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다정함은 여름도 보송하게 만들어요.

글 입력 2023.08.27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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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오랜만에 쓰는 편지야. 괜히 오빠 생각이 나 책상 앞에 앉았어. 어느덧 선선해진 저녁 공기에 괜히 센티 해졌나 봐. 가을 초입에 서서 여름에 작별을 고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유난히 뜨거웠던 올여름을 떠올리니 그 모든 순간이 오빠랑 함께였더라.


선선한 가을을 가장 좋아하는 나는, 보통 여름이 오면 재빨리 지나가길 기도해. 사람들과 살갗 닿는 것조차 불편하게 만드는 끈적임, 더위에 지쳐 출퇴근 길은 고되고 비까지 오는 날이면 머리카락과 기분이 축축 가라앉잖아.


올해는 예년보다 더 덥고 습했는데 막상 뒤돌아보니 부서지는 햇살과 윤슬 가득한 바다, 그리고 와인잔 부딪히는 소리, 웃음소리만 가득한 거야. 이상하지. 오빠 머리를 쓰다듬으면 사라락하는 보드라운 촉감도 내가 알고 지낸 여름과는 거리가 멀어.


다정함은 반짝거리는 것만 기억나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아.


내가 더위에 잔뜩 예민해져 무언가에 대해 불평하고 있으면, 오빠는 내 마음이 차분해질 때까지 옆에 앉아서 계속 기다려 줘. 예쁜 말로 달래고, 손도 잡아 주면서 그냥 계속 내 옆에 있잖아. 난 그게 그렇게 포근하더라. 초능력으로 문제를 착착 해결해 주는 영화 속 히어로보다 더 든든해. 이 사람과 함께하는 미래는 어느 순간에도 따뜻하겠구나 하는 그런 확신. 인생에 변치 않을 ‘믿는 구석’이 생긴 것 같달까.


부드러움을 내포하는 다정함은 줄곧 유연함으로 변주되기도 하잖아. 그 유연함이 환기해 준 내 여름날은 참 청량해.


쉽게 경직되고, 내 상상에 지레 겁먹는 나는 변수 없는 네모난 일상에서 숨 쉬는 걸 좋아하던 사람이었어. 낯선 환경과 사람을 경계하는 오래된 습관도 손에 꼭 쥐고 살았거든. 그런데 오빠는 거부할 틈도 없이 내 손을 잡고 문밖으로 나가. 그리곤 시끌벅적하고 밝은, 때로는 깊고 진한 대화가 오가는 그런 따뜻한 공간에 데리고 가. 그렇게 내 세상은 오빠 손에 이끌려 계속 넓어져 가, 오빠.


내가 알고 지냈던 유일한 세상의 담을 넘어가는 게 이렇게 간단하고 신나는 일이라는 걸 이전에는 왜 몰랐을까.


우리가 함께하는 일상도 너무나 행복해. 까치집 머리를 하고 아침 안부를 묻는 모습, 귀여운 사진을 공유하며 함께 미소 짓는 일, 와인 곁들인 야식을 먹으며 새벽까지 보는 넷플릭스, 자기 전 꿈에서 만나요 속삭이는 것까지 모두.


그리고 그런 순간들은 나를 더 좋은 사람이 되게 만들어. 어떻게 해야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날 발견하고는 ‘아, 이게 진짜 사랑이구나’ 깨달았어. 내가 느꼈던 것과 똑같은 크기의 기쁨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 오빠는 알까 싶어 물어봤는데,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다고 대답했잖아.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 같은 그런 예쁜 말들은 가끔 날 울리곤 해.


함께 있을 때도 없을 때도 사랑 느끼게 해줘서 고마워. 나에게 보내는 글자 하나하나에도, 목소리에도, 눈빛에도 사랑이 가득해서 어느 한순간이라도 소중하지 않을 때가 없어.


난 오빠의 다정함을 사랑해. 늘 같은 자리에서 따스한 눈빛으로, 입술로 예쁜 것만 주는 오빠. 사람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감동은 한결같음이래. 오빠를 두고 한 말이 아닐까. 사랑해


나도 늘 한결같은 애정으로 오빠 곁에 있을게.

 

 

[김민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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