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13년 만에 돌아온 스테디셀러 :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공연]

<오페라의 유령> 관람 포인트
글 입력 2023.05.20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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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익히 알고 있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드디어 13년 만에 한국어 프로덕션으로 돌아왔다. 현재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오페라의 유령>은 이후 7월 21일부터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오페라의 유령>은 한 번의 관람으로 끝내기에는 아쉬운 작품이다. 내가 이 작품을 처음으로 접하였을 때는 고등학생 때 25주년 기념 공연 영상을 시청했을 때인데, 당시에 굉장한 스케일에 압도당했으나 완벽하게 이해는 하지 못했던, 다소 난해했던 뮤지컬이었다.


<오페라의 유령>은 그 줄거리를 겉핥기식으로 보면 이해가 안 되는 요소들이 많이 느껴지고, 디테일한 연출이 많아 이를 한 번의 관람으로 모두 알아채기에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두 번 이상 관람하기에 가격이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도움이 되고자 알고 가면 좋을 포인트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물론 해당 포인트들은 연출, 줄거리에 관한 스포일러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므로 스포일러를 원치 않다면 관람 후 읽어보는 것을 권한다.

 

 

 

1. 팬텀과 라울의 대비, 그리고 크리스틴의 성장



<오페라의 유령>의 주연들은 얼핏 보았을 때 다소 이해가 안 되는 성격과 행동들이 느껴질 수 있다. 크리스틴은 극 중 매번 수동적이고 순종적인 모습을 보이고, 나머지 두 남자주인공은 다소 (혹은 많이) 강압적인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1986년부터 시작된 작품인 이상 이 뮤지컬에 구시대적인 텍스트가 내포되어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 주인공이 단순히 납작한 면모만 보였다면 이 뮤지컬은 절대로 스테디셀러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으레 삼각관계를 다루는 많은 창작물이 그러하듯, <오페라의 유령>에서도 한 여자를 두고 다른 두 남자가 대비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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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 your face away from the garish light of day

Turn your thoughts away from cold, unfeeling light

And listen to the music of the night

 

- ‘Music of the Night’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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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 me be your shelter, let me be your light

You’re safe – no one will find you

Your fears are far behind you

 

- ‘All I Ask of You’ 中

 

 

팬텀과 라울은 어둠과 빛의 대비로 가장 많이 묘사되는 인물이다. 특히, 두 사람이 부르는 노래 가사 안에서도 어둠과 빛을 함의하는 구절이 자주 등장한다. 위 두 넘버를 부를 때도 팬텀은 빛과 가장 먼 자신의 지하 은신처에서, 라울은 빛과 가장 가까운 오페라하우스 옥상에서 부른다는 점도 주목해볼 만하다.


그 외에도 팬텀은 과거를, 라울은 현재와 미래를 상징한다.


팬텀은 크리스틴의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오르게 하는 인물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자신이 죽으면 아이에게 ‘음악의 천사’를 보내주겠다고 말했으며, 아버지를 일찍 여읜 크리스틴은 다소 비현실적인 말임에도 이를 굳게 믿고 자신에게 다가온 팬텀이 ‘음악의 천사’라고 생각한다. 팬텀에게 사로잡혀 있는 크리스틴은 과거의 망령에 메여있는 사람과도 다름없었다.


그러나 라울은 그런 크리스틴에게 미래를 생각하게 만드는 인물이다. 다소 수동적인 행보를 보였던 크리스틴이 라울을 만난 이후 믿음직스러운 그의 모습에 그와 함께할 미래를 약속하고, 아버지의 죽음을 극복하고 팬텀에게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한다.


크리스틴의 성장은 과거의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로 나아가는 것에 의미가 있다. 그리고 그것은 비로소 어린아이에서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환상은 달콤하고 현실은 받아들이기 힘든 것들이 많지만, 결국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곳에 적응하도록 노력하며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 성장이라는 메시지를 보여준다.


해당 오피니언에서는 크리스틴의 입체적 면모와 스토리를 주로 다루었지만, 팬텀과 라울도 단순히 상징물이 아닌 하나의 인물로서 가지는 여러 스토리와 성격들이 있으니 이 또한 집중해서 보면 좋을 것 같다.

 

 

 

2. 극중극의 의미



 

 

<오페라의 유령> 안에는 세 개의 오페라 공연이 등장한다. 1막 초반에 등장하는 <한니발(Hannibal)>, 1막 후반부의 <일 무토(Il Muto)>, 그리고 2막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돈 주앙의 승리(Don Juan Trimphant)>.


<오페라의 유령>의 극중극 형식은 뮤지컬을 보러온 관객들을 오페라 공연의 관객으로 만드는 연출을 보여준다. 


이는 프로시니엄 무대의 특성을 생각했을 때 상당히 독특한 지점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거의 모든 뮤지컬 무대는 객석과 무대가 한 면으로만 맞닿아있는 ‘프로시니엄 무대’의 형태를 띠고 있는데, 이는 관객들이 ‘제4의 벽’을 통해 공연 속 이야기를 관찰하는 제삼자가 되도록 기능한다.


하지만 <오페라의 유령> 속 오페라 공연의 관객이 된다는 것은 곧 관객 또한 그 뮤지컬의 일부가 된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일 무토>에서 사고가 일어났을 때 극장주들이 우리를 향해 양해를 구하는 장면은 뮤지컬 속 인물들이 ‘제4의 벽’을 뚫고 나오는 장면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오페라 공연을 벗어난 <오페라의 유령>의 스토리에서는 관객들이 다시 제삼자로 변한다. <한니발>의 여주인공 엘리사 역을 맡게 된 크리스틴이 ‘Think of Me’를 부를 때와 달리, 공연을 무사히 끝낸 그녀가 이제 엘리사가 아닌 다시 크리스틴으로 돌아올 때, 그녀는 우리가 아닌 무대 뒤편으로 보이는 관객들을 향해 인사한다.


각 극중극 속 넘버들의 내용은 <오페라의 유령>의 내용과 맞닿아있기도 하다. 이와 관련하여 여러 해석이 존재하지만 그중 내 견해를 간략하게 이야기해보자면, <한니발>의 ‘Think of Me’는 크리스틴과 라울의 재회를 상징하면서도 동시에 크리스틴과 팬텀의 이별 이후를 암시하기도 한다.


<일 무토>의 ‘Poor Fool, He Makes Me Laugh’는 팬텀을 속인 이들의 오만한 웃음에서 그들을 오히려 골탕 먹이는 팬텀의 웃음으로 전환되는 모습을 보인다. <돈 주앙의 승리> 속 ‘The Point of No Return’은 크리스틴과 팬텀이 음악적 동지로서 합을 맞추는 마지막 순간으로, ‘돌아킬 수 없는 순간’은 팬텀을 처음으로 알게 된 그 순간임과 동시에 팬텀과 이별하는 순간을 암시하기도 한다.

 

 


3. 디테일이 가득한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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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한국어 프로덕션은 현재 세계 각국에서 선보이고 있는 여러 프로덕션 중 유일하게 웨스트엔드 오리지널 형태를 채택하고 있는 프로덕션이라고 한다. 심지어 현재는 폐막한 브로드웨이 프로덕션, 그리고 현 웨스트엔드 프로덕션 모두 리뉴얼된 연출을 보여주고 있어 오히려 오리지널을 선호하는 여러 마니아들이 한국어 프로덕션을 노리고 있을 정도이다.


굉장히 화려한 여러 연출이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지만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몇 가지를 꼽아보자면, 첫 번째로 현재 시점에서 과거 시점, 즉 본 스토리로 전환되는 지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오히려 어둡고 무채색에 가까운 현재 시점에서 경매사가 부서진 샹들리에의 전원을 다시 켜자, 장막 아래 숨어있던 샹들리에가 번쩍이며 공중으로 올라가고, 장막으로 감싸져 있던 프로시니엄도 천사상과 함께 그 위엄을 자랑한다.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이어지는 서곡과 함께 푸른색의 장막이 붉은색으로 변화하고, 무대 배경이 점점 화려해지며 과거로 이동되는 그 순간이 관객들의 시선을 이끄는 첫 순간이 아닐까 싶다.


이후 팬텀의 모습과 그의 목소리가 극장 곳곳을 이동하는 것도 유심히 지켜볼 만하다. 특히나 프로시니엄 위편에서 수시로 등장했다가 다시 순식간에 사라지는 팬텀의 모습은 무대 전체를 보고 있지 않으면 눈치채기가 쉽지 않을 정도이다. 팬텀의 목소리가 객석 바로 뒤에서 들리는 듯한 연출도 마치 진짜로 그가 객석 속에 숨어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아마 대부분의 관객이 <오페라의 유령>을 보며 가장 감탄하는 부분은 의상의 디테일일 것이다. 주·조연부터 앙상블까지 각기 다른 의상을 보여주고, 각 의상마다의 디자인, 액세서리 등도 자세히 볼 만한 재미가 있다. 특히 이 매력의 정점을 보여주는 장면은 단연코 ‘Masquerade’ 넘버라고 말할 수 있다. 화려한 가면무도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 장면은 무대가 밝아지는 순간 관객들의 탄성이 여기저기서 들려올 정도이다.

 

 

 

4. 넘버와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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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은 대부분 송스루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렇기에 노래가 이 작품에서 중요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데, 뮤지컬의 대가인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대표작 중 하나인 만큼 멜로디가 좋으면서도 리프라이즈도 매력적인 넘버들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가장 감탄하게 되는 부분은 <돈 주앙의 승리> 속 멜로디들이 ‘Music of The Night’ 전후의 멜로디들을 리프라이즈한 것이라는 점이다. 팬텀이 부르는 멜로디들이 모두 오페라에 나타남으로써, 팬텀이 직접 만든 오페라라는 점을 드러내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의 구성도 훌륭하다. 프롤로그 이후 1막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Overture’, 2막의 시작을 알리는 ‘Entr’Acte’는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사운드만으로도 뮤지컬의 막을 화려하게 연다. 그 외에도 ‘Phantom of the Opera’의 일렉기타, ‘All I Ask of You’의 플루트, ‘Wishing You Were Somehow Here Again’의 바이올린 독주가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는다.


가사 번역은 개인적으로 재연에 이어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재연의 번역은 의역의 경향이 높아 <오페라의 유령> 원문이 가지던 상징성과 의미가 많이 탈락하였지만, 삼연에서는 이러한 의미들을 최대한 살리려고 한 흔적들이 보인다. 그럼에도 대조적 의미와 반복, 상징성을 가지던 부분 중 몇몇은 여전히 살리지 못한 것 같다.


만약 <오페라의 유령>의 텍스트적 의미를 더욱 온전히 이해하고 싶다면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기념 공연 영상 혹은 영화 <오페라의 유령>(2004)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영화의 자막 번역이 텍스트의 의미를 더욱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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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사랑받는 작품은 분명 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제작된 대부분의 뮤지컬과 비교해도 전혀 퀄리티가 떨어지지 않는 명작으로써 <오페라의 유령>은 그 가치를 지니고 있다. <오페라의 유령>은 한국에서는 보기 쉽지 않은 작품으로, 한국인 배우들이 직접 연기하는 프로덕션은 더욱이나 쉽지 않다. 다음에는 또 언제 올지 모르는 프로덕션인 만큼, 시간과 돈을 들여 한 번쯤은 관람해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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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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