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각양각색의 매력을 지닌 애니메이션 속으로 - 서울인디애니페스트2023

애니메이션 어디까지 보셨나요?
글 입력 2023.09.2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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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년도 인디애니페스트를 보게 된 연유에는 작년에 진행된 애니패스트의 영향이 컸다.

 

하나의 슬로건 아래 각각의 색깔이 드러나는 애니메이션 작품들은 생각보다 훨씬 아기자기해서 사람의 마음을 간지럽히기도, 또는 생각보다 더 의미 있는 메시지를 재치있게 전달하여 기억에 남기도 했다. 무작정 ‘나는 애니메이션이랑은 안 맞아’라고 생각했던 지난 날의 나의 편견을 바꾸어준 영화제이기도 했고 말이다.


이번 페스트에서는 시간이 맞지 않아 여러 단편 영화들을 엮어낸 독립보행을 보지 못한 것이 참 아쉬웠다. 대신 미국 독립애니메이션의 제왕인 빌 플림턴의 개막작 ‘슬라이드’와 미리내로 작품 중 ‘은빛 새와 무지개 물고기’ 작품 두 가지를 감상할 수 있었다.

 

단편과는 달리 100분 가량의 시간 동안 이어지는 장편 영화는 또다른 매력이 있었다.


 

 

은빛 새와 무지개 물고기


 

[크기변환]은빛 새.jpg

 

 

이 영화는 아들이 아버지에게 그가 살아온 과정에 대한 인터뷰를 요청하며 시작된다. 1950년대 중국에서 할아버지-아버지-아들로 이어지며 역사의 굴곡을 넘어온 그들의 이야기는 아버지의 담담한 목소리에 담겨 관객들에게 흘러 들어 갔다. 중국의 역사라, 여태껏 그저 ‘남의 이야기’로만 남아있던 그것은 영화 속 인물이 겪은 사건을 방관하는 것 만으로도 조금은 다른 의미가 되어 다가왔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반적인 애니메이션이 아닌 독특한 표현법에 있었는데, 주로 흑백 사진 위에 지점토로 만든 인물의 얼굴을 배치 한다던지, 혹은 콜라주 기법처럼 흑백 배경에 색을 칠한다던지 등의 형식이었다. 어떤 애니메이션에서도 그동안 본 적 없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흥미로웠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그려내지 않아도 이런 방식으로도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를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했다.


이러한 형식 덕분에 조금은 무겁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가 중화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학창시절 세계사가 어려워 포기했던 나이기에 별나라 이야기 같은 중국의 역사 이야기에 정신이 혼미해지곤 했는데, 그때마다 움직이는 지점토 인물들의 각양각색의 표정과 흑백에서 아름답게 옷을 입는 배경들을 보는 재미에 어쩔 수 없이 웃어버리고 영화에 집중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개막작: 슬라이드 


 

[크기변환]슬라이드.jpg

 

 

미국 독립 애니메이션의 제왕이라 불리는 감독 빌 플림턴은 어린 시절 즐겨 듣던 컨트리 음악에 영향을 받아 이번 개막작 ‘슬라이드’를 기획했다.

 

이번 관람에는 그가 함께 하였는데, 영화 시작 전과 후에 나눈 이야기에 따르면, 이 영화를 만들다가 예산이 부족하여 오랜 기간 중단할 수 밖에 없었지만 이번 해에 끝끝내 완성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토록 정성을 들인 영화를 세상에 선보이는 그의 표정에는 설렘과 즐거움이 함께 담겨 있어 영화 시작 전부터 기대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작품 특성은 직설적이면서도 선정적임을 숨기지 않는 장면 묘사와 거침없이 러프하면서도 물 흐르듯 흘러가는 드로잉, 기발하면서도 기괴한 장면을 유쾌하게 풀어가는 능력에 있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경악을 금치 못할 장면들이 많았지만 신기하게도 그것이 불쾌하거나 찝찝하게 다가오지 않고 오히려 맥없이 웃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 참 신기한 매력을 가진 영화라는 생각이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영화의 내용은 한 마을의 이장이 마을을 재개발하여 영화 촬영지로 둔갑시키기 위해 공공의 적인 ‘헬버그’를 앞세우고 섹시한 여성들이 가득한 바(Bar)에 일꾼들을 매번 초대해 사람들이 제대로 된 사고를 할 수 없게끔 만드는 계략을 펼치는 것이었는데, 이는 우리의 역사 속에서도 종종 있었던 3S 정책을 연상시키곤 한다.


영화가 적절하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고 느꼈는데, 이런 조금은 무겁게 흘러갈 수 있는 주제를 신기하게도 감독은 굉장히 가볍게 풀어내 영화를 보는 동안은 즐기며 볼 수 있었고, 영화가 끝날 무렵에는 그가 던진 주제와 메시지에 대해 돌아보며 곰곰히 생각하게끔 만들었다.


끊임없는 자극으로 사람들의 시선과 정신을 빼앗아 자신의 멋대로 마을을 주무르려던 이장의 계획은 그가 그토록 싫어하는 느린 컨트리 음악을 연주하는 묘령의 기타리스트와 그와 함께 노래하며 가수를 꿈꾸는 바 소속 여인에 의해 실패하고 만다. 영화 내내 이 컨트리 음악은 ‘악’을 대표하는 이장의 반대편에서 과거에 대한 묘한 향수를 자극하며 영화의 매력 포인트이자 메시지를 이끌어내는 주역 역할을 하고 있었다.


영화가 끝난 후 감독의 제안에 따라 엽서 뒷면에 감독이 직접 그림을 그려주는 시간이 있었는데, 이때 그가 여태까지 모아온 습작들도 함께 관람할 수 있었다. 영화를 보는 동안에도 느꼈지만 그의 드로잉은 굉장히 거칠면서도 시선을 잡아 끄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장면 장면만 놓고 보면 굉장히 러프한데, 그것이 여러 장면으로 이어지니 물 흐르듯 매끄럽게 흘러가는 것이 진정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다.

 

 

trailer2023_01.jpg

 

 

이번 애니페스트를 향유하며 또 한번 애니메이션에 대한 나의 생각이 바뀌었던 것 같다.

 

작년 페스트에 참여해 조금은 전형적인 애니메이션들을 접하면서 애니메이션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면, 이번에는 조금 더 실험적이고 독특한 장르의 애니메이션을 접하며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가 가진 무한한 매력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인디애니페스트가 매 해 열리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색깔과 주제, 표현법을 담고 있는 각각의 애니메이션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그들이 가진 각각의 매력을 관람객들이 조금이라도 느낀다면, 그리하여 애니메이션 장르 자체의 발전이 이루어진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지 않을까.

 

 

 

컬처리스트 명함 (1).jpg

 

 

[박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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