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정상과 비정상 사이 - 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

글 입력 2023.12.24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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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은 우리의 삶과 밀접해 있다. 정신과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병원에까지 가지 않더라도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다. 다수의 사람들이 정신적 이상을 느끼지만, 동시에 ‘정상’에 속하기를 바란다. 자신보다 더 심각한 수준의 사람들을 ‘비정상’이라 비판하며 자신 정도의 정신 이상 증상은 별거 아닌 것으로 여기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문제가 연결된다. ‘온전한 정신과 정신 이상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알까?’라는 것이다. 다른 말로 정리하면, ‘정신 이상의 정도에 따라 정상과 비정상임을 판단할 수 있을까?’일 듯하다.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과거 ‘로젠한 실험’이 이루어졌었다.


데이비드 로젠한은 정신 의학의 한계를 지적하고 싶어했다. 따라서 자신을 포함해 정신 질환 병력이 없는 여덟 명의 정상인들을 미국 각지의 정신병원으로 보내 의사들이 가짜 환자들을 가려낼 수 있는지 실험했다. 이것이 ‘로젠한 실험’이다. 결과적으로는 이들은 모두 정신 질환이 있는 것처럼 연기해냈고, 실제로 모두가 정신 질환 환자로 오진 받게 된다. 이에 약 20일 정도를 정신 병원에 수감되어 약물 치료를 받기도 하였다.


이 실험은 이후 가짜 환자들에 대한 관리 부족, 실험 소감 조작을 포함한 많은 이유들을 근거로 비판받았다. 한 참가자는 정신병원에 있는 동안 오히려 안정감을 느꼈었다고 밝혔지만, 이는 정신병원을 우호하게 됨으로 묵살당했다고 한다. 또 다른 참가자에 대해서는 처음 참여 시점에서는 언제든지 병원에서 퇴원할 수 있게 한다고 했었지만, 그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듯 문제와 비판점이 많은 실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로젠한이 밝혀내고 싶었던 질문 자체는 의미가 있다. 그리고 여전히 아직까지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확실하게 내리기는 어렵다.

 

이에 이 저자는 <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 –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무너뜨린 정신의학사의 위대한 진실>을 통해 이 실험과 질문을 더 상세히 다루고자 했다.

 

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 표지-띠.jpg

 

 

이 책에서는 기본적으로 정신의학에 대해 다루고, 실험에 대해 다룬다.

 

당시 실험에 참여했던 가짜 환자들, 오진이 발생했던 이유, 로젠한 실험에 대한 여러 비판점들 등 실험의 이면에 대해 집중하고 있다. 또한 더 나아가 결국은 ‘인간’ 자체를 판단하게 되는 정신의학을, 우리는 믿어도 되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


필자 역시 정신의학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의학과 의사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있다. 그러나 의사의 판단이 나의 도덕성을 무시하는 것이라면, 더 나아가 나의 인간성을 해치는 것이라면. 그런 수준의 의존 아래에서도 우리는 의사의 판단을 믿을 수 있을까? 이것들이 현대인들의 크고 작은 정신 질환들을 해결하는 데에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정신 질환에 대한 접근성이 너무 높고 어려운 것이 가장 문제라 생각했다. 아파도 아프다고 할 수 없는 사회, 아픈 사람이 ‘비정상’이 되는 사회가 싫었다. 이에 접근성이 낮고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정신과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최근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도 전했듯이, 우리는 누구나 정신 질환 환자가 될 수 있고, 또 누구나 정신 질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에 정신 의학을 좀 더 가볍게 다루고 쉽게 이겨낼 수 있다는 의지를 키우는 방향으로 발전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지금, 정신 의학은 더욱 더 엄중하고 진지하게 접근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순간이 사람의 정상과 비정상을 결정지을 수는 없으니 말이다. 온전한 정신이 무엇인지, 그렇다면 정신 이상은 무엇인지, 그 차이는 우리가 알 수 있을지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윤영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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