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머천다이즈: 서브컬처를 넘어 스트리트웨어의 주류가 되다 [패션]

마니아층을 넘어 주류가 된 머치코어(MerchCore)
글 입력 2023.12.2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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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월 23일 킨텍스에서 성공적인 내한공연을 마친 세계적인 스타 포스트 말론(Post Malone)은 공연에서 블랙핑크 공식 머천다이즈(이하 MD) 티셔츠를 입어서 화제가 되었다. 블랙핑크가 한국을 대표하는 K팝 아이돌이기에 한국에 대한 애정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의도로 입은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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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 MD 티셔츠를 입은 포스트 말론

 

 

하지만 포스트 말론이 순전히 블랙핑크를 슈퍼스타로 보았을 수도 있다. 우리가 해외 아티스트의 MD 티셔츠를 입듯이 포스트 말론 또한 비슷한 이유로 입은 것일 수도 있다. 진실은 포스트 말론만이 알겠지만 아이돌 팬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MD 티셔츠를 포스트 말론이 착용하며 K팝 아이돌 MD 또한 패션 아이템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


공연을 가면 언제나 MD 판매 부스의 긴 줄을 볼 수 있다. 흔히 머천다이즈(Merchandise), 머치(Merch), MD, 굿즈로 불리는 아티스트 상품은 음악 산업 및 콘서트, 투어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티켓 판매 수익을 MD 판매 수익이 능가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MD는 아티스트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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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가 불티나게 팔리는 이유는 바로 아티스트와 함께한다는 연대 의식과 아티스트의 시대정신과 음악성에 대한 존경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MD 중에 특히 티셔츠와 같은 의류를 입는 것은 곧 아티스트와 관련된 내용을 문신처럼 새기는 것과 비슷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팬들에게 있어 MD 의류는 의류 이상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MD는 점차 시대의 변화에 맞춰 컬트적이고 매니악한 서브컬처에서 벗어나 머치코어(MerchCore)라는 스트릿웨어의 주류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바비 삭서로부터 시작된 MD의 역사


 

MD의 탄생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1940년대의 10대 '바비 삭서(Bobby-soxers)'들이 자신들이 좋아하는 뮤지션의 이름을 옷에 낙서하고 자랑스럽게 입는 것을 MD의 탄생으로 여긴다.

 

* 바비 삭서(Bobby-soxers): 1940년대 미국에서 파생한 문화로 특정 그룹의 여성 팬들을 의미. 바비 삭서라는 표현은 발목까지 오는 짧은 흰색 양말인 바비삭스를 신고 새들 슈즈와 함께 신는 패션 트렌드에서 유래

 

50년대 후반부터 엘비스 프레슬리 팬클럽에서 만든 비공식적인 디자인이 MD 형태로 소비되었고, 당시 아티스트와 투어 프로모터들은 트렌드를 빠르게 캐치해 본격적으로 MD를 제작하여 판매하게 되었다. 열성 팬들은 앞다투어 MD를 구매했고, 소속사와 아티스트는 공연 티켓 이외의 부가 수익을 얻게 되어 결과적으로 MD는 아티스트와 팬 모두를 만족시키는 상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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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1967년 빈티지 Grateful Dead 티셔츠 / (우) 1977년 빈티지 Grateful Dead 티셔츠

 

 

60년대 후반과 70년대 록밴드 MD는 전쟁반대, 평화와 같은 시대정신을 담았다. 당시 미국과 베트남의 전쟁으로 히피들 사이에서 반전 시위가 일어났고 데이지와 평화 깃발 같은 상징들이 대거 등장했다. 히피들과 함께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 재니스 조플린(Janis Joplin), 그레이트풀 데드(Grateful Dead)등의 뮤지션들이 활발히 정치에 참여했다. 이와 같은 움직임에 당시 세계적인 투어 프로모터인 빌 그레이엄은 기회를 포착하여 투어 MD 제작에 전념했다. 이 당시 탄생한 그레이트풀 데드 MD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높은 수요를 보이며 최근에는 1967년 투어 티셔츠가 2021년에 경매에서 17,640달러라는 기록적인 가격에 낙찰된 적도 있다.

 

 

 

스타디움 록의 부상, 폭발적인 MD 수요


 

MD는 70년대 후반 스타디움 록의 부상과 함께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AC/DC는 투어 티켓보다 MD 판매로 더 많은 수익을 올린 최초의 밴드가 되었고 음악뿐만 아니라 이들의 상징적인 로고가 적혀있는 MD는 값진 유산을 남았다. 키스(KISS), 비틀스(The Beatles,),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또한 MD 열풍에 편승하여 전례 없는 속도로 판매량을 늘려가며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락 밴드 MD 시대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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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에는 마이너 한 장르였던 메탈, 그런지, 힙합 등의 장르에서도 본격적으로 MD가 소비되기 시작한다. 팬들은 "나도 그 콘서트에 있었다"는 과시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MD 의류를 활용했다. 투어 티셔츠를 입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되었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으며, 반항적이거나 쿨함, 진정한 팬이라는 연출 수단으로 소비되었다.

 

 

 

전자상거래의 등장과 MD의 고급화


 

2000년대는 본격적으로 전자상거래의 등장으로 MD는 전 세계 팬들로 퍼졌다. 아티스트들은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MD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전 세계 팬들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MD를 구매했다. 거물급 아티스트들은 온라인상에서 독점 및 한정판 MD를 판매하는 등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MD 판매의 맛을 제대로 알아버린 아티스트들은 MD의 고급화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 패션 디자이너, 스트릿 브랜드들과 협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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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MD로 성공적인 스트릿웨어로서 MD가 활용된 대표적인 사례인 피오 오브 갓(Fear Of God)의 제리 로렌조가 참여한 저스틴 비버(Justin Biber)의 ‘Purpose Tour’ MD, 트래비스 스콧(Travis Scott)과 버질 아볼로(Virgil Abloh)의 Off-White 협업으로 탄생한 'Birds Eye View' 투어 뉴욕 공연 기념 한정판 MD. 그리고 전설적인 락 밴드들의 앨범 커버를 작업한 현대 미술가 Wes Lang이 참여한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의 Yeezus 투어 MD를 들 수 있다.

 

이외에도 현재 대다수의 아티스트들은 앨범 발매나 투어를 돌기 전 MD를 선공개하는 등 MD는 어느새 부가적인 기념품이 아닌 아티스트들의 주력 상품으로 대두되고 있다. 혁신적인 디자인, 영리한 마케팅으로 무장한 현대의 MD는 폭발적으로 소비되며 자연스럽게 스트릿웨어의 중심에 섰다. 길거리에서 심심치 않게 밴드 티셔츠를 포함하여 거물급 아티스트들의 투어 MD들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새로운 트렌드를 표현하기 위해 머치코어(MerchCore)라는 단어가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K팝 아이돌 MD도 패션 아이템이 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K팝 아이돌의 MD 또한 해외 아티스트들의 MD와 같이 패션 아이템으로 소비 될 수 있을까? 마치 포스트 말론이 블랙핑크 MD를 입고 공연에 나온 것처럼 길거리에서 K팝 아이돌의 MD를 입는 다수의 힙스터들을 볼 수 있는 것일까?


과거 K팝 아이돌 MD는 아이돌 팬덤을 중심으로 소비가 이뤄졌기에 팬덤과 아티스트간의 소속감과 연대감을 확인하는 기념품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아무리 열렬한 팬이어도 사회에서는 쉽사리 입지 못하는 이유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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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뉴진스와 르세라핌을 필두로 데뷔 초부터 그룹 명과 로고를 활용한 세련된 브랜딩을 보여주며 자연스럽게 의류를 바탕으로 MD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블록코어나 발레코어와 같은 최신 트렌드를 접목한 MD 의류를 제작하고 특정 팬덤이 아닌 대중들을 대상으로 팝업 스토어를 열어 K팝 아이돌의 MD가 패션 아이템으로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단순 아이돌 산업을 넘어 라이프 스타일로 자연스럽게 녹아든다면 앞으로 K팝 아이돌의 MD도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되며 길거리에서 자주 보일 것이라 확신한다.

 

 

 

머치코어, 서브컬처에서 메인스트림으로


 

특정 팬덤의 서브컬처에서 시작된 MD는 한 때 빈티지 록 밴드 티셔츠의 광범위한 인기를 거쳐 스트리트웨어의 중심인 머치코어가 되었다. 과거 정치적인 메시지를 던지며 컬트적인 성향이 강했던 MD는 이제는 시대정신은 많이 퇴색되었지만 디자인적인 요소가 극대화되며 음악 산업과 패션 산업간의 활발한 협업을 이끌어 내고 있다.

 

아티스트들이 MD에 더욱 집중하는 것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의 등장이라는 의견 또한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로 인해 앨범 판매량은 줄어들고 스트리밍 서비스의 정산 시스템은 극악무도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아티스트들은 부가 수익을 얻기 위해 더욱 MD에 집중할 수 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MD의 고급화를 이뤄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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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음악성에 대한 존경과 연대감을 표현하면서도 스트릿패션 요소까지 갖춘 머치코어. 아직까지 머치코어에는 해외 아티스트의 MD만이 보이지만 향후 K팝 아이돌의 MD 또한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자연스럽게 소비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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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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