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 - 정신의학은 환자의 위증을 가려낼 능력이 있는가?

글 입력 2023.12.26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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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로봇을 쏘아 올려 관찰하고, 저 깊은 심해에도 잠수정을 보내는 시대다. 2023년의 우리는 이미 아득했던 거시세계와 미시세계를 동시에 연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자신의 '뇌'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은 정말 신기한 일임과 동시에 모종의 경외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사람의 정신병은 아직도 명쾌히 풀리지 않는 난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인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신앙과 철학과 과학을 동원했지만, 누구도 아직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정신의학이 육체의 의학에 비해 성과를 내기 힘들었던 큰 이유 중 하나는 의학을 배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진단을 할 수 있는 육체의 병과 달리 정신병은 일정 부분 환자의 진술이나 상담 등 주관적 요소가 개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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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퍼드 대학의 교수 데이비드 로젠한은 이런 정신의학에 대해 한 가지 의문점을 제시한다. 과연 정신의학은 환자의 위증을 잡아낼 수 있는가? 거짓 진술을 하는 가짜 환자에 대해, 정신의학이 제대로 이를 짚어내지 못한다면 이는 그 자체가 객관성이 없다는 말이 아닌가, 라는 의견이다.

 

로젠한 교수는 '가짜 환자'를 만든다.

 

자신을 포함한 '무증상자' 8인은 '쿵, 비었어, 공허해'라는 환청이 들린다는 사실을 내세우며 조현병 진단을 받아 정신병원에 입원한다. 정신질환을 '인정'받기 위해 노력했던 진단 시기와 달리 입원 이후 이들의 '정상적' 행동 역시도 모두 '증상'으로 취급받았다.

 

'우리는 온전한 정신질환을 알 수 있는가/진단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 이 연구는 1973년 <사이언스> 지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이는 당대의 정신의학에 대해 사실상의 무용론이 나올 정도의 충격을 주었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실험은 상당히 많은 변수를 '의도적으로 삭제'했으며, 연구 윤리 또한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정신병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실험자의 의견을 묵살하고 삭제했으며, 타 실험자의 안전을 배려하지 않은 행동 역시도 보였다. 무엇보다 이는 기본적으로 편향적인 시선에서 출발한 실험이었다.

 

로젠한의 실험은 윤리적으로 오점을 가지고, 객관성 면에서도 많은 것을 놓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실험이 가지는 의미는 분명히 존재한다. 우린 정신 질환의 진단에 있어 훨씬 더 예민해져야 한다는 점이다. 몸의 질병과 같이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있을 정도의 시스템이 나오기 전까지는 우린 역시나 인터뷰와 상담 등에 의존해야 하기에, 이를 더욱 명확히 할 수 있는 심도 있는 관찰과 사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실험 참가자들이 진술한 열악했던 당대 정신병원의 환경이, '정상인'들이 실험을 위해 출입한다는 사실로 인해 조금이나마 개선되지 않았을까 하는 부수적인 장점 역시도 기대되었다.

 

나 역시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 상담을 받던 도중, 내 위증을 선생님이 잡아낼 수 있을지 궁금해진 적이 있다. 물론 난 그다지 짖궃은 성격도, 연구자 적 심리가 있는 사람도 아니라 직접 그 사실을 물어봤다.

 

"힘들죠, 어디까지나 말한 정보를 활용하여 최대한 판단과 상담을 하는 거니까요."

 

로젠한은 실험을 통해 거짓말로 의사들을 완벽히 속였다. 하지만 그 의사들이 부주의했거나, 바보였는지 묻는다면 대답이 조금 다르다. 의사들은 주어진 조건을 가지고 최선의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중요한 정보를 숨긴 채, 혹은 거짓말을 한 채로 올바른 진단을 원하기에는 아직 기술이 미비했을 뿐이다. 언젠가의 발전을 소망한다. 우리 모두에게 정신질환도 가벼운 감기처럼 느껴질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정신의학, 정신분석학, 뇌과학은 서로 다른 부분이 아니다. 굳이 범위를 넓히자면 신학과 철학 역시 그렇다. 우린 아직도 우리 스스로를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다. 미시세계의 불확정성을 띠는 양자역학에 대해 척척 설명하는 학자들도, 정작 자신이 왜 웃는지, 왜 우는지를 알지 못한다는 사실은 꽤 많은 것을 시사한다.

 

결국 이 모든 것은 하나의 길로 통한다.(萬流歸宗)

 

우린 스스로를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선택하는 것이다. 지금은 앞으로 계속 진보할 정신의학을 기대하고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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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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