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벗은 몸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문화 전반]

글 입력 2023.10.0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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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일어나는 그 어떤 일들도 아이들과의 도서관 수업만큼 인상적이고 기억에 오래 남지는 못하는 것 같다.

 

지난주 수업 중 아이들에게 읽어준 책에서 여자의 벗은 몸이 그려진 페이지가 있었다. 적나라한 누드는 아니였고, 한 화가가 아내에게 쓴 편지에 그녀의 벗은 상체를 그린 그림이 있었던 것이다.

 

고작 두개의 심플한 동그라미로 표현된 가슴이었기에 사실적인 묘사도 아니였다. '화가 아저씨가 외국에서 공부하면서 아내가 너무 그리워서 쓴 편지랑 그림이야'라는 설명을 아이들이 순순히 이해하고 넘어갈거라 생각한 건 나의 큰 오산이었다.

 

그림을 본 아이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동그라미로 그려진 가슴이 야해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궁금했는지 '으악!!! 너무 야하고 이상해요~ 선생님 손으로 가려주세요!'하다가도 '근데 한번만 더 보여주면 안돼요?' 한다. 어떤 아이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럼 저 아저씨는 아내의 벗은 몸을 본거에요?'라고 물어본다. '응 당연하지!'라고 했더니 '왜요?'라고 되묻는다. 여전히 걱정 가득한 얼굴이 너무 웃긴데 또 정말 순수하고 귀엽다.

 

'나중에 어른이 돼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의 모든 게 다 궁금해져서 벗은 몸도 서로 보게 되고, 결혼도 하고 그러는거야~'라고 설명해줬더니 '이상해요' '우웩 우~웩' '저는 결혼 안할거에요' 등 저마다 반응이 뜨겁다.

 

그렇지만 나는 알고있다. 이 아이들이 이미 도서관에서 사춘기와 성에 관한 책들을 읽고 있다는 것을. 저 그림이 진짜 야해서 야하다고 하는게 아니라,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너무 궁금하니까 야하다고 말한다는 걸.

 

그러다 생각이 났다. 나도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빠한테 사춘기에 관한 책을 사달라고 해서 여러 번 읽었고(읽어도 읽어도 또 읽게 되는 그런 게 있었다), 반 친구들이 너도나도 내 책을 빌려보려고 했던 기억. 뭔가 이상하고 부끄럽기도 한데 너무 궁금해서, 학교에서 성교육을 할 때면 안듣는 척, 관심 없는 척 하면서 귀는 쫑긋 세우고 있었다. 나와 내 친구들 모두가 그랬고, 지금 이 아이들도 그런 것이다.

 

집에 와서 인터넷과 유튜브에서 성교육 관련 컨텐츠를 열심히 뒤져봤다. 다음 날 큰 도서관에 가서 성교육에 관한 책들도 몇 권 빌려왔다. 아이들에게 성과, 벗은 몸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내가 좀 더 잘 알아야 할 것 같았다.

 

꽤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섹스나 남녀의 몸에 관련된 질문을 하면 회피하거나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당황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 날 내 경험에서도 그렇듯, 성과 관련된 주제만 나오면 아무리 얌전했던 아이들도 일제히 목소리를 높여 이런저런 질문을 던진다.

 

성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 두 가지가 폭발하는 사춘기 직전의 아이들이니 당연하다. 그리고 이 질문들에 대해 직접적이고도 솔직하게 설명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혹시나 이 궁금증을 집이나 학교에서 충분히 풀지 못하고 있다면, 대답을 듣긴 했는데 여전히 아리송하고 두리뭉술하다면, 내가 충분히 좋은 대답을 해주고 싶다.

 

그래서 난 오늘도 늦은 저녁 도서관으로 향한다.

 

 

[강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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