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관에서 콘서트를 틀게 된 이유 [영화]

한국 영화의 흥행 실패와 영화관의 생존전략
글 입력 2023.09.1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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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손익분기점이 영화계의 화두에 올랐다.

 

어느새 국내 영화의 대박 흥행의 기준은 손익분기점으로 평가되는 듯하다. 물론 기존의 영화 수익 모델이 팬더믹, OTT 등의 이유로 크게 변화한 것을 무시할 순 없지만, 올해 손익분기점들 돌파한 영화는 '범죄도시 3', '밀수', '옥수역 귀신'으로 고작 3편뿐이며 손익분기점을 아득히 뛰어넘은 작품은 '범죄도시 3' 단 한 편에 불과하다.

 

 

 

한국 영화, 더욱이 어두운 미래


 

국내 영화 산업의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 봐도 무방하다. 지금까지는 이미 투자로 확정된 영화의 제작 및 유통기간이 있기에 그나마 작품이 배포될 수 있었지만, 영화계에서는 남아있는 70편가량의 재고 영화가 다 떨어진다면 배포할 영화 자체가 없어질 수 있다고 평가한다. 심지어 현재 가지고 있는 재고 영화들도 개봉만 앞두고 있지만 한국 영화의 흥행 문제로 투자배급사 및 유통사에서 차마 개봉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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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영화가 만들어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투자 시장의 변화이다. 기존에 팬더믹 이후 영화시장은 대작 영화에 투자가 집중되던 성격을 보이고 있었다. 이를 통해 중소 규모의 영화는 투자받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의 시장이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이조차 더욱 악화하였다. 더 이상 극장 영화라는 분류 자체에 투자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 변화에는 두 가지 원인을 들 수 있다. 첫 번째는 드라마의 영화 잠식이다. 집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던 팬더믹 기간에 드라마는 자연스레 시청자와 가까워지는 기회를 얻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꾸준한 성공 그래프를 보여주는 드라마를 대신해 영화에 투자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영화의 제작 인력과 신진 감독들마저 드라마로 대거 이적하며 영화 산업엔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인물조차 찾기 어려운 형편이다.


두 번째로 특히 '오징어 게임' 같은 국내 제작의 OTT 자체 제작 드라마가 제작비 대비 초대박의 성적을 거두며, OTT 제작사에선 자체 드라마 제작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이준익 감독 같은 거물 감독을 포함해 많은 영화감독이 OTT 자체 제작 드라마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러한 OTT 제작물은 흥행이 보증된 경우 투자를 받지 않는 경우가 잦다.

 

 

 

영화관, 살아남으려면 변해라


 

이러한 국내 영화의 흥행 부진은 제작사는 물론이지만, 영화관에 역시 치명적이다. 2020년까지 영화관의 관객 점유율은 평균 60%가량을 국내 영화가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2023년에는 이러한 추세는 해외영화 61.3%, 국내 영화 38.7%로 완전히 전복되었다. 심지어 기대작의 연이은 흥행 실패로 할리우드의 암흑기로 평가받는 올해 영화계에 이러한 지표는 가위 충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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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부진하다면 영화관은 무엇으로 생존해야 할까, 영화관은 이 해답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CGV는 코로나 팬더믹 기간인 21년 6월에도 24,000원의 주가를 유지했지만, 현재는 티켓값도 되지 못하는 6,000~8,000원 수준에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CGV에서 꽤 가능성 있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직접 포기하는 것이다. 현재 CGV는 예매 페이지를 보면 '아이유 콘서트 : 더 골든아워'가 높은 예매율로 무비 차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강다니엘의 월드 투어 콘서트인 '강다니엘: My Parade'와 '서태지 25주년 라이브 타임: 트래블러' 또한 상영 중이다.


CGV에서 콘서트를 영상화해 판매하는 작업은 과거부터 자주 진행되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집중된 분량을 영화관에 할애하는 전략은 최근 들어 새로이 보인다. 벌써 근 1년 이내에 10CM,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몬스타엑스, 세븐틴, 아스트로, NCT 드림, 위너 등 수많은 콘서트의 영상 버전이 영화관을 통해 송출되고 있다.


송출할 영화가 부족한 CGV에 영화를 제거하면 넓은 상영관과 팝콘 같은 간식만이 남을 것이다. 즉 CGV는 자신들을 영화관이 아닌 종합 상영관으로 변화를 꾀하는 시도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선택의 기반은 최근 흔히 '덕질 영화'라고 일컬어지는 영화의 티켓과 영화관 가격 인상과 팬더믹 이후 가장 높은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는 영향이 아닐까 한다. 올해 기준 '더 퍼스트 슬램덩크', '엘리멘탈', '스즈메의 문단속',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등의 팬심을 자극하는 영화들이 극장의 암흑가에서도 큰 성과를 거둔 성적이 있다.


하지만 CGV의 변화가 걱정되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영화의 주요 수익원인 영화관이 영화에게 눈을 돌린다면 가뜩이나 줄어든 수요의 영화산업에서, 재능있는 영화인이 우리에게 새로운 감각을 제공해 줄 기회는 더욱이 없어질 것이다.


또한 새로운 영상 콘텐츠를 보는 관객에게 새로운 관람 태도를 정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음악을 영화화한 콘텐츠는 다양한 관람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영화와 같이 조용히 보는 관객부터, 같이 노래를 부르고 응원하는 관객, 심지어는 야광봉을 흔드는 관객까지 존재한다. 이러한 다양한 태도는 당연히 다른 고객에게 불쾌감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관람 문화를 정의하는 것이 향후 CGV의 과제일 것이다.

 

 

[신효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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