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앞으로 어떤 글을 쓸 것인가?

아트인사이트 활동 점검하기
글 입력 2023.09.23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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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아트인사이트 에디터에서 컬쳐리스트로 전환하여 새롭게 글을 쓰게 되었을 때 에디터 활동 소감을 적은 적이 있다. 슬슬 글의 소재도 고갈되는 느낌이 드니, 이번에도 잠시 내 글을 전체적으로 다시 살펴보며 점검과 재정비의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에디터 활동 소감을 적던 당시에는 약 20개의 글을 작성한 상태였는데, 이제는 거의 70개에 달하는 글을 자식들처럼 품고 있었다. 사실 분량이 엄청나게 긴 글들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하나하나 읽다 보니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시간이 꽤 지난 글들은 ‘이걸 내가 썼다고?’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낯선 느낌이 들기도 했다.


우선 글을 쓰면서 가지고 있던 어려움과 고민부터 풀어보고 싶다.


1. 결론과 마지막 문장을 쓰는 것이 쉽지 않았다. 누구나 글을 쓸 때 처음과 끝을 가장 어려워할 것으로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제목은 오히려 글을 끝까지 다 쓰고 난 후에 그것을 요약할 만한 간결한 문구가 떠올라서 쓰기 수월하였다. 하지만 결론, 특히 마지막 문장을 쓰는 것은 그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어떻게 마무리 지어야 ‘좋은 글이었다’하고 깔끔하게 감상할 수 있을까? 그러면서도 어떻게 잔잔한 여운을 남길 수 있을까? 아직도 마지막 문장을 쓰는 것은 나에게 주어진 미지의 숙제이다.


2. 내용의 균형감을 조절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소제목을 따로 두지 않는 글은 최소 A4 한 장 이상은 채울 수 있는 분량이라는 하한선만 생각해두어서 큰 고민이 없었지만, 소제목을 두는 경우 각각의 내용을 더 균형감 있게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 실제로 어떤 내용은 5~6문단 분량의 내용을 작성하였다가 다음 내용에서 3문단 분량의 내용을 작성하면 굉장히 찝찝한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3. 지난 에디터 활동 소감에서도 서술하였듯이, 반복되는 단어와 문장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한 것 같다. 이럴 때는 완전히 몰입하거나, 혹은 완전히 머리를 비우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이었다. 머리를 싸매고 끙끙거리며 고민하다가 불현듯 아이디어가 튀어나올 때도 있었고, 아예 노트북을 덮고 다른 일을 하며 쉬다가 다시 열어보면 머릿속이 정리되어 문장을 새롭게 다듬을 때도 있었다.


4. 어떻게 해야 독자들이 읽기 쉬운 문화 평론이 될 수 있는가? 문화 평론이 다루는 작품을 감상하지 않으면 그 글을 읽을 때 이해할 수 없는 구간이 있다는 점은 어쩔 수 없는 딜레마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평론이 사람들이 마냥 읽기 쉬운 글은 아니라는 아쉬움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더 깊게 그 작품을 파고들고 나의 가치관이 담긴 개성 있는 글을 작성하는 것은 글을 작성할 때의 나의 소신이기 때문에 대중성이 다소 떨어지는 글이더라도 뚝심 있게 밀어붙이고 싶다.


5. 내가 쓴 문화 평론들을 훑어보니 작품을 텍스트로만 분석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 책을 읽다가 내용 중심의 평론은 이미 흔하게 널렸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그 순간 내 머릿속이 뎅, 하고 울렸다. 내용만큼은 정말 치밀하게 분석하려고 노력하지만, 그 이상으로 나아가보려고 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앞으로는 텍스트뿐만 아니라 시각적 연출, 음악(청각적 연출), 사회적인 배경까지 자세하게 분석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물론 텍스트 외적의 영역은 아직 낯설게 느껴져 더 전문적인 지식을 얻기 위해 공부해야 할 것 같다.


그동안 써온 글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것들을 추려보았다. 단순 감상만을 작성한 것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다른 지식과 연관 지어 작성한 글이 훨씬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중 뮤지컬 <스메르쟈코프>의 리뷰에 관해 더 자세히 얘기하고 싶다. 막상 작품을 볼 때는 굉장히 난해해서 리뷰를 쓸 때 무어라 써야 할지 골머리를 앓았는데, 지금 다시 글을 보니 발작에 관한 내 견해를 플로베르의 작품과 연관 지어 설명한 것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감당하지 못할 악을 품고 있다는 구절이 인상 깊었는데, 최근 본 웹툰 <꼬리잡기>가 연상되어 리뷰를 다시 쓴다면 또 다른 견해를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영화 <드림걸즈>를 분석한 오피니언도 내가 좋아하는 글 중 하나이다. 당시 학교에서 미국 음악 산업 공부를 하던 중이었고, 그 수업에서 얻었던 지식을 활용하여 <드림걸즈>에 관한 평론을 작성하였다. 내용에 관한 내 견해보다 음악 산업에 관한 정보 전달을 더 어필할 수 있었던 오피니언이라 마음에 들었다. 다만 글을 기고하는 과정에서 곡 제목이 삭제되는 실수가 있었는데 이것이 그대로 출력되어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이 글 이후로 모든 글을 제출한 후에도 검토를 더 꼼꼼히 하는 중이다.


인공지능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분석기와 같은 시리즈 형식은 내가 좋아하는 글 작성 방식 중 하나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시간이 충분하지 않거나 한 오피니언에 담기에는 분량이 지나치게 길어질 것 같은 경우 시리즈로 넘기는데, 그만큼 한 주제에 관해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모두 담아낼 수 있다는 점이 좋다. 그리고 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정보를 발견하거나 색다른 견해가 생기면 그만한 행운도 없다. 그렇게 점차 살을 붙여가며 글이 풍부해지는 것을 발견하면 절로 뿌듯해진다.


1년 6개월 동안 아트인사이트에서 글을 써왔다. 꽤 많은 글을 써서 그만큼 오랫동안 활동을 한 줄 알았는데 막상 또 그렇게까지 긴 기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아트인사이트에서 더 오래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비록 소재가 쉽게 떠오르지 않아도, 뭐라도 쓰다 보면 언젠가 다시 보았을 때 내게 또 다른 영감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나는 여전히 아트인사이트의 활동을 매력적으로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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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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