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소도시 여행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여행]

일본 교토 근교 어촌 마을 이네후나야 방문기
글 입력 2023.10.1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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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 4일의 교토 여행 중 하루를 온전히 들여 어촌마을 이네후나야에 다녀왔다. 누군가는 짧은 여행 기간 중 왕복 6시간이 소요되는 볼 거 없는 마을에 왜 가느냐고 물어볼 수도 있다. 하지만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작은 도시는 오랫동안 소중히 간직해 온 자신만의 풍경으로 우리를 환하게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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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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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 마을 이네에 가는 방법은 멀고도 험하다. 이미 오사카 공항에서 기차를 1시간 타고 들어온 교토에서 다시 열차를 2시간, 버스를 1시간 타야 겨우 도착할 수 있다. 열차와 버스는 하루에 몇 대만 있기 때문에 출, 도착 시간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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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차역에서 살 수 있는 에키벤 (역 도시락)

 

 

일본의 열차 역에서는 역마다 특색 있는 도시락 ‘에키벤’을 판매한다. 보기에도 예쁘고 맛도 좋은 도시락을 먹는 것은 지루할 수 있는 열차 여행에 활기를 불어넣어 준다. 사실 바깥 풍경이 아름다워 심심할 틈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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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 풍경

 

 

진한 푸른색의 바다가 어디서든 손에 닿을 듯 한 거리에 있다. 바다를 끼고 지어진, 오래된 집들이 만들어 낸 풍경이 상당히 이색적이다. 내리쬐는 햇빛에 부서지는 윤슬이 우리의 마음을 빼앗았다. 하나밖에 없는 이네 카페 앞에 커피 한 잔씩 들고 앉아 지나가는 배들과 새들을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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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았던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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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쏟아지던 비

 

 

날이 좋아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이네 관광 안내소에서는 2,000엔 보증금을 내고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페달을 열심히 밟아 바닷가를 따라 빙 둘렀다. 비린내 섞인 바람에 머리가 흩날리는 게 기분 좋았다. 그런데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거짓말처럼 폭우가 쏟아져 내렸다. 아무 건물 앞에 멈춰 처마에 몸을 숨겨봤지만 이미 모두 비에 젖은 생쥐 꼴이었다. 비는 그칠 생각이 없어 보여 조금 잦아들었을 때 다시 열심히 달려 관광 안내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약 올리듯 언제 비가 왔냐는 듯 하늘이 맑아졌다. 바닷바람에 머리도 옷도 금방 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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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에서 만난 무지개

 

 

비를 맞았더니 집에 가는 길에는 조금 지쳐 있었다. 그러나 기차 안에서 만난 무지개는 이 고됨을 한 번에 잊게 해줬다. 고진감래, 새옹지마 같은 사자성어들을 떠올리며 눈을 감았다.

 

관광객의 손이 덜 탄 소도시 여행의 묘미는 여유로움에 있다. 정보가 적으니 보이는 카페, 음식점에 무작정 들어간다. 콘텐츠가 많지 않으니 자연스레 카페에 앉아 하염없이 풍경을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하며 시간을 보내게 된다. 사람이 적으니 한적하게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시간에 쫓기지 않고 사진을 찍는다.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콘텐츠가 넘쳐나는 큰 도시, 누군가 이미 다녀와 어느 정도의 즐거움이 보장된 곳에 가는 것도 당연히 좋다. 그러나 나는 내가 직접 만드는 여행이 더 즐겁다. 예측할 수 없고, 그래서 힘들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발자취를 따르는 게 아니라 어려움까지도 스스로 온전히 느끼는 여행의 맛을 알면, 누구든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최아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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