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 '드림걸즈' 속 미국 음악 산업의 이면 [영화]

글 입력 2022.05.27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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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영화 <드림걸즈>를 봤을 때는 소울 가득한 뮤지컬 형식 영화의 매력에 매료되어 노래를 주로 즐겼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영화를 다시 보니 당시 음악 산업의 특징을 제법 정확하게 짚어주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 <드림걸즈>는 당시 음악 산업의 특징뿐만 아니라 여전히 만연하던 인종 차별 속에서 주류에 들어가기 위한 흑인들의 치열한 노력을 느낄 수 있다.


영화 속 인물 지미 얼리의 노래를 백인 가수가 마음대로 리메이크하여 각종 무대와 주요 라디오에 선보이는 장면이 등장한다. 실제로 백인 가수가 흑인 가수의 노래를 리메이크하여 오히려 리메이크곡이 차트에 오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예를 들어 백인 가수 팻 분(Pat Boone)이 흑인 가수 팻츠 도미노(Fats Domino)의 , 리틀 리처드(Little Richard)의 를 리메이크하여 오히려 원곡보다 높은 성적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게다가 영화에서도 얘기가 살짝 나왔듯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락스타 앨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의 노래 대부분도 리메이크곡이다.


사실 흑인을 혐오하는 마음에서 악의적으로 곡을 리메이크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그 원곡들이 뛰어났기 때문에 리메이크도 탄생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사회에 만연하던 인종 차별이 익숙하여 흑인들의 곡을 아무런 자각 없이 무단으로 리메이크하는 경우이다. 그리고 리메이크곡이 원곡보다 더 자주 등장한다면 그것은 주객전도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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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업가 커티스 테일러 주니어는 이른바 ‘편법’을 시도한다. 라디오 측에 뇌물을 주며 자신들의 곡을 틀도록 하는 것이다. 사실 이후 커티스의 행보를 생각하면 이를 비겁한 수단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인종을 막론하고 실제 미국에서 만연하던 수법이었다.


일명 페이올라(Payola). 돈을 낸다는 뜻의 ‘Pay’와 당시 전자 통신기 산업으로 유명했던 ‘Motorola’의 합성어로, 라디오 DJ에게 돈을 내 노래를 틀도록 하는 일종의 뒷거래였다. 이후 1959년 본격적으로 페이올라에 대한 조사가 들어가며 정부의 제재가 생기기 시작하여 여러 DJ가 해고되거나 유죄를 선고받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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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이 영화의 주역인 ‘드림걸즈’, 일명 ‘더 드림즈’를 얘기하자면, 이 그룹 또한 실제 흑인 걸그룹을 모티브로 하였다. 비록 그룹명도 다르고 실제 그 걸그룹의 곡을 사용하지도 않았지만, 디트로이트 지역의 모타운 레코즈(Motown Records)의 걸그룹, 수프림즈(The Supremes)의 이야기가 영화 속에 숨겨져 있다.


비욘세가 연기한 디나 존스는 수프림즈의 리드 싱어이자 메인 멤버인 다이애나 로스(Diana Ross), 제니퍼 허드슨이 연기한 에피 화이트는 영화에서처럼 실제로 수프림즈를 탈퇴한 멤버 플로렌스 발라드(Florence Ballard)를 모티브로 한다. 그 외에 로렐 로빈슨은 수프림즈의 메리 윌슨(Mary Wilson), 커티스 테일러 주니어는 모타운 레코즈의 창립자 베리 골디(Berry Gordy)를 모티브로 한다.


수프림즈의 다이애나 로스가 일명 ‘센터’가 되며 생겨난 갈등과 그 이후의 일련의 사건들에 있어서 영화와 실제 사건이 일부 다르기는 하나, 다이애나 로스가 센터가 되어 지나친 주목을 받자 수프림즈에게 갈등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같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그 그룹의 문제만이 아닌, 걸그룹을 상업화하며 생겨난 사회적인 문제를 나타내기도 한다.


 

"Deena has something better. She has a quality. (디나란 가수는 질적으로 우수해요.)"

"You make her sound like a product. (무슨 상품 말하듯 하네.)"

"Product. I like that. (상품이라, 좋은데요.)"

 

 

영화에서 커티스는 수프림즈를 단순히 상품으로서 대하고 지나치게 음악 ‘산업’에 치중하는 면모를 보인다. 노래 실력으로는 가장 뛰어났던 애인 에피 화이트를 배신하고 대신 외모가 아름답고 대중에게 잘 먹히는 목소리를 가진 디나 존스를 센터로 세우며 본격적으로 그녀를 집중적으로 주목 받게 하였고, 작곡가 씨씨의 의견을 무시하며 대중적인 곡을 만들도록 계속 요구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가장 냉혈한으로 평가하는 부분으로, 지미 얼리와의 음악적 스타일 충돌을 그저 지미 얼리와의 계약 해지를 통해 해결해버리고, 그 이후 마약 중독으로 사망한 지미 얼리에 대해 큰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그리고 지미 얼리의 추모곡에 가까웠던 노래인 에피 화이트의 “One Night Only”를 라디오에서 틀지 못하게 막고, 오히려 디나 존스와 드림즈의 디스코 곡으로 리메이크하여 발매한다.


이 리메이크 행위에는 여러 비판점이 존재한다. 첫 번째, 자신이 매몰차게 버린 에피 화이트를 또다시 배신하는 행위였다. 두 번째, 느린 소울 장르의 곡으로 지미 얼리를 추모하던 노래가 댄스용 디스코 장르로 변화하였다는 점은 오히려 지미 얼리에 대한 모욕에 가깝다. 세 번째, 본인도 직접 당한 일이었음에도 결국 흑인들의 노래를 마음대로 리메이크하던 백인들의 행위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사실 커티스는 사업가로서는 굉장히 실력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다. 캐딜락 자동차를 판매하던 사업가가 음악 산업에 뛰어들어 드림즈뿐만 아니라 수많은 흑인 스타들을 키워내고 주류 차트에까지 진입하며 백인들에게도 인기를 끈 주요 레코즈로 성장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음악을 예술로 아닌 상업으로 여긴 점, 아티스트들을 사람이 아닌 상품으로 대하는 냉혈한의 면모가 존재하였다는 점은 비판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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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는 영화 속 한 개인뿐만이 아닌 당시 미국 음악 산업의 전반적인 비판점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걸그룹이 상업적인 성공의 열쇠가 되자 수많은 걸그룹이 마치 공장에서 찍어내는 상품처럼 우후죽순 쏟아졌고, 그 과정에서 걸그룹을 상품으로 대하며 그룹들 사이, 멤버들 사이에서도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음악 산업의 과도기와 혼돈기 속에서 살아남은 곡들이 곧 현재의 명곡이 되었고, 그 이면의 일들은 이제 역사가 되었지만, 여전히 우리는 그 비판점을 상기하며 음악 산업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김민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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