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쇼코의 미소 [도서/문학]

글 입력 2023.10.21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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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아가면서, 다시 말해 조금씩 나이가 들수록 관계에 대한 회의가 종종 든다.

 

카톡 친구는 과거에 비해 훨씬 늘었음에도 마음을 두고 연락하는 친구는 오히려 줄었다. 참으로 많고 다양한 관계가 단절되었고, 그 자리를 유희나 이익을 위한 피상적인 관계가 메꾸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인맥은 늘었음에도 '친구'는 줄었다는 역설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관계의 단절이 생긴 경우, 특별한 계기가 있거나 한순간에 그것이 이루어진 사례는 드물다. 천천히 서로가 마음이 작아졌고, 누군가의 잘못도 아님에도 어느새 남과 같은 사이가 된 경우가 다분하다.

 

또한, 살아가면서 점점 삶의 궤적이 확실해지고 환경이나 여건이 다양한 변화를 겪는데,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인연이 생기기도 한다.  그럼에도, 누군가와의 단절이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 스쳐 마음이 무거워진다.

 

노래 <서른 즈음에>에 이런 가사가 나온다.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어쩌면, 관계의 단절이란 부분에 책임이 없는 예도 있을지도 모른다. 단지, 관계의 시간, 공간, 온도가 끝났기 때문에, 그것으로 사이가 완결되는 것이다. 관계의 끝에서, "미안해"라고 말하기보다는 "고마워"라고 말하는 것이 바람직할지도 모른다. 앞의 내용을 담고 있는 이동진 평론가의 영상을 본 지 오래되었음에도, 아직도 머리에 그 문장들이 스친다.

 

『쇼코의 미소』도 관계의 단절에 대해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자칫 익숙하게 느껴질 수 있는 소재를 작가는 특유의 섬세함과 깨끗한 문체로 다루고 있어, 작품의 감성과 질감을 인상적으로 전달한다.

 

소설은 다양한 양상의 관계를 담고 있다. 어떤 관계는 그 자체만으로 특별한 주제가 되기도 하고 어떤 관계는 그 후의 이야기나 감정이 작품의 주를 이루기도 한다. 소설집 전체를 지루하지 않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와 같은 이유이다. 무엇보다 해당 소설에서 가장 좋은 점은 작가의 예민과 섬세였다.

 

소설들은 특별히 독특한 사건을 다루지 않고, 평범에 가까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작가는 그것을 섬세하게 표현하여 새롭고 깊은 의미를 부여하여 뛰어난 작품으로 재탄생시킨다. 일상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부분에서 대부분이 공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작가의 섬세한 감성에 닿을 수 있다면 더욱 깊이 공감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쇼코의 미소』,  『미카엘라』가 좋았고  『비밀』 에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생각이 자꾸 들어, 몰입하여 읽었다.

 

*


소설에서는 이런 부분들이 나온다.

 

"어떤 경우 나는 떠났고, 어떤 경우 남겨졌지만 정말 소중한 관계가 부셔졌을 때는 누가 떠나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알 수 없었다."

 

"크게 싸우고 헤어지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주 조금씩 멀어져서 더 이상 볼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사람들은 후자이다."

 

여러 작품 속에서 다루고 있는 많은 관계를 볼수록, 관계 자체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어 즐거웠다.

 

작품을 감상할수록, 글의 처음에 언급했던 관계의 단절에 관한 생각이 자꾸 머릿속을 스쳤다. 누구의 책임과 잘못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무언가 위로가 절절한 순간이 있기도 하다. 신기하게도, 『쇼코의 미소』가 그러한 부분의 위로가 된 듯했다. 기교 없는 문체와 작가의 감성이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다. 휴가 나오기 전에, 가볍게 읽을 만한 소설을 고르기 위해 집었던 책이 이렇게 큰 위로와 감정을 줄지는 몰랐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편하게, 그리고 진심으로 추천할 수 있는 책이었다.

 

실제로, 소설을 추천해달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많이 권했던 책이 『쇼코의 미소』다. 최근에도, 주위 사람들에게 추천한 적이 있다.

 

이토록 애정하는 책에 관한 글을 남길 수 있어 영광이다.

 

 

[김민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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