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창작 앞으로 - 에르베 튈레展

글 입력 2023.11.06 14:2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나는 그림책을 좋아한다. 어린 시절을 지나며 이제는 졸업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나이가 들어가며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그림책은 글보다 그림에 더 많은 이야기가 담길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나이가 많건 적건, 글을 읽을 수 있건 없건 누구나 즐길 수 있다.

 

그림책을 그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던 그때, 에르베 튈레도 어쩌면 나와 같은 마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다니던 광고 회사를 그만두고 일러스트레이터의 길을 걷던 도중, 그림책을 만들었다.

 

그렇게 그 매력에 푹 빠지고 만 모양이다. 단순한 삽화 작업에 그치지 않고 <책놀이>라는 너무도 매력적인 그림책을 탄생시켰으니 말이다.

 

 

에르베튈레 사진.JPG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전시 <에르베 튈레展>은 색색깔깔 뮤지엄이라는 소제목을 가지고 있다. 전시장은 진정 다양한 색들이 가득했다. 한쪽에서는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시끄러워도 괜찮은가? 하는 생각이 들어 주위를 살펴보았는데, 심지어 아이들을 위한 도슨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아이들이 앞치마를 입고 있는 것을 보니, 작품을 감상한 이후 별도의 창작 활동도 진행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곳은 태초부터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었던 것이다.

 

사실 에르베 튈레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림책 작가이며, 최근에는 창의 예술 워크숍을 진행하는 창의 예술가로서의 명성을 떨치고 있다. 그가 진행했던 워크숍들을 전시장에서 영상으로 상영하고 있었는데, 한국에서는 정말 보기 힘든 규모와 유형의 미술 워크숍이었다.

 

거대한 광장 하나를 가득 채우는 흰 전지와 물감들. 마치 워크숍을 위해 도시가 나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시장의 협조 없이는 절대 불가능할 것 같은 스케일을 보며 과연 이 정도 규모의 워크숍을 우리나라에서도 진행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La Fabbrica dei Disegni, Plalzzo dei Pio, Carpi 2023.jpg

La Fabbrica dei Disegni, Plalzzo dei Pio, Carpi 2023

 

 

스웨덴에서 교환학생을 할 때, 훨씬 작은 규모지만 비슷한 워크숍을 진행해 본 적이 있었다. 심지어 대학의 정규 수업이었다. 신발 박스로 자신의 얼굴을 제작하고 물감을 손으로 만지며 그림을 그리는 등의 다양한 예술 워크숍으로 구성된 수업에 참여하며 나는 정말 재미있었다. 한국의 교양 수업과 비교했을 땐,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당시의 경험은 지금 나에게 너무도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아마 앞으로 쉽게 경험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아이가 있다면, 이 수업을 경험하게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어릴 때, 이런 자극을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자세로 앉아서 정해진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닌, 자유롭고 활동적인 예술 활동을 많이 한 아이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The Ideal Exhibition, ICA LA, Los Angeles 2019.jpg

The Ideal Exhibition, ICA LA, Los Angeles 2019

 

 

따라서 <에르베 튈레展>을 관람하는 내내, 이런 전시가 한국에 와줘서 참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도슨트 선생님을 따라다니며 작품을 감상하고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기회에 참여한 아이들이 부러웠다. 저 아이들에게도 오늘의 경험이 얼마나 특별하게 기억될까를 상상하며, 차마 그 속에 속하지 못하는 나는 그림과 영상을 통해 아이들의 감정을 느껴보았다.

 

만일 조용하고 깊이 있는 전시를 선호한다면, <에르베 튈레展>은 좋은 선택지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저 멀리서 작품을 감상하던 관람객에서 창작으로 한 발짝 가까워지고 싶은 일말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에르베 튈레展>이 새로운 자극이 되어 줄 것이라 믿는다. 우리는 다 큰 어른이라, 전시장에서 제공하는 아트 워크숍엔 참여할 수 없지만, 그 장소를 거닐며 에르베 튈레가 만들어낸 결과물들을 경험하는 과정 역시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이라 믿는다.

 

더불어 그가 출간한 그림책 <책놀이>를 꼭 한 번 체험해 보기 바란다. 개인적으론 굉장히 센세이셔널한 그림책이었다. 전시장 안에 체험형 공간의 일환으로 그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생생히 녹아든 그림책 <책놀이>가 거대 버전으로 설치되어 있다. 직접 펼쳐보고 놀이해 보기 바란다.

 

확신하건대, 분명 재미있을 것이다...!

 

 

[김규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