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천재의 삶은 행복했을까? - 모차르트 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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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피아노를 배웠다. 이는 모두 엄마 탓이다. 피아노를 전공한 엄마는 어릴 때 악기 하나쯤은 배워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고 나의 고통은 그로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나는 포도가 너무 싫었다. 연습을 한 번 해야 포도 알맹이 하나를 채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망할 포도 알맹이. 어린 나에겐 그 포도 알맹이 하나하나가 마치 수박처럼 느껴졌다. 하나를 채우는 게 어찌나 힘이 들던지.
그런 나에게 모차르트는 굉장히 익숙하면서도 신기한 사람이다. 그 어린 나이부터 어찌 그리 피아노가 좋았을까? 피아노뿐만이 아니다. 타고난 음악성으로 다양한 악기를 섭렵하고 뛰어난 작곡 능력을 거침없이 선보였던 당돌한 아이, 모차르트. 진정 천재라는 타이틀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소개할 책 <모차르트 평전>은 음악을 무척 사랑하는 한 사람이 모차르트에게 바치는 존경의 세레나데이다. 책의 실물을 직접 보면, 어마 무시한 두께에 한 번 놀라고 그 안을 가득 채운 모차르트의 삶에 두 번 놀라게 될 것이다.
한 명의 인물을 이리도 깊이 있게 파고들 수 있는 에너지는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비슷한 류의 책을 읽을 때마다 항상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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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모차르트 평전>을 읽으며 모차르트를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그의 천재성을 직접 마주하니 그 놀라움이 훨씬 강력했던 것 같다. 음악 안에서 노닐었던 어린 모차르트의 모습을 눈으로 그리며 그가 살았을 삶을 한 번 상상해 보았다.
그 옛날에도 세상은 천재를 가만두지 않았다. 그리고 유럽 곳곳에서 모차르트를 원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그의 아버지 역시 두고만 보지 않았다. 감히 자신이 못 이룬 꿈의 대역으로 모차르트를 바라보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유능한 재능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아이는 아이라는 사실을, 그의 아버지는 정녕 몰랐던 것일까?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 척한 것일까?
책 <모차르트 평전>을 읽으며 문득 천재의 삶이 궁금해졌다. 표면적으로는 아름답고 찬란하지만, 그 실상은 실제 천재로 살아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상상은 해 볼 수는 있겠지만, 천재가 아니기에 알 수는 없을 것이다. 모차르트는 남과 다르다는 이유로, 정착할 수 없었다. 그를 원하는 사람들을 따라 이리저리 불러 다니는 삶을 살아내야 했다. 그런 그가 과연 자신의 재능을 감사했을까? 사랑했을까? 아니, 사랑할 수 있었을까?
한 번쯤 꿈꾸는 삶이다. 세상 모두가 나의 이름을 아는, 그런 인플루언서의 삶을 동경하며 부러워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나일까, 아님 내가 가진 무엇일까? 만일 내가 그 무엇을 잃게 된다면, 그래도 사람들은 나를 좋아해 줄 수 있을까?
모차르트도 이런 고민을 해봤을지 궁금하다. 물론 너무 바쁜 삶에 치여 이런 고민을 할 정신이 없었을 것 같기도 하지만, 직접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물어보고 싶다.
모차르트의 삶을 알게 되니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그의 삶을 알면 알수록 모르겠는 이 기분. 경험해 보지 못한 자의 기우일 수도 있겠지만, 찝찝한 이 기분은 뭘까? 일말도 가늠할 수 없기에 그저, 머나먼 21세기에서 그가 행복했길 바랄 뿐이다.
[김규리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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