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정체성이 뚜렷한 삶과 다채로운 삶 [미술/철학]

'뒤피: 행복의 멜로디'전을 다녀온 후, 고민해보는 삶의 방향성
글 입력 2023.09.23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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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oul Dufy, The Melody of Happiness


전시 마감 5일을 남겨두고, 여의도 더현대에서 진행되는 『뒤피: 행복의 멜로디』전을 다녀왔다.

 

‘얼마 전 유럽에서 각종 미술관을 질리도록 다녔는데 과연 감흥이 있을까?’ 의심이 들어, 예매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시장 초입에 걸려있는 첫 점, 뒤피의 자화상에서부터 매료되었을 만큼, 안 갔으면 후회했을 전시였다.

 

밝고 강렬한 원색의 색감들은 카페인 마냥, 몽롱한 일상에 찌든 나의 정신을 깨워주었다. 『뒤피: 행복의 멜로디』전은 이름답게 아기자기한 행복이 느껴지는, 신선하고 현대적인 전시였다. 요번 전시는 눈의 즐거움은 물론, 나에게 희망과 위로, 그리고 따스함을 안겨주었다.

 

 

 

라울 뒤피의 다채로움


 

뒤피는 인상주의, 입체주의, 야수주의 등 다양한 부문에 몸을 담근, 특정 사조에 국한되지 않은 화가이다. 그는 새로운 방식을 실험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었다.

 

회화뿐만이 아닌 도자기, 태피스트리, 삽화, 실내 장식, 패션 등 미술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활동을 펼쳤다. 이러한 이유로 입체파의 대표 피카소, 인상파의 대표 모네처럼, 그를 “~의 대표”라고 부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전시에 다녀온 이후, 소소한 사색에 빠지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나는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보여 이를 적절히 융합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 아니면 한 분야의 대표인 사람이 되고 싶은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사람마다, 그리고 시대마다 다를 것이다. 21세기에는 다양한 분야를 잘 융합하는 사람에게 유리한 부분이 큰 것 같다. 하지만, 역사에 기억되려면 한 분야에서의 대표가 되어야 하는 것 같다. 왜냐하면, 융합은 소량의 창의력과 적절한 실력만 있어도 가능하지만, 한 분야에서의 대표가 되려면 ‘압도적인 실력’과 ‘독창성’까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라울 뒤피가 한가지 스타일에 몰두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그의 실력으로는 충분히 무언가의 '대표'가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기로 선택했다.

 

현실적으로 무언가의 ‘대표’가 되기에는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진로를 ‘융합’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 대표가 되지는 못해도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면서 넓은 시야를 얻는다면 남은 모르더라도, 나 자신한테 좋은 것이 아닐까 싶다.

 

정체성이 뚜렷한 단색이 아닌, 나는 여러 색감으로 다채로이 인생이라는 화폭을 채워나가 보려 한다. -- 그림에는 행복과 아름다움만을 담는 라울 뒤피처럼, 내 소신대로 멋지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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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총 130점이다. 모두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에 위치한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Musee National d’Art Moderne)의 소장품이다.

 

라울 뒤피의 배우자 에밀리엔느는 그의 작품들을 국가에 기증하였고, 이 덕분에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은 라울 뒤피 작품의 세계 최대 소장처가 될 수 있었다.

 

『뒤피: 행복의 멜로디』전은 주한 프랑스 대사관의 공식 후원을 받고 있으며,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 최고 권위자인 ‘크리스티앙 브리앙’ 수석 큐레이터가 총감독으로 참여했다.

 

 

[한재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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