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세상에서 가장 슬픈 거짓말 - 나를 구하지 마세요 [영화]

동반 자살이라는 단어는 없다
글 입력 2023.10.08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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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저출산 1위, 그리고 아동수출 1위 국가다.

 

가장 적게 아이를 낳지만 가장 많이 아기를 해외로 입양 보내고, 가장 많은 자살을 한다. 이 통계는 현재 한국에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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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를 구하지 마세요>는 이러한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부모와 아동의 삶이 그려진 작품이다. 대한민국에서 벌어졌던 사건을 토대로 그들이 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볼 수 있다.


 


<나를 구하지 마세요>


 

'나를 구하지 마세요'는 2016년 대구에서 일어났던 비극적인 실화를 모티프로 제작된 영화다. 아빠가 자살하고 도망치듯 모르는 곳으로 온 엄마와 열두 살 선유. 점점 어려워지는 가정살이에 극단적인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고 그 앞에 정국이 나타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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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은 또래의 친구들과 조금 달랐던 선유가 계속 신경 쓰인다.

 

선유가 전학 온 첫날부터 그녀의 곁에 맴돌며 죽은 새를 함께 묻어주고, 비가 오면 우산을 빌려주고 자신은 비를 맞고 가버리는 등 도움을 준다. 그러나 선유의 상황을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자신만의 기준으로 도움을 주는 정국에게 선유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신경 쓰지 말라한다.


그다음부터 정국의 장래희망은 '많이 아는 사람'이다. 많이 아는 사람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 그 사람을 자신의 잣대로 불쌍히 여기는 것이 아닌, 동등한 개인으로서 그의 슬픔과 괴로움을 헤아리고 진정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아는 것이지 않을까. 그것이 남을 진정으로 아는 것이라 생각해 본다.


정국은 적당히 부유한 집에서 학원을 다니며 경제적 어려움을 모르고 사는 천진난만한 장난꾸러기였다. 그런 안정적인 삶을 살아왔던 정국에게 삶의 고통이나 삶의 무게를 느끼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선유를 만나고 정국은 그녀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그녀의 삶을 관심 있게 바라본다. 이것은 자신의 삶에만 갇혀 있던 그에게 타인의 삶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려는 한 소년의 성장이자 세상의 확장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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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은 선유를 만나며 그녀에게 배려를 베풀고 웃음을 주며 그녀의 삶에 조금씩 빛을 비춰준다.


선유를 관심 있게 보다 미묘한 변화를 포착한 정국은 그녀가 학교에 갑자기 나오지 않자 그녀의 행적을 좇다 선유가 엄마와 자살을 하러 갔다는 것을 알고 그들을 구하기 위해 먼 길을 내달린다.


그리고 결국 죽음의 직전에 서있는 그들을 발견한 정국, "내가 몰라서 미안해! 너가 얼마나 힘든지 난 잘 몰라. 그래도 다시 돌아가자." 선유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며 그들을 살리려 애를 쓴다. 딸이 어떤 마음인지 모르는 엄마에게도 선유가 얼마나 살고 싶은지 아냐며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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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구했던 것은 열두 살 아이였다. 학교도 아닌, 선생님도 아닌, 엄마의 친구도 아니라 열두 살의 남자아이였다. 어른은 남을 도와주면 큰 일에 연루되며 득 보단 실이 커진다는 것을 직접 겪고 느끼며 남을 선뜻 도와주기 어려워졌지만, 남을 도와야 한다는 순수한 생각을 간직하고 있는 아이였기에 그들을 살릴 수 있었다.

 

 

 

동반자살이 아닌 자녀살해 후 자살


 

선유는 어린 나이에 많은 충격을 받는다.

 

빌려줬던 돈을 받으러 오는 엄마친구와 아이를 함께 두며, 눈치를 보고 부정적인 분위기인 것을 아이가 직감적으로 알아차린다. 엄마 친구를 위해 라면을 끓이던 선유는 도망치듯 나가는 이모를 붙잡으며 이거라도 먹고 가라며 눈물을 흘리며 애원한다. 어린아이에게서 나오지 않을 대사였다.

 

또한 엄마가 받지 못한 돈을 받기 위해 먼 슈퍼까지 찾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그 돈은 갚은 지 오래됐던 상황이다. 당황한 선유는 풀이 죽은 채로 집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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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아이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아이에겐 부모가 자신의 세상이자, 가정이 사회의 전부다. 부모는 아이에게 너무 많은 현실을 마주하게 했다. 그렇게 보호받지 못한 아이는 늘 눈치 보는, 철이 일찍 든 아이로 자라게 됐다.


삶이 너무 고단했던 엄마는 선유에게 "아빠 보러 가자. 엄마 혼자 갈까?"라고 말한다. 자신에게 남은 사람은 엄마밖에 없던 아이에게는 같이 가자고 협박하는 것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스스로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아이에게 선택을 주는 것이 아닌 한 가지 선택을 하도록 강요하고 유도한 것이다.


'동반자살'은 가해 부모의 입장에서 쓰인 단어다. 아이에겐 애초에 선택권이 없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죽는 것은 아동학대의 가장 강력한 단계로 '자녀 살해 후 자살'로 쓰는 것이 맞는 표현이다. 


 


나를 구하지 마세요


 

정국이 선유를 구하려 그녀의 흔적을 좇다가 그녀의 시를 발견한다. 다시는 햇살과 바람을 느끼지 못해도, 숨이 막혀와도 자신을 구하지 말아 달라는 내용이었다.


이는 마치 "나를 구해주세요."라는 반어법으로 강하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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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자살의 현장으로 돌아와 정국의 이야기를 듣고 눈빛이 흔들리던 찰나 판자가 부러지며 엄마와 선유는 강으로 빠지게 된다. 엄마는 깊은 곳으로 가라앉는 선유에게 다가오며 하늘 위를 손으로 가리킨다. 마치 이 차가운 곳에서 빨리 나가자는 듯이.

 

그 둘은 떠오르고 있다. 떠오르고 있으나 완전히 머리가 물 밖으로 나오는 것을 보여주지는 않은 채 영화는 끝난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수면 아래의 사회의 문제를 짚고 있는 듯했다.

 

영화의 내용은 무거웠지만, 관찰자이자 또래의 초등학생인 정국의 시선으로 바라본 영화는 선유와의 관계를 중점적으로 보여주며 비교적 가볍고 순수한 시선으로 재밌게 전개된다. 정국과 선유의 로맨스 속에서 선유는 서서히 치유를 받고, 정국은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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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힘을 가진 아이들을 보고 싶다면, 위기에 처한 아이들이 어떻게 삶을 살아내는지 보고 싶다면 영화 <나를 구하지 마세요>를 추천한다.

 

세상의 모든 선유가 물에 가라앉지 않길, 주변의 단 한 사람의 관심으로 구해지길, 계속해서 살아가서 당당히 자신의 삶을 꾸려나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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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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