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줄 알았는데 [영화]

리버 피닉스 30주기에 본 <아이다호>
글 입력 2023.11.07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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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봐야지 하면서도 손이 잘 가지 않았고, 막상 재개봉은 놓치고, 보려고 마음먹을 때면 OTT에서 사라져있었던 <아이다호>.

 

영상자료원에서 리버 피닉스 30주기 특별전으로 상영해 준다길래 바로 예매했다.


<아이다호>는 그저 리버 피닉스와 키아누 리브스가 어렸을 때 같이 나온 영화라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이라도 정보를 찾아보고 갈걸. 예술영화 특유의 아무 말 하기, 거기에 마약, 강도짓을 청춘의 방황이라고 포장하기 등 내가 제일 싫어하는 내용만 가득 담겨 있었다.


도대체 어쩌라고의 연속이었다. 사람들이 명작이라고 했던 <아이다호>와 내가 보러 온 <아이다호>가 다른 영화인가? 하는 의문이 내내 들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감성의 스토리를 너무 그럴듯하게 만들려는 것 같았다. 스콧은 이 방황이 잠깐의 유흥거리인 시장의 아들이고, 마이크만 같은 길을 걷고 있다고 여긴, 돌아갈 곳 없는 청춘이었다는 게 내용의 전부였다.

 

 

[크기변환]Scott-at-the-funeral-2.png

 

 

그래도 인상 깊었던 두 장면이 있었다.

 

하나는 스콧이 말은 그렇게 했어도 아빠처럼 여겼던 밥은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끝까지 외면한 장면이었다.

 

충격으로 죽은 밥의 장례식은 언덕 아래, 친아버지의 장례식은 언덕 위에서 하는 게 마치 이제 너희랑은 이렇게 계급 차이가 난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정적이고 형식적인 스콧의 친아버지 장례식과 달리 관에 드러눕고 고성방가를 하며 자유분방한 밥의 장례식, 그리고 밥의 장례식을 바라보는 스콧의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이 압권이었다.

 

키아누 리브스의 표정 없고 기계 같은 연기가 여기서는 오히려 해석의 여지를 주는 것 같아 좋았다.

 

 

[크기변환]alone-on-the-road.jpg

 

 

그리고 마지막 장면.

 

기면증을 앓고 있어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디에서도 픽 쓰러지고 마는 마이크가 혼자 아무도 없는 도로에 쓰러지자 뒤이어 한 트럭이 멈추고 남자 두 명이 내려 마이크의 짐과 신발을 훔쳐 달아난다. 그리고 다음에 온 승용차는 마이크를 차에 태워간다. 마이크와 스콧이 달랐던 것처럼 세상에는 누군가에게 손을 건네는 사람과 외면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았다.


예상과 너무 달라서 2시간 동안 극장에서 보는 게 고문 같았지만 리버 피닉스 30주기에 한창 할리우드에서 빛나던 리버 피닉스와 키아누 리브스를 극장에서 봤다는 데 의의를 두기로 했다.

 

평생 23살일 리버 피닉스가 지금쯤 어떤 모습일지 알지 못한다는 게 더 아쉬워지기도 했다.

 

 

[신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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