

 

오 신이시여, 어째서 우리의 복수를 대신 해주지 않으십니까.

모스크바의 죄가 아직 충분하지 않아서인가요? 아니면 당신도 모스크바 사람이어서인가요?

 

- 저항 운동 실패 소식을 들은 쇼팽의 독백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괴로워하던 쇼팽은 이 시기에 에튀드 다단조 op.10. No.12를 작곡한다. 후대 사람들은 이 연습곡을 혁명이라 이름붙였다. 몰아치는 왼손의 아르페지오와 도약, 옥타브로 전개되는 오른손의 멜로디에서 쇼팽의 분노와 슬픔이 느껴진다.

 

쇼팽은 39년의 짧은 생 동안 자신의 조국을 항상 생각해 왔던 것 같다. 그는 작품 곳곳에 폴란드 색채를 남겼다. 특히 폴란드무곡에 기초한 마주르카와 폴로네이즈는 쇼팽의 음악에 널리 활용되었다. 죽는 날까지 고국 땅을 다시 밟을 수 없었던 쇼팽이지만, 폴란드를 향한 그의 마음은 아직도 그의 음악 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

 

 

 

사랑


 

쇼팽은 친구 리스트의 소개로 도발적이고, 자유로운 소설가 조르주 상드를 만났다. 사람은 자신과 반대되는 사람에 끌린다고 하던데, 내향적인 쇼팽은 상드의 당찬 모습에 끌렸을 것 같다. 상드는 몸이 약한 쇼팽을 지극 정성으로 보살폈고, 결핵으로 고생하는 쇼팽을 위해 요양차 마요르카에 가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요양 생활은 생각보다 고되었다. 습한 공기는 쇼팽의 건강을 악화시켰고, 상드는 비가 많이 오는 날 생필품을 공수하러 다니다 마차 사고까지 겪었다. 이때 상드를 걱정했던 쇼팽은 울며 어떤 곡을 연주했는데, 그 곡이 빗방울 전주곡이라 불리는 Op. 28, 15번이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사실, 이때 쇼팽이 쳤던 피아노곡은 도입부가 비슷한 6번 곡이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느 쪽이 되었든, 쇼팽은 힘들 때마다 피아노에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으며 버텨왔나 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그의 24개 전주곡 중 대다수와 발라드 2번 등 많은 작품이 힘들었던 마요르카 생활 중 완성되었다.

 

힘든 마요르카 생활을 뒤로하고, 둘은 상드의 고향인 프랑스 노앙으로 거처를 옮겼다. 다시 행복이 찾아오나 싶은 것도 잠시, 둘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건강 악화로 점점 예민해지는 쇼팽, 상드의 딸 결혼식 관련 갈등, 쇼팽과 자신의 관계를 빗댄 소설을 쓴 상드. 일련의 상황들이 겹치면서 둘은 그렇게 멀어졌다.

 

극이 끝나고 둘의 사랑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쇼팽은 상드와 헤어진 뒤에도 그녀의 편지를 보관해 왔었고, 상드는 쇼팽의 임종 전 그의 누이에게 쇼팽의 안부를 물어봤었다고 한다. 그들은 서로가 더 이상 함께할 수 없음을 알았지만, 서로에 대한 애정어린 마음은 어느 한 편에 늘 존재했었을 것이다.

 

 

 

그리고 피아노, 모든 것은 피아노


 

연주자 피오트르 쿠프카(3) (1).JPG

 

 

쇼팽은 피아노 그 자체다. 대부분의 작품이 피아노곡일 만큼 쇼팽은 피아노를 정말 사랑했다. 병약한 신체를 가지고 조그만 자극에도 고뇌하던 그를 달래주던 것이 피아노라는 사실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그렇게 피아노에 전해진 마음은 몇 세기를 걸쳐 우리에게까지 닿았다.

 

극 중 상드는 달빛처럼 공간을 가득 메우는 쇼팽의 음악에 다음과 같은 이름을 붙였다.

 

'블루노트.'

 

정말이지, 각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연주되는 쇼팽의 음악은 작은 소극장을 달빛처럼 가득 채웠다. 나는 이제 쇼팽의 음악을 듣고, 멜로디에 실린 그의 삶을 떠올릴 것 같다.

 

 

 

원정민 에디터.jpg

 

 

[원정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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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수수여행
    • 내일 공연보러 가는데 에디터님의 글을 읽으니 더욱 기대됩니다 :)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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